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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SPECIAL REPORT] 대선 4개월 앞…한번도 경험 못한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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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ECIAL REPORT : 정치공식 안통하는 내년 대선 ◆

매일경제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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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선거에는 일종의 '경험칙'이 있다. 민주화 이후 치러진 일곱 번의 대선을 거치면서 생겼다. '청년층 다수는 진보 정당 후보를 지지한다' '여당 대선 후보가 임기 말 대통령보다 지지율이 앞서기 마련이다' 등이다.

내년 3월 치러지는 20대 대선을 향해 각 정당 후보들이 치열하게 뛰고 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본선에 나갈 최종 후보를 확정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경선 후보 4명이 11월 초 결정되는 당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이고, 군소정당 일부는 대선 후보를 정했다. 그런데 이들을 지지하는 유권자 모습에서, 대선과 관련한 여론조사 수치에서, 후보들에 대한 정치권 평가에서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어리둥절한 현상이 나타난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대선이 펼쳐지고 있는 거다. 이러한 현상을 놓고서 '세대 분리다' '진영 결집이 나타났다' '지지율 괴리로 보인다' 등 '심오한' 분석들이 나온다.

현상을 설명할 때 말이 어려우면 많은 경우 그 이유를 확실히 알기 어렵다는 의미가 읽힌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현상이 나타났고 여러 가지 설명이 나온다. 어떤 식으로든 이유와 맥락을 찾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네 가지 어리둥절한 현상을 진단한다.

화성서 온 20대, 금성서 온 40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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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과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에서 20대와 40대는 극명한 차이가 난다. 연령 차이가 20년가량 나니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2017년 대선 당시 이뤄진 출구조사에서 20대의 47.6%는 문 대통령을 선택한 것으로 나온다. 그 뒤는 안철수 후보(현 국민의당 대표)로 17.9%였다. 40대 역시 비슷했다. 문 대통령이 52.4%였고 안 후보가 22.2%였다. 동조화라고 할 수 있다.

그간 20대는 '진보' 성향 유권자로 간주됐다. 2017년 대선을 포함해 과거 대선에서는 이런 '진보' 선호 현상이 줄곧 이어졌다. 그러나 올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구조사는 완전히 달랐다.

특히 20대와 40대 남성이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20대 남성의 72.5%가 보수 정당인 국민의힘의 오세훈 후보(현 서울시장)를 선택했다. 보수 성향이 강한 것으로 통하는 60대 이상 남성의 오 후보 득표율(70.2%)을 웃돈다. 반면 40대 남성의 51.3%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선택해 오 후보 45.8%를 앞섰다. 20대는 남성과 여성의 선택도 달랐다. 여성은 44%가 박 후보를 선택해 오 후보 40.9%를 앞섰다.

내년 대선과 관련해서도 20대와 40대는 완전 딴판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TBS 여론조사(15~16일 1003명 대상) 결과 가상 양자 대결에서 20대는 국민의힘 소속으로 보수 색채가 강한 홍준표 의원을 51.2%나 지지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9.7%에 그쳤다. 반면 40대는 이재명 49.8%, 홍준표 26.9%였다. 정당 지지율에서 20대는 국민의힘을, 40대는 민주당을 가장 많이 지지했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는 "20대는 '조국 사태' 이후 현 정권이 공정과 정의가 아니라고 여긴다"면서 "취업과 내 집 마련 등 현실 생활의 어려움이 집권세력에 대한 불만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20대는 지지 후보·정당이 없다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높아 '부동층' 성향도 보인다.

40대는 과거와 별다른 차이 없이 '진보' 성향이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40대는 민주당과 정서적 일체감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두 번의 보수 정권을 거치면서 거부감이 커진 만큼 민주당과의 일체감이 더욱 강화됐다는 것. 게다가 40대 상당수가 이미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장 교수는 "52시간 근로제로 여유가 생겼고 이미 보유한 집도 가격이 올랐다"면서 "현 정권에서 생활의 불편을 그다지 못 느낀다"고 말했다.

또 한 가지 특징은 20대가 같은 국민의힘 소속이지만 윤석열 전 검찰총장보다 홍 의원을 더 지지한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20대 남성과 여성의 (지지 성향) 차이는 현 정권이 '페미니즘'적 성향을 보인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며 "남성 위주 입장을 낸 것으로 통하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홍 의원에 대한 지지가 높은 건 이런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김희경 더하기정치전략연구소장은 "윤 전 총장에 비해 유쾌한 이미지인 홍 의원이 20대 남성에게 호소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20대는 보수화된 것인가. 보수화는 생활이 안정적이란 조건이 필요하다. 그래서 현 상태 유지를 원한다. 하지만 지금 20대의 생활과 미래는 불안정하다. 윤태곤 실장은 "과거 20대가 집 마련을 걱정했었나"라며 "그런데 이젠 취업뿐만 아니라 주거 등 실질적인 생활을 걱정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이런 불안정성은 변화를 원하는 것과 연결되는데 정권교체 여론이 20대에서 크게 높은 건 이를 방증한다.

여야 양자대결 지지율 거기서 거기


내년 대선에서 야당 후보 승리, 즉 정권교체를 바라는 의견이 50%를 넘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른다. 한국갤럽의 10월 첫째주 조사(5~7일 1000명 대상)에서 정권교체 의견은 52%, 정권 유지 의견은 35%였다. 17%포인트 차이로 오차범위(±3.1%포인트)를 크게 벗어났다. 지난 4월 보궐선거 즈음에 정권교체 여론이 50%를 넘은 이후 6개월 만이다. 한국리서치·KBS 조사(11~13일 1000명 대상)에서도 정권교체가 54.5%로 정권 연장 38.2%를 크게 앞섰다.

