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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제가 좀 잘 벗긴다" 치료핑계로 女환자 성추행한 도수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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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도수치료 장면. 본 기사와는 무관함.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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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무죄→항소심 "징역 8개월 집유 2년"



도수치료 과정에서 환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30대 물리치료사에게 항소심 재판부가 유죄 판결을 내렸다. "사전 설명이나 양해 없이 성희롱 발언을 하고 과도하게 신체 접촉을 한 것은 성추행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광주지법 형사2부(부장 김진만)는 24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로 기소된 A씨(36)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3년간 아동·청소년·장애인 기관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5월 3일 전남의 한 병원에서 도수치료를 하면서 여성 환자 B씨(20대)를 수차례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도수치료는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에 따라 물리치료사가 맨손을 이용해 척추와 관절 등을 직접 자극하고 틀어진 관절을 바로잡아 통증을 완화하고 변형된 체형을 교정하는 치료 방법을 말한다.

조사 결과 A씨는 병원 내 치료실에서 B씨를 침대에 눞인 뒤 "제가 스스럼 없이 잘 벗긴다"고 말하거나 목 뒤에 손을 넣어 팔베개한 상태에서 "남자 친구가 있으면 해봤을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B씨의 목 부위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올렸다.

A씨는 B씨의 상의를 가슴 아래까지 걷어 올린 뒤 배와 가슴 부위를 양손으로 만지고, B씨의 손을 억지로 자신의 배에 갖다 댄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검찰에서 "A씨가 내 한쪽 다리를 자신의 다리 사이에 끼운 뒤 허리를 흔들면서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행위도 했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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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일러스트.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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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 치료와 달라…'성추행 아냐' 반복"



1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의 발언에 성희롱 여지가 있고 사전에 치료 행위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과실도 있지만, 성추행했다고 볼 증거가 충분치 않다"면서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추행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이었다.

하지만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 일부 행위가 치료상 필요했더라도 사전 설명이나 양해 없이 성희롱 발언을 했고, 과도하게 신체 접촉을 한 것은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킬 수 있는 성추행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통상적인 도수치료는 환자의 옷 위로 촉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환자의 맨살에 접촉하거나 신체 부위를 노출하는 행위는 최소한으로 제한한다는 점에 비춰 볼 때 (피고인의 행위는) 그 범위를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일부 치료 행위가 학회의 일반적인 치료와 다르고 치료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피해자에게 '성희롱이나 성추행이 아니다'고 말한 점 등도 피고인의 추행 의도를 뒷받침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치료를 핑계로 피해자를 추행해 죄질이 매우 좋지 않고 피해자 역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면서도 "사실관계 자체를 대체로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추행 정도 등을 고려해 형량을 정했다"고 했다.

한편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유튜브 채널에 올라오는 도수치료 영상을 두고 선정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일부 교정센터가 여성 환자의 가슴이나 엉덩이 등을 강조한 장면이 담긴 영상을 게재한 것에 대해 네티즌 사이에선 "누가 저런 옷을 입고 도수치료를 받냐"는 비판과 "동의하고 찍는 건데 무슨 문제냐"는 옹호론이 엇갈렸다.

광주광역시=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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