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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대법 "화재 진압 사고 후유증…생 마감 소방관, 위험직무순직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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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A씨, 화재 진압 중 사고나 응급 수술

동료에게 수혈받았지만…B형 간염 보균자

간암으로 우울증…스스로 목숨 끊어

法 "사망 직접 원인, 화재 진압 중 얻은 위해"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화재 진압 중 전기에 감전돼 당한 부상으로 인한 우울증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한 소방공무원에 대해 ‘위험직무순직’ 요건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데일리

서울 서초구 대법원.(사진=이데일리DB)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A씨가 인사혁신처를 상대로 제기한 위험직무순직유족급여청구부지급결정 처분 취소 청구의 소 사건에서 원고 승소 판단을 내린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소방공무원 A씨는 1984년 11월 화재를 진압하던 중 전기에 감전돼 쓰러지면서 유리파편이 우측 대퇴부를 관통하는 부상을 입었다. 우측 좌골신경 절단증, 우측 대퇴부 근육파열증의 부상을 입은 A씨는 급박한 수술이 필요했고, 당시 동료의 혈액을 수혈받았다. 그러나 해당 동료가 B형 간염 보균자임이 밝혀졌고, A씨 역시 2011년 B형 간염, 간경변, 간암을 진단받았다. 병세가 악화된 A씨는 2013년 소방공무원에서 퇴직했고 계속해서 치료를 받았지만 우울증에 시달려 그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A씨의 사망이 순직인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2018년 법원은 A씨의 사망이 공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고, 순직유족보상금 지급 결정을 내렸다. 다만 A씨 유족 측은 “순직을 넘어 ‘위험직무순직공무원’에 해당한다”며 위험직무순직유족급여를 청구했고 인사혁신처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로써 소송전이 시작됐다.

법원은 A씨 유족 측 손을 들어줬다.

1심은 “구 공무원연금법상 소방공무원이 생명·신체에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재난·재해 현장에서 화재진압이나 인명구조작업 중 위해를 입고 이 위해가 ‘직접적인 원인’이 돼 사망한 경우를 위험직무순직공무원의 요건으로 한다”며 “화재진압은 생명·신체에 고도의 위험이 발생하는 직무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부상이 위험직무수행 중 입은 위해임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 질병은 이 사건 부상을 치료하기 위한 수술과정에서 얻게 된 것으로 위험직무 정리행위의 일환으로 필수적인 부수 활동에 해당한다”며 “이 사건 부상과 질병 발생 사이에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해서 달리 볼 것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A씨는 질병을 얻은 후 극심한 심신의 고통을 받다가 이를 견디지 못하고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돼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였다”며 “A씨의 자살은 이 사건 질병이 주된 원인이었으므로, 결국 위험직무수행 중 입은 위해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사망에 이르게 됐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인사혁신처는 이에 불복해 항소·상고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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