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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진화하는 구독경제 생태계] 속도·신뢰 중 하나만 뒤처져도 끝...충성고객 잡기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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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하게 선점해야 생존한다

아마존 '구독' 앞세워 월마트 넘고

글로벌 OTT강자 넷플릭스에 대항

디즈니·애플 추격 나섰지만 고전

국내선 쿠팡·네이버·카카오 격전

LGU+ TV, 디즈니+ 손잡고 고객↑

“아마존이 ‘유통의 제왕’ 월마트를 왕좌에서 끌어내렸다.”

지난 8월 뉴욕타임스(NYT)는 1년간(2020년 7월~2021년 6월) 고객들이 아마존에서 지출한 금액이 6,100억 달러로 5,660억 달러를 기록한 월마트를 처음으로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아마존의 매출은 월마트의 10분의 1에도 못미쳤지만, 이제는 월마트를 넘어서 글로벌 최대 유통 업체로 자리 잡은 것이다. 외신들은 아마존이 왕좌를 차지할 수 있었던 ‘일등 공신’으로 아마존의 구독서비스인 ‘아마존프라임’을 지목했다. 아마존프라임을 구독하면 미국 내에서 이틀만에 무료배송을 받을 수 있다. 또 영화와 TV 프로그램을 무료로 볼 수 있고, 200만곡이 넘는 음악을 스트리밍으로 즐길 수 있다.

아마존의 강력한 성장에 자극받은 월마트는 지난해 아마존프라임보다 낮은 연간 구독료를 앞세운 구독서비스 ‘월마트플러스’를 출시하며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이미 아마존이 선점한 시장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리서치 회사인 e마케터에 따르면 월마트의 미국 전자상거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5.3%에서 구독서비스 시작 이후 올해 7.1%로 성장했지만, 아마존은 같은 기간 38.7%에서 40.4%로 더 가파른 점유율 상승세를 기록하며 격차를 벌였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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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 비즈니스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선점’이다. 아마존과 월마트 사례에서 보듯 한번 뒤쳐지면 격차를 좁히기가 쉽지 않다. 구독경제 자체가 플랫폼에 기반을 두고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시키는 산업이다 보니 더 많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확보할 수록 시장 장악 속도가 더 가팔라닐 수 밖에 없다. 온라인상거래 외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4월 10분짜리 동영상 서비스를 표방하며 혜성처럼 등장했던 숏 폼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퀴비’는 서비스를 시작한 지 6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주주들과 직원들에 공개서한을 보내 폐업 결정을 알렸다. 드림웍스 공동 설립자이자 디즈니를 이끌었던 제프키 카젠버그와 휴렛팩커드의 최고경영자(CEO) 였던 멕 휘트먼이 공동 설립했고, 17억5,000만 달러의 투자까지 유치했지만 3개월간의 무료체험 이후 유료로 전환하자 가입자의 92%가 이탈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유튜브·틱톡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 꼽혔던 퀴비의 실패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유튜브와 틱톡의 성공에 퀴비와 같은 많은 후발업체들이 뛰어들었지만 업체간 치열한 생존경쟁에 버티지 못하고 낙오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OTT 강자 넷플릭스에 대응해 디즈니 플러스, 애플 등이 다양한 OTT 구독상품을 내놓고 추격에 나섰지만 여전히 ‘강력한 대항마’ 타이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확보한 2억명 이상의 유료 가입자들의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제작해 제공하는 넷플릭스의 벽이 워낙 높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구독 경제 규모가 확대될 수록 ‘승자 독식 현상’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연간 40조 원 가량으로 추정되는 국내 구독 시장에서도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어떤 서비스를 누가 먼저 발굴해 선점하느냐가 구독시장의 가장 큰 승부처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상거래 시장에서는 쿠팡을 겨냥해 네이버,카카오(035720) 등이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8월 스마트스토어 정기구독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네이버쇼핑 이용자들은 반복구매가 필요한 생필품이나 먹거리, 주기마다 교체가 필요한 상품을 저렴하게 구매하고 정기적으로 받아볼 수 있다. 카카오는 이보다 앞서 지난 6월 카카오톡을 통해 정기 구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구독 플랫폼 ‘구독ON’을 선보였다. 구독ON에서는 식품, 가전, 생필품, 청소, 세탁 등 실물 상품과 서비스 등 유무형의 다양한 구독 상품을 만날 수 있다. 인터넷TV(IPTV) 시장에서는 넷플릭스 이후 국내에 상륙하는 디즈니+가 어떤 통신사와 손을 잡느냐가 올 초부터 화제였다. 결국 디즈니+와 손잡은 ‘승자’ LG유플러스(032640)였다. LG유플러스는 앞서 넷플릭스와의 독점 제휴로 가입자수를 크게 늘린 경험을 바탕으로 디즈니+와의 제휴를 통한 고객 확대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전체 IPTV 가입자 증가율 둔화 속에서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와의 제휴 이후 가입자 수가 크게 늘었다. LG유플러스의 IPTV 가입자 증가율은 2017년 상반기 15.6%에서 2018년 상반기 11%로 감소했지만 넷플릭스와 제휴를 체결한 2018년 하반기 13.5%로 반등한 이후 거의 매 분기 10만명 안팎의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은 “충성 고객을 잡아 둘 수 있는 락인효과 때문에 구독경제는 다른 경제 트렌드보다 선점효과가 크다”며 “구독상품들은 고객이 선금을 내는 모델인 만큼 고객과 제공자 사이의 신뢰가 중요하기 때문에 후발주자가 이미 끈끈히 맺어진 신뢰를 비집고 들어가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구글, 아마존 등 상위 1% 기업들이 앞다퉈 구독경제를 도입하는 것도 선점효과의 영향이 워낙 크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노현섭 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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