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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입소문’ 타고 해외여행 봇물 터진다…사이판·유럽 이어 타이도 한국인 무격리 여행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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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금·토요일마다 600~700여명씩

먼저 간 이들의 ‘입소문’이 불 지펴

“‘정상화 진입’ 단계…희망 보인다”

여행사, 앞다퉈 정상근무체제 전환

항공사들도 여행지 운항 재개 서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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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세느강 가에 위치한 건물 안서 내다본 에펠탑 전경. 참좋은여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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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오전 7시 인천공항 안 여행사들의 출국 준비 데스크. 사이판 여행객들로 북적였다. 모두 한껏 들떠 있다. 출국 통로 입구에도 줄이 섰다. 이상필 참좋은여행 부장은 “지난달부터다. 거의 1년 반 만에 보는 모습이다. 매주 목·토요일마다 600~700여명이 출발한다. 희망이 보인다”고 말했다.

사이판을 시작으로 괌·하와이(이상 미국)·싱가포르·몰디브·칸쿤(멕시코)·스페인·프랑스·스위스·그리스·터키·타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막혔던 해외여행 물꼬가 잇따라 터지고 있다. 주요 해외여행지 하늘길도 속속 열린다. 잔뜩 움추렸던 여행사들이 기지개를 펴고, 해외여행을 ‘절실해’ 하던 이들의 마음이 들뜬다. 여행사들의 해외여행 상품 출시와 마케팅이 활발해지고, 이용자들의 해외여행 상품 및 항공편 검색량이 빠르게 는다.

벌써부터 여행·항공업계에선 “11월 초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시행 및 우리나라 사람들의 주요 여행·휴양지로 꼽히는 타이의 한국인 무격리 여행 허용을 계기로 해외여행이 물꼬가 터지는 단계를 넘어 빠르게 ‘정상화’ 단계로 나아갈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다.

■ 앞다퉈 열리는 해외여행 문 지난 6월 말 우리나라와 첫 트래블버블(여행안전권역) 협약을 맺은 사이판을 시작으로 백신 접종을 완료했거나 영문 코로나19 검사(PCR) 음성 확인서만 있으면 바로 떠날 수 있는 해외여행지가 빠르게 늘고 있다. 신혼여행지와 휴양지로 각광받는 괌·하와이·몰디브 등이 개별 여행 허용 및 무격리 조건으로 우리나라 여행객을 받고 있고, 유럽에서는 스페인·프랑스·그리스·터키·스위스 등 20여개 나라가 ‘한국인 여행객 환영’을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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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야경. 하나투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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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에는 싱가포르가 트래블버블 협약에 따라 15일부터 한국인 단체여행은 물론 개별여행도 받기로 했고, 타이의 한국인 무격리 여행 허용도 예정돼 있다. 하나투어는 이미 전세기를 이용하는 ‘치앙마이 골프여행 상품’을 내놨다. 조일상 하나투어 수석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타이 주요 도시와 휴양지는 베트남·일본·중국 등과 함께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찾는 해외여행지”라며 “최근 타이 정부가 한국인 무격리 여행을 허용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위드 코로나 시행과 맞물리며 해외여행 정상화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기 해외여행지 가운데 중국은 내년 열리는 올림픽 방역 문제로, 일본은 경색된 한-일 관계 탓에, 베트남은 내년 6월부터 해외여행 문을 열겠다고 못박아놓은 탓에 당분간은 여행 재개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많다. 조 수석은 “사이판에 이어 타이까지 터지면, 다른 나라들의 한국인 관광객 허용 일정도 빨라질 수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 가본 이들의 입소문이 기폭제 우리나라와 사이판의 트래블버블 협약에 따라 여행사들이 사이판 여행 상품을 내놓기 시작한 건 지난 6월 말부터다. 출발일에 따라 7박8일짜리가 49만원대부터, 골프 3라운드가 더해진 상품은 79만원대부터 판매됐지만, 8월 말까지만 해도 예약자가 많지 않았다. ‘사실상 호텔 격리인데 괜찮을까’란 걱정이 발목을 잡았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8월 말까지만 해도 승객이 10여명에 그칠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먼저 갔다 온 이들의 ‘입소문’으로 상황이 빠르게 바뀌기 시작했다. 한 여행사 임원은 “‘말이 호텔 격리이지, 최고급 호텔에서 하루 세끼 호텔식을 제공받으며 호텔 내 부대시설과 비치를 이용하고 골프를 칠 수 있다. 최고의 휴양이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예약이 갑자기 몰렸다. 여행사 직원들이 가족 이름으로 예약하는 사례도 많았다”고 전했다. 며칠 만에 사이판 여행상품이 ‘완판’됐다. 조 수석은 “연말까지 꽉 찼다. 8000명이 예약을 마쳤다. 지금은 풍선효과로 괌·하와이·몰디브 등의 예약이 늘고 있다. 하나투어만 해도 괌 해외여행 예약자가 1200명을 넘었다”고 말했다.

