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난공불락 집값에 이상징후가 보인다... 그래서, 집을 사지 말까요? [부.전.자.전]

댓글 4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추석 기점 상승폭 둔화, 매수세 위축
향후 전망도 '상승 vs 하락' 갑론을박
"전망보다 필요에 의한 접근이 중요"

편집자주

부동산 전문가가 자산관리도 전문가입니다. 복잡한 부동산 상식 쉽게 풀어 드립니다.
한국일보

추석 이후 집값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도심의 아파트의 모습.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거침 없이 오르던 집값에 지난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정부(한국부동산원)나 민간(KB국민은행) 통계 모두 추석 이후 아파트값 오름폭이 둔화되고 매수세도 한풀 꺾인 것으로 나옵니다. 아직 하락한다고까지는 볼 수 없지만 그간의 급등 피로감과 정부의 대출규제 등 요인으로 부동산 시장이 관망세에 접어든 건 확실하다는 게 현장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집값 상승세가 주춤하자 요즘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하락론자’와 ‘상승론자’ 간 논쟁도 치열합니다. 하락론에선 △금리인상에 따른 집주인의 이자 부담 △집값을 받칠 매수여력 부족 △최근 늘어난 서울 아파트 하락 거래 비율 등을 근거로 듭니다. 반면 상승론 측은 임대차 3법 시행의 여파 속에 공급부족이 여전해 향후 2,3년 간은 집값이 여전히 더 오를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헷갈리는 실수요자들은 이럴 때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매수자 우위 시장 전환… 청약 미계약도 속출


2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이달 셋째 주 101.6으로 6주 연속 하락했습니다. 지수의 수준도 4월 셋째 주(101.1) 이후 6개월 만에 최저치입니다.

매매수급 지수는 기준점인 100보다 낮으면 매수자 우위, 높으면 매도자 우위 상태임을 뜻합니다. 현재 추세라면 조만간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전환될 전망입니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전체로도 104.9로 내려가면서 지난해 10월 마지막 주(104.6) 이후 1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습니다.

민간 KB 통계로는 이미 매수자 우위 시장이 됐습니다.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6.1까지 떨어져 3주째 매수자 우위 시장입니다. 80포인트대까지 내려간 건 5월 셋째 주(88.4) 이후 처음입니다. 수도권은 지난주 91.5로 전주(101.6)보다 하락폭이 커지며 매수자 우위 시장에 돌입했습니다.

청약 불패로 여겨졌던 서울 분양시장에선 미계약 사태도 잇달아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18일 강서구 ‘우장산 한울에이치밸리움’은 18가구를 대상으로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습니다. 청약 당시만 해도 37가구 모집에 2,288명이 몰려 평균 61.8대 1을 기록했지만 예비 당첨자까지 계약을 포기한 탓에 절반 가깝게 무순위 물량이 나왔습니다. 20일에는 관악구 ‘신림스카이아파트’에서 22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을 했습니다. 43가구 모집에 994명이 몰렸던 이 아파트는 지난달 무순위 청약을 받았는데도 남아서 이번에 2차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습니다.

최근 논란의 중심인 화천대유가 시행한 경기 성남시 ‘판교 SK뷰 테라스’는 1순위 청약 경쟁률 316.8대 1을 기록했지만 중도금 대출이 안 되는 높은 분양가 탓에 당첨자들이 무더기로 계약을 포기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미계약이 발생한 아파트는 ‘나홀로 아파트’,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대단지 아파트에 비해 가구 수가 적고, 분양가 등이 높아 수요자의 선호도가 떨어지는 경향은 있습니다.
한국일보

아파트 매매가격 전주 대비 상승률. 그래픽=김대훈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매도-매수자 간 힘겨루기… 하락장 판단은 아직


이런 이상 징후만 보면, 집값이 조정기에 접어들 것이라는 기대도 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매도자와 매수자 간 팽팽한 힘 겨루기가 벌어지는 상황이어서, 조금 더 흐름을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입니다. 집주인은 여전히 높은 호가를 유지하고 있고, 매수자는 비싼 가격에 집을 사려는 의지가 떨어진 상태입니다. 매도자, 매수자 모두 서로 물러설 생각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전문가들은 당장 집값이 크게 내리기보다는 지금처럼 거래량과 상승률이 둔화되는 양상이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봅니다. 여전히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고, 높은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을 받쳐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평균적인 수요는 연간 4만7,711가구인데, 올해 입주물량은 3만545가구, 내년 1만8,042가구로 더욱 줄어듭니다. 내년 8월부터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세입자가 시장에 새로운 수요로 나오기도 합니다.

집값 고점을 경고해 왔던 정부도 속으론 내년 집값 상승을 점치는 분위기입니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홍남기 장관의 “오름세가 진정되는 기미가 있다”는 발언과 달리 내년 수도권 집값이 올해보다 5.1% 상승한다는 전망을 전제로 2022년 세입예산을 편성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집 사야 돼, 말아야 돼?


집을 사고 파는 건 언제나 어려운 일입니다. 시장 예측이 쉽지 않기 때문이죠. 또 내년에는 대선이라는 큰 변수도 있습니다. 거래 절벽인 지금은 집을 사기도 겁나고, 팔기도 겁나는 시기입니다.

고민이 더 큰 쪽은 매수자일수밖에 없습니다. 고점 인식이 뚜렷한 상황에서 집을 샀다가 나중에 집값이 떨어지면 그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청약을 노리기에는 입지가 좋은 대단지의 경우 청약 가점이 낮아 당첨 가능성도 희박합니다.

이럴 때는 접근 방식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향후 집값 전망에 얽매이기보다는 ‘필요’에 의한 매수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지금 같은 장세에서는 전망보다 필요로 판단하는 것이 좋을 수 있다”며 “필요는 투자보다 앞선다”고 말했습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