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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네임' 박희순의 '섹시 빌런'은 어떻게 탄생했나[인터뷰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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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이하 기사는 '마이네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제가 원톱 여자 주인공 서브 전문배우다. '세븐데이즈'(김윤진), '마녀'(김다미), '마이네임'(한소희)까지, 여성을 돋보이게 하는 데 일가견이 있다. 좋아한다."

여성 주인공을 내세운 언더커버물의 신선함 자체가 '마이네임'의 매력 아니겠느냐며 박희순(51)이 먼저 치고 나왔다. 그걸로도 모자라 스포일러 주의보도 없이 반전과 결말을 줄줄 읖어버렸다. 반박하기 어려운 너스레지만 짚고 넘어가야겠다. 그는 누군가를 돋보이게하는 데'만' 일가견이 있는 배우가 아니다!

넷플릭스 '마이네임'은 여성 원톱 복수극이자 언더커버 물이다. 아무 것도 못한 채 눈 앞에서 범죄자 아빠를 잃은 여고생 딸은 범인을 잡아내라며 제 발로 조직에 들어간다. 수 년간 혹독한 단련을 거친 그는 이름마저 버리고 조직의 일원으로서 경찰에 잠입한다. 아빠를 죽였다는 경찰을 찾기 위해서다. 한소희가 한소희가 맡은 여주인공 지우가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를 이끈다.

그리고, 이 드라마의 시작이자 끝인 다른 사람이 있다. 죽은 친구의 딸을 조직원으로 키워 경찰에 들여보낸 마약조직 동천파의 보스 최무진이다. 드라마가 끝을 향할수록 이 돌이킬 수 없는 복수극의 흑막이 바로 그임이 드러나지만, 최무진을 그저 증오하기가 쉽지 않다. 박희순이 그를 연기한 탓이다.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된 악마, 어쩌면 누구도 믿을 수 없어 악마가 된 사내는 강력한 존재감으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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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처럼, 악마같은 놈이다. 사이코다. 그런 인물이지만 연기하는 입장에선 동화될 수밖에 없고, 최무진이 되어야 했다. 제 입장에선 정당화할 수밖에 없다. 표현할 때는 관객들이 상상할 수 있게끔 많이 표현하지 않으려 했다…. 그래서 최무진을 만들 때는 두가지 화두를 가지고 시작했다. 거짓된 진실, 진실된 거짓. 그 둘이 항상 마음에 있었다."

지우의 아빠 동훈(윤경호)는 언더커버였다. 경찰임을 숨기고 조직에 잠입해 최무진과 함께했다. 그에게 마음을 열었던 최무진은 치를 떨며 제 손으로 가장 사랑하던 친구를 죽였다. 김진민 감독은 박희순이 이 장면을 가장 먼저 찍도록 했다. 그 다음 촬영이 최무진과 지우가 처음 만나는 동훈의 장례식장 장면이었다. 박희순의 기억에 가장 깊이 남은 장면이자, 최무진이 '마이 네임'에 처음 등장하는 순간이다.

"아저씨가 우리 아빠 조직 두목이에요?… 우리 아빠 누가 죽인 거예요!"(지우)

"니 아버지는 내가 가장 믿었던 친구였고 형제였다."(최무진)

연기하기 힘든 신이었다. 배신감과 슬픔, 죄책감… 그 복잡한 감정을 꾹꾹 누르며, 처음부터 박희순은 한소희를 보지 않겠다는 설정으로 대사를 뱉었다.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김진민 감독의 말에 한소희를 바라봤던 박희순은 그만 NG를 냈다. "너무나 슬퍼보여서, 최무진이 아니라 박희순이 됐다. 눈물이 쏟아졌다"는 그는 "그 감정이 있었기에 끝까지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는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다. 참는다.' 거기에서 시작했다."

그래서 지우도, 관객도, 무진 자신도 헷갈린다. 최무진이 여느 악당과 다른 결과 매력을 갖게 했다. 박희순은 이를 두고 "아메리칸 사이코는 냉철하게 직진한다. 코리안 사이코는 극악무도한 놈이라도 많이 흔들린다"고 너스레를 떨며 "늘 두세 가지 감정이 있다. 모든 장면에서 '이게 진짜일까, 가짜일까' 질문했다"고 말했다.

"지우는 친구의 딸, 내가 죽인 친구의 딸이다. 수많은 감정이 쌓여있기에 스스로도 감정을 잘 모를 것 같다. 배신당했던 복수를 위해 모든 걸 시작했지만, 왜 이렇게 되고 외 흔들리며 또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으려고 한다. 그것이 단순한 복수가 아닌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원인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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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은 박희순이 가장 기뻤던 부분이었다. 지난 15일 공개된 '마이 네임'이 세계에서 반향을 일으키며 가장 많이 본 넷플릭스 TV 시리즈 3위에 오르는 동안, 사실 박희순은 코로나19 때문에 2주의 자가격리 시간을 보내야 했다. 덕분에 열심히 인터넷을 하면서 확인한 관객들의 저마다 다른 반응이 신기하고 소름이 돋았단다.

