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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중·러 해군, 일본 열도 일주 무력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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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중국과 러시아 함대가 오스미해협을 통과해 일본 열도를 거의 한 바퀴 도는 합동 군사훈련을 했다. 미국의 동맹국인 일본을 상대로 무력시위를 한 것으로 해석된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 방위성 통합막료감부(한국의 합동참모본부에 해당)는 중국과 러시아 함정이 일본 홋카이도와 혼슈 사이의 쓰가루해협과 규슈 가고시마현 남쪽의 오스미해협을 통과해 동중국해로 빠져나가는 이례적 항해를 했다고 23일 밝혔다. 중·러 함정이 동시에 오스미 해협을 통과한 것을 방위성이 확인한 사례는 처음이다. 중국 관영매체인 환구시보에 따르면 중국 국방부는 “17∼23일 중국과 러시아가 서태평양에서 처음으로 합동 순항을 했다”고 밝혔다.

일본 방위성과 중국, 러시아의 발표를 종합하면 중러 양국은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표트르 대제만 부근 해역에서 지난 14일부터 사흘간 해상연합훈련을 실시했다. 이후 중국 함대 5척과 러시아 함대 5척이 18~23일 엿새 간 일본 열도 주변을 항해했다. 양국 함대는 18일 쓰가루해협을 통과해 태평양으로 나아간 다음 20일 지바현 동쪽 이누보자키 앞바다 앞 약 130km 앞까지 접근하며 일본 열도 우측을 따라 남하했다. 21일에는 시즈오카현 동남부 이즈제도 부근에서 양국 프라깃함 함재 헬기의 이착륙 훈련도 했다. 22일 오후 1시쯤 오스미해협을 따라 동중국해로 넘어갔다. 23일 오전 10시쯤에는 나가사키현 단조군도 남남동쪽 130km 지점에서 중국 미사일 구축함 함재 헬기의 이착륙 훈련도 확인됐다. 함재 헬기는 6대가 동원됐다. 이때 일본 항공자위대 전투기가 긴급발진해 대응했다고 요미우리 신문이 전했다.

쓰가루, 오스미해협은 국제해협이어서 통과 자체는 국제법상 문제가 없다. 중·러 양국도 “양국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발전시키기 위한 훈련”이라며 “타국의 영해에는 들어가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과 미국이 대만 문제를 두고 마찰을 벌이고 있고 중국을 겨냥한 오커스가 발족하는 등 태평양 지역의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중·러함대가 일본 열도를 따라 항해하며 무력시위를 벌인 모양새가 됐다.

앞서 지난 9월 영국의 최신예 항공모함 퀸·엘리자베스호를 중심으로 미국, 영국, 캐나다, 네덜란드, 뉴질랜드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는 오키나와 근방에서 해상 합동훈련을 실시했다. 대만을 압박하는 중국을 견제하는 군사훈련이었다. 이번 중·러 함대의 합동순찰은 이같은 일·미 등의 움직임에 대한 대항조치라고 보는 방향도 있다고 산케이신문이 전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이번 합동훈련으로 중·러 양국 해군이 평시에서 전시 상태로 기민하게 전환하는 실전 능력을 보여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중국 군사전문가 송중핑(宋中平)은 “훈련에서 즉각 순찰로 전환하는 것은 평시에서 전시 상태로 전환되는 메커니즘”이라며 “이러한 메커니즘 구축은 중러 군사협력 측면에서 신속 대응 능력이 빠르게 향상되고 있음을 증명한다”고 중국 영문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를 통해 말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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