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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당신 없으면 에펠탑 없는 파리” 메르켈에 EU정상들 기립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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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케 쇤(Danke schön·대단히 감사합니다)”.

지난 16년, 유럽연합(EU)의 구심 축 역할을 한 앙겔라 메르켈(67) 독일 총리의 업적은 이 한 마디로 압축됐다. 유로존 재정 위기, 이민·난민 갈등,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코로나19 등 격동의 시기마다 중심을 잡으며 EU를 하나로 묶으려 했던 그였다. EU 26개 회원국 정상들은 이 한 마디로 메르켈 총리를 향한 감사와 존경을 담아 작별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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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1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첫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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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AP·로이터 등 외신은 메르켈 총리의 마지막 EU 정상회의가 회원국 정상들의 기립 박수와 따뜻한 경의 표시로 마무리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EU 정상회의 둘째 날인 이날 일정은 메르켈 총리 환송 행사로 시작했다. 회원국 정상들은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메르켈 총리를 위한 비공개 환송 행사를 열었다. 행사의 시작을 알린 2분짜리 영상에는 지칠 줄 모르는 마라톤 협상으로 EU의 단합을 이끌어온 메르켈 총리의 노력이 고스란히 담겼다.



“당신 없는 EU는 에펠탑 없는 파리”



영상 시청 후 연단에 선 샤를 미셸 상임의장은 EU 회원국을 대표해 그의 ‘중재자’ 역할에 경의를 표했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미셸 의장은 메르켈 총리를 “기념비적인 인물”이라고 묘사하며 “그가 없는 EU 정상회의는 바티칸 없는 로마이자, 에펠탑 없는 파리와 같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당신은 유럽의 나침반이자 빛나는 빛”이라는 말로 그의 헌사가 끝나자 기립박수가 뒤따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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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EU 정상회담에서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의장(왼쪽),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운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 등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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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회원국 정상들은 회의 전후 언론 인터뷰로 마음을 전했다. 모두 메르켈 총리의 빈자리를 아쉬워했다. 자비에 베텔 룩셈부르크 총리는 그를 “타협 제조기”라 칭하며 “메르켈 총리는 협상 과정에서 늘 EU를 단합시키기 위한 무엇인가를 찾아냈다”고 기억했다. 알렉산더르 더크로 벨기에 총리는 “EU 회원국 모두가 인류애를 갖고 옳은 결정은 내리도록 도왔다”고 했고,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은 “복잡한 상황에는 안정을, 결정적인 순간에는 해결책을 찾도록 이끌었다”며 메르켈 총리가 남아주길 바란다는 뜻을 내비쳤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영상 메시지로 존경과 아쉬움을 전했다. 두 정상은 재임 시절 내내 돈독한 신뢰 관계를 유지해왔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1년 미국 최고 영예의 시민상인 ‘자유메달훈장’ 수상자로 메르켈 총리를 꼽았고, 2017년 퇴임 직전 마지막으로 회담한 외국 정상 역시 메르켈 총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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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마지막 EU 정상회의 환송 행사에서 공개한 영상 메시지에서 ″당케 쇤(대단히 감사합니다)″이라는 말로 감사 인사를 건넸다.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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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전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를 “많은 사람, 소녀와 소년, 남성과 여성이 어려운 시기에 우러러볼 수 있는 롤 모델이 있었다”며 “힘든 결정 때마다 유머를 발휘하고, 현명한 실용주의를 선보이고, 윤리의 나침반을 내려놓지 않는 당신을 지켜봤다. 덕분에 많은 폭풍우를 견뎌낼 수 있었고, 당신과 친구가 될 수 있어서 행복했다”는 말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또 메르켈 총리를 “협소한 사익보다 원칙을 우선한 정치 지도자”로 평가하며 “미국민과 동료 지도자를 대신해 당신의 우정과 리더십, 동독의 어린 소녀 시절부터 지켜온 보편적 가치에 대한 신의에 감사하다”고 했다. 그리고는 “당케 쇤”이라고 그 마음을 전했다.



메르켈의 마지막 메시지 “대화와 타협”



메르켈 총리는 이날 ‘대화와 타협’을 마지막 메시지로 남겼다. 그는 이번 정상회의의 주요 안건이었던 ‘폴란드 헌법재판소 판결’ 논쟁을 두고서도 끝까지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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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EU 정상회의 이틀째를 맞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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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를 마치고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EU에 우려할만한 사안이 남아있는 시기에 떠나게 됐다”며 “우리는 많은 위기를 극복해왔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한편 독일은 역사상 최초로 ‘3자 연합정부(연정)’ 시대에 성큼 다가섰다. 지난달 총선에서 승리한 좌파 사회민주당(SPD)의 새 연정 구성에 친기업 성향의 자유민주당과 녹색당과 함께하기로 하면서다. 이에 따라 올라프 숄츠 사민당 대표가 메르켈 총리의 뒤를 이어 차기 총리에 등극할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새 연정 구성이 마무리되면 메르켈 총리의 16년 임기도 막을 내린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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