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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문 대통령, 누리호 발사 연설문 직접 수정…“성취 국민께 알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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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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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1일 오후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2)’의 발사 참관을 마치고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통제동에서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고흥|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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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1일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발사 참관 직후 “발사체를 우주 700㎞ 고도까지 올려 보낸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라는 내용의 연설문을 직접 수정한 사실이 24일 전해졌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당시 대통령은 ‘위성 속도가 충분하지 못했지만 위성의 목표 고도를 성취한 것은 국민께 알려야 한다’면서 이러한 문장으로 직접 수정한 대국민 메시지를 현장에서 전달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를 방문해 누리호 발사를 지켜봤다. 누리호는 이날 예정된 고도까지 상승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탑재한 위성 모사체를 궤도에 정상 투입하는 데 실패했다.

박 수석은 “당시 누리호 비행시험 종료 후 데이터 분석을 기다리던 중 박수경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은 현장에서 올라온 ‘궤도 안착 실패 예상’ 소식을 대통령께 보고드렸고, 미리 준비한 부분성공·비정상 비행 버전 연설문을 바탕으로 수정 검토를 시작했다”면서 “박 보좌관은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컨셉의 톤 다운된 버전으로 연설문 수정을 제안드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비록 더미 위성을 궤도에 안착시키지는 못했으나 1·2단 연소와 분리, 페어링까지 다 성공했으니 과장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성취를 최대한 축하하는 연설문으로 작성하겠다”며 직접 연설문을 수정했다고 한다.

박 수석은 문 대통령이 평소 ‘만약에 발사에 완전히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더 큰 격려와 응원이 필요해 현장 참관을 결정했다’고 말했다며 “대통령은 연설문 곳곳을 이루지 못한 성과보다는 달성한 목표를 강조하는 문장들로 채워 나갔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누리호 발사 결과를 보고받은 직후 연설에서 “아쉽게도 목표에 완벽하게 이르지는 못했지만, 첫 번째 발사로 매우 훌륭한 성과를 거뒀다”며 “발사체를 우주 700㎞ 고도까지 올려 보낸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며 우주에 가까이 다가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도 “우리가 이룬 성취를 국민들께 잘 전달하고 연구진들의 사기를 북돋워 드리라”고 당부했다.

새로 개발한 우주 발사체의 첫 발사 성공률이 30%를 밑도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발사 참관은 참모들로서도 부담이었다. 발사가 실패했을 때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을 어떻게 할지도 고민이었다. 청와대 참모회의에서는 실패시 대통령이 생방송 연설을 하지 않고 연구원들을 격려만 하고 돌아오는 것으로 논의가 됐다고 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실패시에도 직접 생방송 연설을 할 것”이라며 “연설 내용도 현재까지 우리가 확보한 기술의 축적과 우리나라 우주 개발의 도전과 의미를 담겠다”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월25일에도 나로우주센터를 찾아 누리호 발사체 1단 3차 연소시험을 지켜봤다. 박 보좌관은 당일 연소시험이 성공했을 때 대통령 연설의 “누리호는 10월이면 위성 모사체인 더미 위성을 싣고 우주로 날아가게 된다”는 내용에서 ‘위성 모사체인 더미 위성을 싣고’ 부분을 빼자고 건의했다. 실제 위성이 아니며, 발사체 연소시험 성공에 초점을 맞추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였다. 문 대통령은 “연소시험의 의미를 국민들에게 설명하기 위해서는 발사체의 최종 역할을 연계한 설명이 필요하다”며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국민들에게 누리호 발사 목적을 명확히 설명하는 동시에 군사적 목적이 아님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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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ll)가 지난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힘차게 날아오르고 있다. 고흥|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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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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