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인플레이션 세계 경제 발목 잡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파이낸셜뉴스]
파이낸셜뉴스

러시아 블라디보스톡항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인 가운데 22일 작업자들이 바쁘게 걸어가고 있다. 전세계 주요 항구는 물류 병목 현상 속에 처리하지 못한 컨테이너들로 가득하다. 로이터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공급망 차질과 이에따른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세계 경제 회복세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점증하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22일(이하 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중앙은행(RBSA) 주최 온라인 포럼에서 인플레이션 고공행진이 내년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등 각국 중앙은행들의 전망도 비관으로 바뀌고 있다.

'중앙은행의 중앙은행'이라는 별명이 있는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38개 주요 중앙은행 가운데 13개 중앙은행이 올들어 최소 한 차례 이상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달에만 뉴질랜드, 폴란드, 루마니아 등이 지난해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뉴질랜드는 지난달 이후 델타변이 확산으로 경제 중심지이자 최대 도시인 오클랜드에 봉쇄령이 내려진 와중에도 금리인상을 결정할 정도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컸다.

연준 "인플레이션, 더 오래 지속될 수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연준 고위 관계자들의 물가 전망은 점점 우상향으로 기울고 있다.

파월 의장은 22일 "공급측 차질이 악화하고 있다"면서 가계와 기업의 인플레이션 예상을 주의 깊게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파월은 또 지금의 높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아마도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 수개월 동안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대비할 것이라고 말해 상황에 따라 통화 정책 긴축 전환 속도를 높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연준은 다음달 2~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월 1200억달러 규모의 채권 매입을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테이퍼링을 결정할 것이 거의 확실시 된다.

연준은 지난달 FOMC에서 채권 매입 규모를 월 150억달러씩 줄여 내년 6월에 매입을 종료한다는 의견으로 수렴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매입 규모 감소폭을 확대하고, 종료 시기 역시 앞당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렇게 되면 현재 내년 말께로 예상되는 연준의 첫번째 금리인상 시기도 당겨질 수 있다.

미국의 심각한 인력난도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미셸 보먼 연준 이사는 13일 연설에서 8월과 9월 미 신규고용 증가폭 둔화는 노동공급이 제약을 받고 있음을 나타내는 징표라면서 노동력 부족에 따른 임금인상과, 이에따른 2차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우려했다.

기업들 "인플레이션이 실적 압박"
광범위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기업실적을 압박할 가능성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세탁기로 유명한 미 가전업체 월풀은 22일 공급 부족 속에 철강, 송진 등 여러 원자재 가격이 '꽤나 거칠게' 오르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올해 제조비용이 10억달러 가까이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식료품 체인 앨버슨스의 비벡 산카란 최고경영자(CEO)는 요즘엔 어떤 날이건 간에 상점에서 특정 제품 재고마저 동나는 경우가 반드시 있다고 말했다.

멕시코 음식 체인점 시폴레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잭 하텅은 모든 원료가 늘 부족하다고 답했다.

비영리 제조업 컨설팅업체 매그넷의 이선 카프 CEO는 원료부족과 높은 수요 속에 제조업체들은 '조용한 혼돈'에 빠져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말 대목을 맞아 업체들이 그 어느때보다 바쁘게 돌아가고는 있지만 인력, 원료 부족으로 가동은 원활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은 치솟는 비용을 제품 가격 인상과 효율성 제고로 돌파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이는 한계에 이를 수밖에 없어 결국 실적이 악화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가격 인상은 이제 만성이 됐다.

세계 최대 소비재 업체 가운데 하나인 프록터앤드갬블(P&G)은 지난주 미국내 10개 제품군 가운데 9개 제품군 가격을 인상했다. 이제 대부분 제품이 팬데믹 이전에 비해 한자리수 중반대 오른 가격을 나타내고 있다.

펩시코는 내년 1·4분기까지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 테슬라도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성장세 김 빠져
인플레이션 배경인 공급망 차질은 주요국 경제활동에도 타격을 주기 시작했다.

IHS마킷은 22일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10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급락해 6개월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고 밝혔다. 공급망 차질에서 비롯됐다.

또 서비스 부문 PMI 역시 팬데믹 우려로 외식, 영화 관람, 교통 수요가 줄면서 악화했다고 밝혔다.

세계 2위 경제국 중국 경제도 성장세가 급격히 후퇴했다.

주요 경제국 가운데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침체를 유일하게 피한 중국이지만 올들어 전력난, 헝다그룹 유동성 위기 등이 겹치며 3·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4.9%로 추락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그대로 유지하고, 올해 성장률 전망치만 7월 전망보다 0.1%포인트 낮은 5.9%로 낮췄지만 하방 위험이 높다고 우려한 바 있다.

시티 프라이빗뱅크의 유럽·중동·아프리카 투자전략 책임자인 제프리 삭스는 CNN비즈니스에 지난해 팬데믹 이후 급격한 반등을 경험했지만 이제 경제는 성장세가 둔화되는 회복기로 돌아섰다고 지적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