이런 여론이라면 대선 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야당 후보가 월등하게 앞선다는 예상 혹은 추론이 가능하다. 하지만 최근 나온 지지율은 이런 추론과는 다르다. 조사에 따라 1·2위가 다르지만 다자 대결이든 양자 대결이든 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 지지율 차이는 대개 오차범위 내에 있고 오차범위 밖이라도 정권교체·연장 의견 차이만큼은 아니다. 일종의 괴리 현상이다.

국민의힘 소속의 한 전직 의원은 "아직 국민의힘 최종 후보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예컨대 홍 의원 지지 중 일부는 윤 전 총장 지지를 주저하고, 마찬가지로 윤 전 총장 지지자의 일부도 홍 의원을 지지하지 않을 수 있는데, 최종 후보가 정해지면 결국에는 지지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태곤 실장은 "정권교체냐 연장이냐는 질문에는 정치 저관여층도 답을 하지만 대선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현재는 고관여층이 먼저 답을 한다"면서 "저관여층은 아직 (지지할 후보가) 누구인지 정하지 않은 것이라서 차이가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대선 일이 다가오면 달라질 시간의 문제라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설명도 있다. 김희경 소장은 "정권교체를 바라지만 야당 후보 가운데 마음에 드는 인물이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또 유권자 중에는 민주당 지지자가 아닌데 이재명 지사를 지지하는 경우도 있다. 이 지사가 정권교체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정권교체·연장 질문과 후보 선택을 물어보는 질문에 유권자 반응이 다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높은 文 지지율, 與 후보엔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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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정권교체 이미지는 이 지사에게는 유리한 점이다. 하지만 또 다른 현상은 이 지사에게 불리할 수 있다. 바로 임기 말 대통령 지지율이 여당 대선 후보보다 높다는 점이다. 과거 대선 당시를 보면 임기 말에 접어든 대통령 지지율은 크게 떨어지고 여당 대선 후보는 대통령 지지율을 웃돌았다.

2012년 대선 때 여당인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는 양자 대결이든 다자 대결이든 40%대 지지율이었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20%대에 머물렀다. 그 이전 대선 때도 수치상 차이만 있을 뿐 여당 대선 후보가 임기 말 대통령보다 지지율이 높았다. 저물어가는 권력과 떠오르는 권력의 차이였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다르다. KSOI·TBS 조사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은 39.7%다. 임기 말이란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다. 일주일 전 조사에서는 40%를 넘기도 했다. 그런데 같은 조사에서 이 지사 지지율은 다자 대결에서는 30% 초반, 양자 대결에서는 30% 중반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대해 "강력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면서 "문 대통령이 개인과 관련한 비리 등이 없다는 점도 높은 지지율의 배경일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왜 여당 후보가 대통령 지지율을 넘지 못하고 있는 걸까.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정책이든 노선이든 여당 후보가 현직 대통령과는 '다름'을 보여줘야 한다는 게 정치권의 통론이다. 바로 '차별화'다. 이를 통해 지지율과 대선 승산을 높일 수 있는 거다. 2012년 대선 당시 정권교체 여론이 높았음에도 박근혜 후보가 보수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었던 건 경제민주화로 대표되는 정책 전환으로 차별화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장성철 교수는 "대장동 이슈 탓에 이 지사가 문 대통령과 차별화가 어려워졌다"면서 "대통령과 당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분석했다. 이 지사 측 관계자는 "문 대통령 지지율이 더 높은 상황은 과거 대선과 비교해 이례적"이라며 "후보 입장에서는 독자적 행보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현된 적 없는 대선 후보 교체론


마지막 현상은 '불안한 후보'다.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이 지사를 향해 줄기차게 주장한 내용이다. 도덕성 논란에 대장동 이슈가 더해진 상황에서 나왔다. 국민의힘 역시 비슷하다. 토론회 등에서 경쟁 주자들이 윤 전 총장의 각종 실언에 더해 윤 전 총장과 가족에 대한 각종 의혹을 거론한다. 여야 후보들은 의혹에 대한 수사, 이른바 '사법 리스크'가 있다. 과거 대선에서도 '불안한 후보' 주장은 있었다. 하지만 여야 모두에서 이런 주장이 나오는 건 이번 대선이 처음이다.

게다가 이 지사, 윤 전 총장, 홍 의원의 비호감도는 막상막하다. 호감이 가지 않는다는 응답(한국갤럽 19~21일 1000명 조사)에서 이들 세 후보는 각각 60%, 62%, 59%를 기록했다. 말과 행동 스타일에 대한 거부감이 배경으로 꼽힌다.

김희경 소장은 '불안한 후보' 주장이 나온 배경에 대해 "현재 유력 후보들은 정치적으로 아웃사이더이거나 밖에서 들어온 인물"이라며 "당 내부적으로 받쳐주는 힘이 약하니까 불안한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여당의 경우 '주류'로 꼽히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이 몇 년 사이 예상치 못한 일들로 정치권에서 퇴장했다. 제1야당은 탄핵 사태를 거치면서 '괴멸' 수준이란 소리까지 나왔다.

그렇다면 혹시 대선 본선 경쟁 중 후보 교체가 현실로 나타날 수 있을까. 수사 결과 후보에게 '변고'가 생기고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말이다. 1997년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와 2002년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가 각각 군 면제 의혹 여파, 지방선거 패배 등의 이유로 후보 교체론에 휩싸였다. 그러나 실현되지는 않았다.

장성철 교수는 "후보 교체론은 후보의 자진 사퇴가 아니면 불가능한 얘기"라며 "진영 대결로 가는 대선 분위기로 볼 때 사법 리스크 현실화, 즉 수사 결과 문제가 드러나도 (후보들이)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에 소개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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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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