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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정영학 녹취파일’ 증거능력 법원서 인정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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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측, 녹취 파일 증거 능력 문제 삼을 듯

향후 치열한 공방 예상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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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52)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재판에 넘겨지면서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낸 녹취 파일의 증거능력이 법원에서 인정될지 주목된다.

24일 법조계와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이 유 전 본부장을 특가법상 뇌물 및 부정처사 후 수뢰(약속) 혐의로 재판에 넘기는 데는 정 회계사가 낸 녹취파일이 큰 역할을 했다.

정 회계사는 지난달 중순 대장동 의혹이 본격적으로 불거지자 그달 27일 서울중앙지검에 먼저 출석해 자신이 갖고 있던 녹취 파일들을 제출했다.

이 녹취 파일들엔 정 회계사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 등이 공동 경비 분담을 두고 옥신각신하는 내용, 유 전 본부장에게 배당 수익 중 700억원을 지급하기로 약속하는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화천대유로부터 거액을 받았거나 거액을 받기로 약정했다는 로비 대상자 명단인 '50억 클럽설', '350억원 로비설',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 논란도 모두 이 녹취록에서 출발한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지난달 29일 화천대유와 성남도시개발공사 등을 동시다발 압수수색하며 수사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고, 지난 21일 '대장동 4인방' 중 한 명인 유 전 본부장을 기소하기에 이르렀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의 재판에 정 회계사의 녹취 파일들을 핵심 물증으로 내세워 혐의 입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변호인 측에서 이 녹취 파일들의 증거 능력을 문제 삼을 것으로 보여 양측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증거능력은 형사소송법상 엄격한 증명의 자료로 사용될 수 있는 법률상 자격을 뜻한다. 증거능력이 없는 증거는 내용이 진실하더라도 유죄 증거로 쓸 수 없고, 법정에서 증거 제출도 불가능하다. 증거 능력이 인정돼야 증명력(증거의 실질적인 가치)을 따지게 된다.

문제는 정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파일 중 일부를 두고 불법 도청 의혹이 제기된다는 점이다.

연합뉴스 취재 결과 정 회계사의 녹취 파일 중에는 본인이 포함된 다자 대화도 있지만 자신은 빠진 상태에서 김만배씨가 다른 이와 대화한 내용도 들어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 녹음을 금지하고 있으며, 이처럼 불법 도청으로 확보한 자료는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게 하고 있다. 이른바 '독수독과(毒樹毒果·위법수집 증거 배제)' 법칙이다.

이런 가능성 때문에 앞서 김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 때도 검찰이 정 회계사의 녹취록을 법정에서 틀려 하자 변호인 측이 증거 능력을 문제 삼으며 반발했고, 재판장도 녹취파일 재생을 제지했다.

그뿐만 아니라 녹음 파일 또는 녹취록 속 진술은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특신상태)에서 행해진 경우에만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법조계에서는 김만배씨 측이 "수익금 배분 등을 둘러싼 갈등과정에서 정 회계사가 의도적으로 녹음하고 편집했다", "정 회계사와 한 번도 진실한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 "녹음하는 걸 알고 일부러 허위사실을 포함했다"고 말한 것도 향후 재판에서 특신 상태가 아니었다고 주장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란 해석도 나온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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