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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마오쩌둥 닮은꼴 ‘시진핑 혁명’..‘3연임’ 장기집권 기반 굳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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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6중전회서 ‘역사 결의’ 가능성
마오쩌둥·덩샤오핑 반열에 올릴듯
장기집권 위한 中 대개조 본격화
빅테크에서 교육·부동산·문화까지 규제·통제 전방위 확대 ‘권력 공고화’
부패척결 명분 대대적 사정작업도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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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7월1일 톈안먼광장 망루에 올라 "위대한 중국"을 외쳤다. 회색 인민복 차림이었다. 참석자들 가운데 유일했다. 순간 72년 전 같은 자리에서, 같은 복장으로 "중국인이 일어섰다"라고 호령한 마오쩌둥이 오버랩됐다는 평가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그로부터 47일 뒤 시 주석은 '공동 부유(다 같이 잘살자)'를 새 국정기조로 다시 꺼내들었다. 역시 마오쩌둥의 냄새가 물씬 풍겼다. 마오쩌둥이 1955년 주창한 공부론과 의미가 같다. 다함께 잘 살자는 뜻이다. 덩샤오핑 개혁개방 이후 중국 경제의 운용원칙이었던 '먼저 잘 사는 중국식 사회주의'(선부론)가 다음 목표 지점인 분배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시 주석은 내달로 예정된 중국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9기 6중전회)에서 '역사 결의'할 예정이다. 역사 결의는 1945년 공산당 6기 중앙위원회 7차 전체회의(6기7중전회)가 그 시작이다. 이 또한 '마오쩌둥'이다. 그는 당시 '약간의 역사문제 관한 결의'를 통과시키면서 중일전쟁 이후 지도자 문제를 청산하고 자신의 영도 지위를 확립했다. 따라서 결국 시 주석의 행보는 마오쩌둥과 같은 반열에 올라 '시진핑 시대'를 열겠다는 표현으로 받아들여졌다.

중국은 이를 위한 대대적인 개조를 벌이고 있다. 부동산과 교육, 공유경제, 연예·문화 등 전방위적 규제를 강화하고 고위관리에 대한 사정 작업에도 착수했다. 청년들은 시진핑 사상으로 무장시키고 부정·비판 세력은 여차 없이 칼날을 들이댄다.

대외적인 강경대응 역시 이어간다. 중국이 핵심 이익으로 규정하고 있는 대만을 놓고는 당장 '전쟁'까지 언급된다. 중국 관영 매체나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등 내부호응도 뜨겁다. 2035년까지 미국을 뛰어넘겠다고 천명한 이후 민족주의와 애국주의가 대외 강경책과 맞물리면서 상황마다 곳곳에서 고조되는 모양새다. 모든 것이 시 주석으로 향해 있는 현재, 중국 상황을 들여다봤다.

■규제·통제로 권력 공고화

중국의 규제와 통제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사회주의 특성상 핵심 지배 수단이다. 더욱이 중국은 세계 사회주의 국가 가운데서도 아직까지는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이제는 초강대국 미국과 맞서는 사실상 유일한 국가로까지 성장했다. 따라서 중국식 규제와 통제의 효과도 사실상 검증이 끝났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으로부터 촉발된 규제·통제는 빅테크를 넘어 점차 오히려 전방위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중국 정부가 부동산 대출을 옥죈 이후 매출 2위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에버그란데)를 비롯해 수십년간 몸집을 불려온 부동산 업체들이 줄줄이 파산 위기에 처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커얼루이 리서치센터를 인용, 올해 9월 말까지 중국 부동산업계의 채권 디폴트 누계가 전년동기 대비 159% 증가한 467억5만위안(약 8조6000억원)이라고 공개했다. 이는 중국 부동산시장의 건전성이 파산 위기를 겪고 있는 헝다 등 특정 기업 문제가 아니라는 것의 방증으로 해석된다.

최근엔 중국 부동산 개발사 디폴트 사태에 태자당 기업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자당은 당·정·군·재계 고위층 인사들의 자녀를 일컫는 말이다. 공청단, 상하이방과 함께 중국공산당 3대 파벌로 설명된다. 시 주석도 태자당 출신이다.

주요 외신은 과거 중국 태자당의 리더였던 쩡칭훙 전 국가 부주석의 조카인 쩡바오바오가 대표를 맡고 있는 화양녠이 이달 초 2억600만달러(약 2423억원) 규모의 채권을 상환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시진핑 사상 교육으로 드러난 속내

