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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빌라 공사대금 미지급… 죽음 내몬 시행사 대표 구속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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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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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전주의 한 빌라 공사에 참여한 업체들에 수십억원의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 시행사 대표에게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공사에 참여한 50대 가장이 밀린 대금을 받지 못해 억울함을 호소하며 자기 몸에 스스로 불을 붙여 목숨을 끊은 지 10개월 만이다.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빌라 공사 시행사 대표 A씨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4일 밝혔다.

A씨 등은 2019년 9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전주의 한 빌라 공사에 참여한 지역 중소업체 여러 곳에 30억원 상당의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지역 업체들이 공사에 참여토록 한 뒤 ‘빌라가 준공하면 담보 대출을 받아 공사 대금을 주겠다’며 대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뤄온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빌라는 지난해 4월 공사를 마무리하고 관할 구청으로부터 사용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A씨 등은 공사대금 지급을 미루면서 빌라 사업권을 다른 건설사로 넘긴 바람에 각 공종에 참여한 영세 업체들은 공사비를 모두 떼이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한 폐기물처리업체 대표 B(51)씨는 지난 1월 28일 “억울해 더는 살 수 없다”며 자신의 컨테이너 사무실에서 분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그는 자녀 셋을 둔 가장으로 공사 대금 6000여만원을 받지 못해 생활고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분신에 앞서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라도 해야 세상이 억울함을 알아줄 것 같다”며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와 함께 공사에 함께 참여한 업체들은 지난해 말부터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시행사의 공사비 체불 등 부당한 횡포로 소중한 생명을 잃는 비극이 일어났다며 시행사를 상대로 한 고소와 소송 등 법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사건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건설업자의 공사비 미지급으로 인한 세 남매 아버지의 분신자살에 대한 억울함 호소’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 청원인은 “공사를 마치고 일 년 넘었는데도 시공사가 비용을 한 푼도 주지 않고 있다”며 “할 수만 있다면 이런 고차원의 사기꾼들이 없는 깨끗한 나라에서 살고 싶다”고 호소했다.

이에 경찰은 지난 3월부터 해당 건설업체 사무실과 임직원 차량 등을 압수수색하고 서류 등 증거물을 확보해 수사해왔다.

A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25일 열릴 예정이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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