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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장서 CO₂ 누출 21명 사상… 고의 여부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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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천구 건물서 하청업체 노동자 2명 사망

화재진압용 소화설비서 대량 방출

52명 작업 중이던 지하3층서 발생

화재경보기 수동 스위치 눌려있어

업체 측 “실수로 누를 가능성 희박”

경찰, 범죄 가능성·안전관리 조사

세계일보

지난 23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 데이터허브센터에서 소방대원들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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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금천구의 한 신축 공사 현장에서 소화용 이산화탄소가 누출돼 현장 노동자 2명이 숨지고 19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이 사고 현장에서 화재경보기 수동 스위치가 눌려 있던 사실을 확인한 가운데 사고 건물 소화설비를 설계한 업체 측은 “설비 구조상 스위치를 누군가 실수로 누를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고의 작동 가능성을 주장했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금천경찰서는 이날 사고 현장 책임자를 소환해 사고 전 현장 안전조치 상황과 사고 후 대응 상황, 원·하청 구조 등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기초적인 사실관계를 들여다보는 단계로, 범죄 가능성이나 안전관리 문제 등에 대해 폭넓게 알아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 사고는 지난 23일 오전 8시52분쯤 금천구 가산메트로지식산업센터 신축 공사현장 지하에서 발생했다. 화재에 대비해 이산화탄소를 뿜는 무게 58㎏, 용량 87L의 소화설비 약 130병이 공사현장 지하에 있었다. 이 중 예비용기 7병을 제외한 123병에서 이산화탄소가 누출됐다. 이 설비는 이산화탄소를 대량 방출해 산소 농도를 낮춰 화재를 진압한다. 하지만 밀폐된 공간에서 사람에게 노출되면 중추신경이 마비되고 지속될 경우 숨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해당 설비는 사람이 상주하는 공간에 설치하지 않는다. 사고 현장도 발전실이었다.

사고로 숨진 노동자 2명은 모두 하청업체 노동자였다. 이 중 한 명인 A(45)씨는 전기 작업 1차 하청업체 소속 현장소장이었고, 다른 사망 노동자인 B(47)씨는 다른 하청업체 소속으로 알려졌다. 이들 사망자 외 다른 2명이 호흡기 등에 중상을 입었고, 17명은 경상을 입었다. 사고 당시 현장에는 총 52명이 작업하고 있었고, 사상자 외에 나머지는 무사히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건물은 지난 6월 준공 이후 최근 지하층에 대한 추가 공사가 진행되던 중이었다.

세계일보

지난 23일 이산화탄소 누출사고가 발생한 서울 금천구 가산동 데이터허브센터 사고 현장에서 119 구급대원들이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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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주목하는 건 건물 내 화재경보기 수동 스위치다. 경찰은 이 스위치가 눌려 있던 게 확인됨에 따라 누군가 고의로 이산화탄소를 살포했는지도 조사할 방침이다. 실제 화재경보기 수동 스위치가 외력에 의해 작동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건물 소방설비를 설계한 업체 관계자 C씨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그 스위치는 자동으로 눌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외부의 물리적 압력으로 작동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수동 스위치 근처에) 안내판이 붙어 있는 데다 아크릴판 등으로 덮개까지 설치해놔 현장 작업자가 무심코 실수로 작동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며 “누군가 일부러 눌렀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주장대로 어떤 의도를 갖고 스위치를 작동시킨 이가 있을 지라도, 그 행위가 작업자들을 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졌다고 단정할 순 없다. 스위치 용도를 착각해 작동시켰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고 당시 공사 중이었던 만큼 수동 스위치 작동 여부와 무관하게 화재경보기가 오작동했을 수도 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교수(소방방재학)도 “건물이 완공된 상태가 아닌 공사 중에 발생한 사고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문제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경우도 수동 스위치가 눌러져 있던 이유를 규명해야 한다.

경찰은 수동 스위치 작동 원인을 밝히기 위해 사고현장 내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CCTV 조작·작동 여부까지 수사 범위에 들어 있고 따로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현모, 이종민 기자 li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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