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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오바마까지 나서 트럼프 공격하는 버지니아주지사 선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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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2일 버지니아주지사 선거, 전국선거급 관심

민주당 표밭이지만 바이든 인기 하락에 접전으로

바이든 10개월 평가와 내년 중간선거 전초전


한겨레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각) 버지니아주 리치몬드의 버지니아 커먼웰스대학에서 열린 테리 매컬리프(왼쪽) 민주당 버지니아 주지사 후보 지지 유세에 나서서 팔꿈치 인사를 하고 있다. 리치몬드/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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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열함과 분열, 갈등, 종족주의, 냉소주의의 정치라는 하나의 경로가 있다. 그러나 좋은 소식은 우리가 힘 합쳐 큰 문제들을 해결하는 또 다른 경로가 있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각)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의 버지니아커먼웰스대학에서 열린 테리 매컬리프(64) 민주당 주지사 후보 지지 유세에서 이렇게 외치며 투표를 호소했다.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직격하면서 공화당의 글렌 영킨(54) 주지사 후보를 한묶음으로 깎아내린 것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원 유세에 뛰어든 것은 오는 11월2일 치러지는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가 그만큼 중요하고 승리를 낙관하기 어려운 접전이라는 민주당의 위기감을 보여준다. 지난 21일에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매컬리프 지원 유세에 나섰고, 오는 26일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출격한다.

열흘 앞으로 다가온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는 지난 2014~2018년 한 차례 주지사를 지내고 복귀를 노리는 매컬리프와, 글로벌 사모펀드 칼라일의 최고경영자(CEO) 출신 정치 신인 영킨의 대결이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 취임 뒤 민주당과 공화당의 경합 구도 속에 치러지는 첫번째 대형 선거여서 전국적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바이든 국정 10개월에 대한 평가이자, 연방 상·하원 의원을 뽑는 내년 11월 중간선거의 전초전으로 받아들여진다.

마음이 더 급한 쪽은 민주당이다. 버지니아는 최근 4차례 대선 전부와, 5차례 주지사 선거 중 4차례를 민주당을 선택하는 등 20년 사이 민주당 성향이 짙어진 주다. 지난해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버지니아에서 트럼프를 10.1%포인트 차이로 따돌렸다. 연임을 금지한 주법에 따라 물러나는 현직 주지사(랠프 노덤)도 민주당이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국내적 성과 부족과 아프가니스탄 철수 혼란상 등으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상회하면서, 매컬리프-영킨 대결도 접전으로 흐르고 있다. 매컬리프는 영킨에 근소 우위를 달려왔으나, 지난 16~19일 실시한 몬머스대 조사에서 두 사람이 46% 동률을 기록하는 등 팽팽해졌다. 민주당으로서는 지켜내야 본전인 대결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이다.

한겨레

글렌 영킨 미국 공화당 버지니아 주지사 후보가 23일(현지시각) 글렌앨런에서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글렌앨런/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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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컬리프와 민주당의 전략은 ‘트럼프-영킨 묶기’다. 영킨이 트럼프의 지지선언을 받았고, 트럼프처럼 ‘선거의 온전성’에 의심을 갖고 있으며, 코로나19 백신·마스크 의무화와 임신중지에 반대한다는 점을 부각하는 것이다. 트럼프가 아직 현존하는 위협이라는 점을 환기함으로써 민주당 지지층의 시들해진 투표 열기를 끌어올리려는 전략이다. 매컬리프는 23일 유세에서 “트럼프 애완견이 버지니아 주지사가 되길 바라느냐”고 말했다.

반면, 영킨은 ‘트럼프와 거리두기’를 하면서 세금·교육 등 지역 문제에 집중하는 전법을 쓰고 있다. 그는 지난해 대선 때의 투표 개표기 검사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대선은 공정했다”고 트럼프의 대선 사기 주장과 거리를 유지한다. 자신의 유세에 트럼프나 그 주변 인사들을 초대하지도 않고 있다. 영킨은 “매컬리프는 (오바마 등) 모든 이를 유세장에 데려와서 ‘영킨 대 매컬리프’ 대결에서 조명을 치우려고 한다”고 말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바꿔 말해,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는 ‘바이든 인기 하락’과 ‘트럼프 거부 심리’ 가운데 어느 쪽이 더 힘을 발휘할지를 가늠해볼 시험대가 되고 있다. 승패는 누가 더 많은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느냐에 달렸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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