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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미 숨진 사람에게 살인죄 검토…생수병 사건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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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21일 오후 4시쯤 ‘생수병 사건’이 벌어진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회사 모습. 직원들은 재택근무 중이고 사무실 문은 닫혀 있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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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한 회사에서 발생한 이른바 ‘생수병 사건’ 피의자에 대해 경찰이 ‘특수상해’에서 ‘살인’으로 혐의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피해자가 사건 엿새 만에 사망하면서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24일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던 ‘생수병 사건’ 피해자 1명이 전날 오후 사망했다”며 “이에 피해자에 대한 범행을 특수상해에서 살인으로 변경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진행했던 범행동기 파악을 위한 피의자 주변인 조사와 독극물 구입 경위 파악 등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23일 숨진 직원 A씨는 지난 18일 사무실에서 생수병에 든 물을 마시고 의식을 잃고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앞서 A씨의 혈액에서 독성물질이 검출됐지만, 경찰은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오는 25일 부검을 하기로 했다.

또 다른 피해자인 여성 직원 B씨도 사건 당일 물을 마신 뒤 쓰러졌다가 곧 의식을 회복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견에 따르면 B씨의 혈액에선 독극물이 검출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B씨가 거의 먹지 않은 수준으로 극소량만 섭취한 게 아닐까 싶다. 그러니 병원에서도 금방 퇴원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약품이나 화학물질은 사람에 따라 반응이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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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경찰서 전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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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용의자 이례적 입건…“강제수사 필요”



지난 21일 용의자로 지목된 30대 동료 직원 강모씨가 입건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 네티즌 사이에선 “망자에게 혐의를 적용한다는 건가?”라는 궁금증도 잇따랐다. 강씨는 사건 다음날인 19일 무단결근 후 서울 관악구 집에서 독극물을 마시고 숨진 채 발견됐다. 범죄 혐의를 받는 이가 사망하면 경찰수사규칙 등에 따라 통상적으로 수사를 종결하지만, 경찰은 이번 사건에 대해선 이례적으로 망자를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계좌 압수수색이나 휴대전화 포렌식 등 강제수사의 필요성이 있어 입건한 것”이라며 “내사(입건 전 조사) 상태에선 영장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마무리하더라도 범행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강씨를 입건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입건은 피의자에게 단순히 혐의를 적용하는 것뿐 아니라 사건을 공식화해 수사를 개시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핵심 인물 잇단 사망…“심리적 부검 필요”



강씨에 이어 A씨까지 숨지면서 범행 동기 등 사건이 더 미궁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경찰은 일부 동료 직원의 진술을 토대로 강씨가 인사에 불만을 품고 범행했을 가능성 등을 살펴보고 있다. 하지만 한두 명의 진술로 동기를 확정할 수는 없어 다각도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프로파일러인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의 표창원 소장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의문투성이 사건에서 반드시 해야 하는 게 ‘심리적 부검’”이라며 “심리적 부검이란 수집 가능한 모든 기록과 자료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표 소장은 “가족이나 친구 등 망자의 주변인, 사망 직전 만났던 사람, 디지털 기록, 어딘가에 끄적인 메모 등을 모두 파악해 피의자가 심리적·성격적으로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상황에 놓여있었는지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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