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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말 거는 한겨레] 욕망의 계절을 무사히 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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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정환봉ㅣ소통데스크 겸 불평등데스크

바야흐로 욕망의 계절입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 유력 후보와 정치권은 매일 숱한 말과 정보를 쏟아냅니다. 망언도, 실언도, 마음을 흔드는 매력적인 말도, 포지티브나 네거티브 정보도 모두 뉴스가 되어 유권자들에게 전달됩니다. 언론사로서는 극성수기를 맞이한 셈입니다.

대선을 앞두고 떠도는 이야기에는 모두 저마다의 욕망이 서려 있기 마련입니다. 그 욕망은 대선 후보에 대한 의혹 제보나 폭로라는 형태로 분출하기도 합니다. 그중에서 옥석을 가리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쉽지 않은 일을 실패했을 때 짊어져야 할 책임의 크기는 어느 때보다 큽니다. 당장 지난 18일 여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출석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당시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은 이 지사가 ‘조폭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김 의원은 이런 의혹과 함께 폭력 조직의 일원이었다고 스스로 밝힌 제보자 박철민씨가 이 지사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하는 돈다발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하지만 몇시간 지나지 않아 해당 사진은 과거 박씨가 돈을 많이 벌었다고 자랑하기 위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곧바로 김 의원 징계안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출했습니다. 김 의원은 의원직 사퇴 여론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진실 추구를 사명으로 하는 언론이 쏟아지는 모든 의혹을 뒷짐 지고 바라볼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취재 현장에 뛰어들어 사실을 긷는 데 주저함 없이 나서는 것이 언론 본연의 임무이기 때문입니다.

<한겨레> 역시 그런 고민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그래서 많은 기자들이 단 하나의 사실이라도 더 찾아내려고 애쓰는 동시에, 거대한 욕망에 휩쓸려 가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제가 파견되어 일하고 있는 대장동 개발의혹 취재팀에서도 기사에 담아야 할 팩트와 경계해야 할 욕망을 잘 구분해내기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여당 대선 후보 경선 기간과 겹친 대장동 사건 초기에는 숱한 정보가 떠돌았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이야기를 그대로 믿긴 어려웠습니다. 사업 이익을 둘러싼 욕망으로 한차례 굴절된 정보가 정치권을 거치면서 또 한차례 가공되어 퍼지는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중에는 의미있는 정보들 역시 많았습니다. 다만 그 말들을 검증할 방법이 마땅하지 않은 이야기들 역시 여럿 섞여 있었습니다. 그래서 취재팀은 부정확한 속보보다 자료 확보와 정보의 크로스 체크에 더 집중했습니다. 그렇게 대장동 개발을 위한 특수목적법인인 ‘성남의뜰’ 주주협약서 등 각종 계약문서를 입수해 보도했으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 쪽 초과이익환수 의견이 7시간 만에 묵살된 사실 역시 처음으로 밝혀냈습니다.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시설관리공단에서 근무하던 2011년부터 비밀 티에프(TF)를 만들어 위례·대장동 개발을 준비한 사실을, 업무일지라는 실존 문서를 근거로 보도했습니다.

야당 대선 후보 검증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디지털 매체인 <뉴스버스>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사주 의혹을 처음 제기한 직후인 지난달 6일 <한겨레>는 관련 고발장과 텔레그램 대화를 모두 입수해 분석한 단독 보도를 내놨습니다. 이어 지난해 4월 총선 후보였던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조성은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전달한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 고발장과 미래통합당 당무감사실장이 법률자문위원인 조아무개 변호사에게 전달한 고발장, 지난해 8월 대검 민원실에 제출된 실제 미래통합당 고발장이 모두 토씨까지 비슷한 ‘판박이’였다는 사실도 밝혀냈습니다.

앞으로 대선까지 5개월이 남았습니다. 또 숱한 요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저부터라도 선입견이 아닌 사실에 바탕한 보도를 위해 애쓰며 욕망의 계절을 무사히 나보려고 합니다. <한겨레>의 모든 기자들도 같은 마음일 것입니다. 그 모든 기사들이 결국 독자 여러분의 현명한 판단에 작은 도움이라도 되고자 하는 기자들의 진심이라고 여겨주신다면 저희의 노력도 더 보람될 것이라 믿습니다.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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