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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단독]"자전거 타볼게요"…'체험 미끼' 중고 고가물품 절도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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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수도권 등지서 고가 중고자전거 '시승'하다가 도망

훔친 자전거 재빨리 처분… 6~9월, 수천만 원 취득

6800만 원 '오데마피게' 시계도 '체험 절도' 당할 뻔

피해자들 "범인 잡혀도 제대로 보상 못 받아"…어둡고 인적 드문 곳 접촉 피해야

1천만 원 자전거·6800만 원 시계 "체험 해볼게요"… '갖고 튀어'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중고거래가 크게 늘면서 중고 고가물품을 위주로 구매하는 척 '체험'을 구실로 손에 넣은 뒤 그대로 도망가는 사건이 기승을 부립니다. 이들은 이렇게 습득한 고가물품을 재빨리 처분해버기 때문에 뒤늦게 범인을 잡아도 피해자들은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특히 이런 범행은 새벽 시간대에 인적이 드문 장소에서 주로 발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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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이미지 제공최근 온라인 중고거래가 증가하는 가운데 중고 고가물품을 구매하는 척 접근해 '체험'을 빌미로 건네받은 뒤 훔쳐 달아나는 절도 수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습득한 고가물품을 재빨리 '장물'로 내다팔아 현금화하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손실에 대해 제대로 보상받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경기 성남수정경찰서는 지난달 14일 온라인 중고거래 등으로 자전거 판매자를 만나 시승해보겠다고 한 뒤 그대로 달아난 혐의(상습특수절도)를 받는 오모(18·구속)씨 등 8명을 검거했다고 23일 밝혔다.

검거된 8명에는 주범 오씨 외에도 오씨의 친누나 오모(21)씨 등 성인과 촉법소년 등 미성년자 다수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지방검찰청은 지난 12일 특수절도 등 혐의로 이들을 기소했다.

이들은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주로 어두운 새벽 시간대에 고가의 중고 자전거 거래를 유도해 '시승을 한 번 해보겠다'고 하고 그대로 달아난 뒤 장물을 처분하는 방식으로 수천만 원을 취득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13일 오전 1시 서울 강남구에서 피해자 A씨는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인 '번개장터'에 올린 신품 가격 1천만 원 상당의 자전거를 구매하겠다는 피의자를 만났다. A씨를 만난 피의자는 자전거를 둘러보다 '한 번 타고 한 바퀴 돌아보겠다'며 시승을 요구했다. 이후 피의자는 자전거를 탄 채로 달아났다.

A씨는 "구매자가 '당장 라이딩 일정이 있어서 급하게 구매해야한다'"며 "새벽에 보자고 접근했다"고 말했다. 또 "자전거 거래에서 '시승'은 통상적인 일이라 별다른 의심 없이 해줬다"며 "자차를 타고 오지도 않았기 때문에 도망간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오전 2시 500만 원 상당의 자전거를 판매하려던 피해자 B씨도 경기 수원에서 오씨 일당에게 유사한 방식으로 절도 피해를 당했다. A씨와 B씨에게 온라인으로 접근한 피의자는 동일인물인데, 직접 현장에 나와 자전거를 훔친 이는 달랐다.

사건 다음날인 14일 오씨 일당은 이렇게 훔친 자전거 2대를 처분하려 경기 성남시 한 중고자전매장을 찾았다. 미성년자인 오씨가 고가의 자전거를 판매하는데 의심이 든 매장 주인은 인터넷 자전거 커뮤니티 등을 통해 해당 자전거가 도난 물품인 점을 파악했다. 이후 경찰에 신고해 잠복한 형사와 함께 다시 찾아온 오씨 일당을 붙잡았다.

범인 잡았지만… 피해자들 "피해 배상 못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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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A씨와 B씨는 '운이 좋은 경우'에 속한다. 도난 당한 자전거를 그대로 회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다수의 피해자는 오씨 일당이 훔친 자전거를 이미 처분해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 C씨는 지난달 11일 오전 12시 40분 서울 강동구 암사동에서 240만 원 상당의 중고 자전거를 판매하면서 오씨 일당에게 같은 수법으로 도난을 당했다. 당시 오씨는 시승 전 C씨에게 담보 명목으로 핸드폰을 맡겼는데, 이마저도 공기계였다.

경찰 조사에서 오씨는 C씨의 자전거 등 훔친 물품을 이미 처분했고 돈은 없는 상태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C씨는 "경찰에서 회수된 자전거 가운데 내 것은 없다고 한다"며 "범인이 잡혔는데도 제대로 보상도 못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범인이 미성년자라 처벌도 제대로 안 될까 걱정된다"고 밝혔다.

실제 구속된 오씨가 친누나에게 보낸 편지에 따르면, 이들은 반성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오씨는 편지에 '길어야 1년 살지 않겠느냐'고 쓰며 본인이 미성년자로 강한 처벌을 받지 않을 것을 인지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또 '나는 사기방에 있으니 용돈이나 구해달라' '앞으로 나가서 성공시켜줄게'고 언급하며 웃는 이모티콘을 그리기도 했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중고거래가 활성화하면서 중고거래 사기는 점점 늘고있는 추세다.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접수된 중고거래사기 피해건수는 지난해 12만 3168건으로 피해액은 897억 원에 육박한다. 2014년 4만 5877건에서 급증한 수치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중고거래 늘면서 사기도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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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거래 '체험 절도'는 자전거뿐 아니라 고가의 중고 시계제품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일 오전 4시 50분쯤 서울 마포구 인근에서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을 통해 만난 구매자와 900만 원짜리 '오메가' 시계를 거래하던 피해자 D씨 역시 '체험 절도'를 당했다. 구매자가 해당 시계를 '한 번 차보겠다'고 한 뒤 그대로 달아난 것이다.

D씨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물품을 처분하는 입장이라 빨리 판매할수록 좋아서 새벽 시간에라도 응했다"며 "범인은 미성년자로 보일 정도로 어려보였다"고 말했다. 현재 마포경찰서는 CCTV 등을 통해 범인의 동선을 파악하는 등 수사 중이다.

E씨도 6800만 원 상당의 '오데마피게' 시계를 중고 거래하다가 '체험 절도'를 당할 뻔했다.

지난달 20일 경기 남양주시 다산동 한 편의점 앞에서 오후 3시쯤 해당 시계를 거래하던 중 구매자가 손목에 차보다가 그대로 도주한 것이다. E씨는 온 힘을 다해 뒤쫓아 시계를 되찾았지만, 구매자는 그대로 도망갔다.

E씨는 "시계를 사겠다고 하고 일부는 현금으로 일부는 계좌이체를 하겠다고 말하더니 차에서 현금을 가져오겠다면서 (시계를 들고) 그대로 도주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도로에 공범이 오토바이를 타고 대기하고 있었다"며 "시계를 회수하는 과정에서 살갗이 까지는 등 다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체험 절도' 피해자들에 따르면, 이같은 범행은 주로 인적이 드문 새벽 시간이나 장소에서 발생했다. 피의자들은 주로 나이가 어린 편이었고, 어두운 옷을 입고 마스크를 쓰는 등 CCTV로 식별하기 어려운 복장을 갖추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처럼 중고사기 피해를 당하면 범인을 잡아도 즉각 제대로 보상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며 "미성년자가 고가의 물품을 거래하려고 나선다면 특히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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