"내 마음을 들켜버린 듯한 것도 있었고, 내가 생각지도 못한 것도 있더라. 거기에서 오는 희열이 있다. 나는 최무진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하는 대사도 안 했는데, 그들은 표정과 연기만으로 많은 서사를 만들어내는구나. 그것이 이 작품이 인기를 얻는 것보다 더 기분이 좋다. 희열이 있다."

그 풍부한 해석의 가능성은 박희순이 '마이 네임'의 최무진에게 끌린 진짜 이유이기도 했다. 그는 "처음으로 마음을 열고 속마음을 내비쳤던 사람들에게 배신을 당했을 때 마음이 비워지는 기분을 느꼈을 것이다. 정체성에 대한 혼돈도 느꼈을 것이다. 내가 좋아한 그 친구는 누구이며 그런 나는 누구인가. 그 외로움과 고독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을 것"이라며 "최무진을 다 알지는 못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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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향한 반응 또한 뜨겁다. 완벽한 슈트핏에 남성미에 퇴폐미까지 더해진 미워할 수 없는 빌런을 두고 "50살한테 반했다" "섹시하다" "섹시 빌런"이라는 호응이 이어지고 있다. 박희순은 ""제가 평소에 섹시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으면 '아 그렇구나' 떳떳하게 이야기를 하겠는데 전혀 그런 이야기를 듣지 않다가 이 작품에서만 이야기를 듣는다"며 함께 한 작가와 감독, 의상팀과 분장팀에게 공을 돌렸다.

비주얼까지 치명적인 최무진이 만들어지기까지, 작가가 쓴 매력적 캐릭터에 더해진 김진민 감독의 전폭적 지원이 있었다. 감독의 주문은 이랬다. '최무진이 무조건 멋있고 섹시해야 한다. 얼마나 돈이 들어가도 좋으니 최무진을 섹시하게 만들어 달라.' 이미 박희순과 함께 한 경험이 있던 영화스태프 출신 의상팀·분장팀은 양쪽 차이가 있는 어깨 높이까지 보정한 맞춤 슈트로 독보적 핏을 만들어냈다 남성미 넘치는 후반부 수염 또한 이같은 정성과 공의 산물이다.

"과거 장면에선 내 수염인데 덥수룩한 수염은 쉽지가 않더라. 다 수염을 붙이는 사극도 아니고 오직 배우 1명을 위해 분장사가 온다는 건 제작비 문제도 있고 고민이 될 수 있다. 감독님이 자신있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한 회차 줄여줄게, 써.' 분장실장님이 너무 감동했고, 저도 전해들었다. 너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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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희에 형사 전필도 역 안보현, 조직원 도강재 역 장률, 동천파 2인자 이학주까지, '독수리 오형제'라 불린 후배들과 케미스트리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모두들 크고작은 부상을 달고 살면서도 최선을 다하고, 늘 서로 노심초사하며 '잘 찍었을까' '다치지 않았을까' 단체 카톡방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 또한 나눴다. 각자 집까지 한번씩 가 봤을 정도다. 스스럼없이 어울린 한소희 또한 "하는 짓이, 마음 씀씀이가 예뻤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희순은 한소희와 첫 만남을 회상했다. 캐스팅 확정 후 액션을 연습한 지 열흘쯤 됐다기에 찾아가본 파주액션스쿨에는 땀에 절어 복싱에 한창인 한소희가 있었다.

"CF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여리여리하고 예쁜 인물일거라 생각했다. 깜짝 놀랐다. 남자들도 열흘 해서 그 정도가 안 되는데 복싱하는 폼이 나오더라. 애가 사기를 치나, '운동 한 번도 안했다면서 몸을 그렇게 잘쓰니' 했다. 그 몸에서 행복해 하고 재밌어 하는 게 보였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옴팡 젖어 있는데 그 모습이 참 예뻐보였다. 이후에도 소희가 얼굴이 예쁘다고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하는 짓이, 연기가, 마음 씀씀이가 예뻤다. 편견없이 동료고 동생이고 우리 배우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공개 1주일 만에 넷플릭스 한국 인기 콘텐츠 1위, 전세계 인기 드라마 3위에 오른 '마이네임'의 바람은 당분간 이어질 것 같다. "'오징어 게임'이 문을 활짝 열어줬고, 덕분에 후속작이 주목받는 것 같다"고 감사를 돌린 박희순은 "K팝이 세계로 나갔듯이 K드라마도 시작되지 않으까 한다"며 희망을 이야기했다.

아직 개그맨 박휘순과 이름을 헷갈려하는 분이 있다며 이름을 찾고 싶다는 희망사항으로 폭소를 안기기도. "자가격리는 이제 끝나고 자유의 몸이 됐다"고 기뻐하는 박희순의 또 다른 변신을, 매력 만점의 새로운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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