유럽여행 물꼬도 입소문이 기폭제가 됐다. 지난 9월 롯데관광 상품을 이용해 스위스를 다녀온 이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여행사진과 소감을 공유한 게 불을 질렀다. 이 부장은 “당시 20명이 스위스 단체여행을 다녀왔는데, 이들이 에스엔에스를 통해 주고받은 사진과 소감이 해외여행을 절실해하던 사람들의 가슴에 불을 지른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인은 무격리라고 하지만, 어떤 상황에 처해질지 혹시 불편함을 겪지는 않을까 걱정이 많을 수밖에 없다. 갔다 온 분들의 입소문을 통해 이런 궁금함이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에선 콧구멍 속 점액이 아니라 입 속 타액 채취 방식으로 코로나 감염 검사를 한다는 사실도 이들을 통해 알려졌다”고 말했다.

이후 참좋은여행은 지난 5일 스위스·스페인·프랑스·그리스·터키 가운데 한 나라를 골라 9~10일 여행하는 ‘한 나라 일주’ 상품과 체코·오스트리아 2개국을 9일 동안 돌아보는 상품 등을 내놨는데, 출시 첫 날에만 450명이 예약했고, 이후에도 하루 평균 200명 가량이 예약 신청을 하고 있다. 이 부장은 “지난 22일 기준으로 3570명이 예약을 마쳐, 출발일 기준으로 11월에만 25개, 연말까지는 50개 상품이 출발이 확정된 상태다. 소비자 쪽에서 보면 출발 확정된 상품을 골라 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참좋은여행 유럽여행 상품은 출발일에 따라 터키 일주 상품은 99만원, 스페인은 159만원, 체코·오스트리아는 149만원, 그리스와 프랑스는 200만원, 스위스는 339만원부터 예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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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 치앙마이 가산쿤탄 골프장 전경. 하나투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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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항공업계 “물 들어왔다. 노 저어라” 여행사들은 위드 코로나와 타이의 한국인 여행 무격리 허용을 계기로 해외여행이 정상화 단계로 나아갈 것이란 기대감을 바탕으로 앞다퉈 정상근무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여행사들은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지난해 상반기부터 대다수 직원들을 명예퇴직시키거나 휴직 발령하는 등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하나투어가 10월부터 육아휴직자 등을 제외한 직원 1100여명을 전원 출근시켰고, 인터파크여행도 정상근무 체제로 전환했다. 모두투어 등 다른 여행사들도 정상근무 인원을 늘리고 있다. 참좋은여행은 “지금은 유럽팀과 미주팀만 전원 출근 중이지만, 11월부터는 휴직자 절반 이상이 정상 출근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항공업계도 신발 끈을 조여매는 분위기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중단했던 주요 여행지 노선을 대상으로 운항 재개·증편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이미 사이판·괌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 등이 주 1~2회 운항을 재개했다. 대한항공은 추가로 11월3일부터 인천~하와이 노선을, 에어서울은 12월23일부터 인천~괌 노선 운항을 재개하기로 했다.

정부도 가세했다. 해외여행 활성화 촉진을 위해 코로나19 여파로 중단됐던 지방 공항의 국제선 운항을 재개하기로 했다. 김해공항은 11월 말부터 김해~사이판과 김해~괌 항공편을 각각 주 2회와 1회씩 운항할 예정이다. 12월부터는 대구·청주·무안공항에서도 각각 주 3~5회씩, 내년 설 연휴 때는 김포·제주·양양공항에서도 국제선 항공기가 뜨고 내릴 수 있게 할 예정이다. 김용석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은 “김해공항 사이판·괌 노선 증편을 시작으로 지방 공항의 국제선 운항이 확대되면 지역 주민들의 해외여행 편의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며 “지역 항공·여행업계 회복의 마중물이 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재섭 선임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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