그러나 속내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통해 장기 집권 동력을 얻으려는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중국은 계층별·지역별 빈부격차가 심각하다. 농민공(도시에서 노동일을 하는 농민)과 농촌 지역일수록 상대적으로 못 먹고 물질적 부족함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정부가 '샤오캉'(모두 풍족하게 삶) 달성을 외치며 지난해 말부터 농촌 지역 빈곤을 타파했다고 외부 세계에 주장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또 오랫동안 세금에서 자유로웠던 부동산 시장은 시 주석의 새 통치 사상인 '분배'에 비춰보면 명백히 개선시켜야할 대상이다. 중국 최고국가권력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는 지난 23일 상무위원회를 열고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개혁업무에 관한 결정'을 의결하며 부동산세 도입 절차를 공식화했다. 중국은 상속세가 없다. 부동산 보유세(한국의 종합부동산세)도 상하이와 충칭 등 일부 도시에서 시범적으로 시행했지만 이마저도 과세기준이 시세가 아니라 취득금액이라서 부담은 크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사교육 통제는 학업과 사교육 부담을 줄이겠다는 의도였지만 '시진핑 사상' 검열이 들어가면서 종국엔 교육 전반에 걸친 통제와 사상 교육으로 귀결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담론과 이념은 중앙 정부가 통제해야 하는데, 사교육 시장은 지난 몇 년 새 자체적인 담론을 형성한 것이 정부 의도와 배치됐다"고 분석했다. 일부 부유층의 과도한 사교육은 공동부유와도 어긋난다.

중국 연예계에 불고 있는 정풍운동도 마찬가지다. 표면적으론 연예계에 '정화'였다. 하지만 이후 '시진핑 사상을 학습하라'고 요구하면서 중국 정부는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중국 연예인의 천문학적인 출연료 역시 '다함께 잘 살자' 새 국정기조에 반대된다.

■마윈이 쏘아올린 화살, 빅테크 압박

사상·여론 통제도 강화하고 있다. 이달 20일에는 중국 인터넷 당국인 국가사이버정보판공실이 인터넷에 기사를 게재할 수 있는 기관 명단을 5년 만에 발표하면서 차이신망, 경제관찰자망 등 일부 매체를 제외했다. 홍콩 명보는 전문가 말을 빌려 "할 말은 하는 매체가 명단에서 제외됐다"고 진단했다. 중국 발전개혁위원회는 '비공유자본'의 신문업 종사를 금지하는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정부나 국유 기업이 관여하지 않는 순수 민간 업체가 언론사를 운영하는 것을 제한하겠다는 취지다. 내년부터 취재·편집 분야에 종사하는 모든 기자에 대해 매년 최소 90시간 교육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사이버정보판공실은 "허가받은 공인 온라인 매체들은 정치적인 지침, 여론, 가치 지향점 등을 준수하고, 잘 관리되고 대표성이 있고 영향력이 있는 매체"라고 설명했다. 바꿔 말하면 통제가 되는 곳만 인정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알리바바가 쏘아올린 화살은 빅테크 기업 전체로 되돌아왔다. 반독점·불공정 규제는 14차5개년 경제계획(2021~2025년)에 들어 있었지만 마윈 사건을 계기로 속도를 올리는 상황이다.

이런 당국의 규제는 손아귀에서 벗어날 정도로 힘을 키우고 있는 인터넷 공룡 기업에게 '절대 권력'이 누구인지를 상기시켜주는 것과 동시에 공동부유를 위한 재원 확보라는 '이중 포석'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는 노골적으로 '복종'과 '충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효과는 곧바로 확인됐다. 고강도 압박이 시작되자, 빅테크뿐만 아니라 중국 기업들은 앞 다퉈 공동부유를 경영 정책에 포함시켰고 거액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홍수 등 재난 발생에는 기부금을 내며 호응했다.

시발점이 된 마윈은 공개적으로 당국을 호기롭게 비판했다가 사라질 위기까지 처했다. 그러나 대규모 기부금을 내놓은데 이어 반도체 등 중국 정부 정책을 적극적으로 뒤따랐다.

■부패 척결과 멍완저우 영웅 만들기

중국 정부는 다른 한편으론 부패 척결 명분으로 대대적인 사정작업을 벌이고 있다. 고위층의 부정·부패는 공동부유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또 반발 우려 세력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항저우 서열 1위인 저우장융 당 서기를 비롯해 랴오닝성, 구이저우, 간쑤성 등 각 지역에서 전·현직 간부들이 조사를 받거나 낙마하는 일도 이어지고 있다. 왕치산 국가부주석의 측근으로 알려진 둥훙 전 중앙순시조 부조장이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중국 정부가 올해 6개월 동안 징계한 사법기관 간부는 약 18만명이다. 헝다 등 민간 기업과 유착을 명분으로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을 포함해 25개 금융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에도 착수했다.

마오자오후이 인민대 반부패·청렴정책연구센터 주임은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올해 하반기에서 내년 상반기가 '반부패 절정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대만, 신장, 티베트, 남중국해, 대만해협 등에 대한 서방국가의 반응엔 '전쟁'까지 거론하며 연일 날을 세우고 있다. 영웅 만들기 작업도 병행되고 있다. 중국공산당 사정·감찰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멍완저우 부회장의 캐나다 자택 연금 석방에 대해 "중국공산당과 정부가 자국민의 정당하고 합법적인 권익을 수호하는 굳은 결의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정의와 사법의 승리"라고 치켜세웠다.

중국 소식통은 "시진핑의 권력은 이미 막강하지만, (중국 입장에선)그것만으론 충분하지 않다"면서 "내달 19기6중전회에서 시진핑 시대가 열리게 되면 역사적 위상이 마오쩌둥에 버금가기 때문에 절대 권력으로 장기집권을 확실히 다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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