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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릭 볼드윈에 총 건넨 조감독, 실탄 없는 ‘콜드 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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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총기 오발 사고 정황 드러나

실탄 확인 못한 스태프 과실인 듯

미 영화산업의 총기사용 문제로 논란 확대


한겨레

영화 촬영 중에 총기 오발 사고를 낸 미국 배우 앨릭 볼드윈(63)이 21일 뉴멕시코주 산타페 카운디 보안관 사무소 밖 주차장에서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어딘가에 전화를 걸고 있다.샌타페이/AP 연합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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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배우 앨릭 볼드윈(63)이 영화 촬영장에서 소품용 총기를 발사해 1명을 숨지게 한 사고의 정황이 일부 확인됐다. 사건 당일 조감독이 볼드윈에게 소품 총을 건네면서 실탄이 없다는 뜻의 ‘콜드 건’이라고 말했지만, 총알이 장전돼 있었다는 것이다.

<에이피>(AP) 통신 등은 23일 미국 뉴멕시코주 산타페 외곽의 영화 <러스트> 촬영 현장에서 볼드윈이 소품용 총기를 발사해 촬영감독 헬리나 허친스(42)가 숨지고 감독 조엘 수자(48)가 부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볼드윈이 제작자로 나선 이 영화는 1880년대에 캔자스주에서 부모를 잃은 13살 소년이 자신과 동생을 지키려고 싸우는 내용으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사고는 여러 영화의 세트로 사용된 사막 지대의 목장에서 영화를 촬영하던 중 발생했다. 허친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조 헬기로 이송됐지만 병원에 도착해 사망 판정을 받았다. 부상을 당한 수자 감독은 2019년에도 볼드윈이 제작한 영화 <크라운 빅>의 메가폰을 잡은 바 있다.

샌타페이 카운티 보안관실이 법원에 제출한 수색영장에 따르면 조감독 데이브 홀스가 촬영장밖에 보관 중이던 소품 총 3정 중 하나를 집어 ‘콜드 건’이라고 외치면서 볼드윈에게 건넸다. 볼드윈은 실탄이 장전돼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방아쇠를 당긴 것이다. 현지 언론 <더 뉴멕시칸>은 산타페에서 경찰 조사를 받고 나온 볼드윈이 어디론가 전화를 걸며 눈물을 흘렸고 제정신이 아닌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경찰은 일단 우발적 사고로 보고 볼드윈과 조감독에게 형사상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검찰도 현장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기소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는 영화 촬영장에서 쓰는 소품용 총과 공포탄의 안전성 문제를 다시 환기시키고 있다. 진짜 총인 경우가 많은 소품용 총도 실제 총격을 흉내내려고 화약을 넣은 총알을 쓰기 때문에 탄두가 없더라도 사고 위험은 존재한다. 1993년에는 이소룡의 아들인 브랜던 리(당시 28)가 영화 촬영 중 공포탄을 장전한 권총에 맞아 숨졌다. 약실에 남아 있던 모조 탄두가 사인으로 밝혀졌다. 1984년에도 텔레비전 쇼를 촬영하던 할리우드 배우가 공포탄이 든 권총으로 러시안룰렛을 흉내 내다 목숨을 잃었다. 공포탄에는 탄두가 없었지만, 그는 권총을 관자놀이에 붙이고 방아쇠를 당기는 바람에 공포탄 화약의 폭발 충격으로 사망했다.

이번 사건도 촬영장에서 총기 안전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수사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미국 영화 노조 '국제 극장 무대 종사자 연맹(IATSE) 소속 현장 스태프를 인용해 촬영장에서 총기 안전 규정이 엄격하게 준수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번 총기사고 사건 닷새 전 볼드윈 대역이 ‘콜드 건’ 소품 총을 조작하다가 실탄 두발이 발사되는 사고가 발생했으나 안전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한 스태프는 촬영장 현장 매니저에게 총기 안전 문제를 항의했으나 “회의는 없었고 (촬영을) 서두르기만 했다”고 전했다. <에이피> 통신 24일 촬영 스탭들이 안전 절차에서부터 숙박 시설에 이르기까지 영화 촬영과 관련된 여러 문제에서 불만을 품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본영 길윤형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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