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주자 ‘빅2’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간 공방이 이전투구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24일에는 두 후보의 부인까지 경선판으로 끌어들여 공격하는 등 난타전을 폈다.
이날 발단은 윤 전 총장이 김태호·박진 의원과 심재철 전 의원, 유정복 전 인천시장을 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했다고 발표하자 홍 의원이 이를 공격하면서 시작됐다. 홍 의원은 페이스북에 “광역 단체장 공천을 미끼로 중진 출신을 대거 데려가는 게 새로운 정치냐”는 글을 올렸다. 이어 “이미 개 사과로 국민을 개로 취급하는 천박한 인식이 만천하에 드러났고, 줄 세우기 구태정치의 전형이 돼 버렸다”며 “그러다 한 방에 훅 가는 것이 정치”라고 비난했다. 그러고나서 홍 의원은 “각종 공천 미끼에 혹해 넘어가신 분들은 참 측은하다”는 페이스북 글을 또 올렸다. 내년 대선이 끝나고 3개월 뒤에 열리는 지방선거를 노리고 중진들이 윤 전 총장 캠프에 합류했다는게 홍 의원 주장이다.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들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YTN에서 대선 경선 6차 토론회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승민, 홍준표 후보, 이 대표, 윤석열, 원희룡 후보.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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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전 총장은 직접 반격했다. 그는 국회 소통관에서 캠프 인선안을 발표한 뒤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홍 의원 SNS 글에 대해 “답변할 가치가 없다”고 대응했다. 윤 전 총장은 홍 의원이 경선 여론조사 방식과 관련해 “중대 결심을 할 수도 있다”고 한 데 대해서도 “중대 결심을 하든 말든 본인이 판단할 문제”라고 일축했다. 윤 전 총장 측은 가상 양자 대결 방식을, 홍 의원 측은 4지 선다형 방식의 여론조사를 선호한다.
윤 전 총장은 논란이 된 ‘개 사과’ 인스타그램 글과 관련해 부인 김건희씨가 관여했다는 의혹에는 “제가 한 것”이라며 “어떤 분은 가족이 후원회장도 맡는데”라고 말했다. 홍 의원의 후원회장이 그의 부인인 이순삼씨라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대선 예비후보의 후원회장을 후보 부인이 맡은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윤 전 총장은 “선거는 시쳇말로 패밀리 비즈니스라고 하지 않나. 제 처는 다른 후보 가족들처럼 그렇게 적극적이진 않기 때문에 그런 오해를 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윤 전 총장이 자신의 부인을 거론한 것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그는 “소환 대기 중이어서 공식석상에 못 나오는 부인(검건희씨) 보다는 유명인사가 아닌 부인을 후원회장으로 두는 것은 아름다운 동행”이라고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또 “그걸 흠이라고 비방하는 모 후보(윤 전 총장)의 입은 꼭 ‘개 사과’할 때하고 똑같다”며 “부끄러움이라도 알아야 한다. 자꾸 그러면 이재명의 뻔뻔함을 닮아 간다고 비난받는다”고 쏘아붙였다. 이에 대해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홍 의원 같은 정치권의 선동 공세에 김건희씨가 상당히 고통스러워한다. 몸져 누워버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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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더해 양 측 캠프는 상대방을 겨냥해 ‘막말 리스트’를 언론에 배포했다. 먼저 홍 의원 캠프가 보도자료를 내고 “윤 전 총장이 정치 선언 이후 4개월간 25건의 실언·망언을 했다”고 공격했다. 홍 의원 캠프는 “윤 전 총장이 당 본선 후보가 돼, 실언하게 되면 우리는 ‘대통령 이재명’ 시대를 맞이하는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윤 전 총장 캠프도 ‘홍 의원 망언·막말 리스트 25건’을 자료로 만드는 식으로 맞대응했다. 자료엔 “막말 경연대회를 연다면 홍 의원을 따라갈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욕설은 이재명, 막말은 홍준표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라고 썼다.
양 측 공방이 선을 넘는 수준으로 격화되자 국민의힘 내부에선 우려가 터져나왔다. 당에 오래 몸담은 한 인사는 “정책·비전은 온데간데없고 비방, 막말에 상대 부인까지 끌어들이면서 경선판이 진흙탕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걱정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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