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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인터넷병원에서 약 사는 中, 원격의료 어떻게 커졌나 [차이나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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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재현 전문위원] [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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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온라인 헬스케어 플랫폼 '징동건강'/사진=중국 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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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흔히 4대 산맥으로 일컬어지는 문제가 있다. 의료, 교육, 양로, 부동산이다. 이중 교육, 양로, 부동산은 전 세계 어디나 고민하는 정도가 비슷하지만, 의료는 중국이 유독 열악한 분야다.

중국 의료가 대화 주제일 때 중국인이 반드시 하는 말이 있다. 바로 '칸빙난'(看病難), '칸빙꾸이'(看病貴)다. "진료받기가 힘들고 진료비도 비싸다"는 의미로 중국 의료 현실을 대변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가 낙후된 의료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원격 의료를 돌파구로 삼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발생한 코로나19가 중국 원격 의료 시장을 성장시키는 계기로 작용했다. 원격 의료에 소극적이던 사람들도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병원내방 대신 원격 의료를 선택하기 시작했다.

올해 6월말 기준, 중국 온라인 의료 서비스 사용자수는 2억3900만명을 기록했다. 전체 네티즌 수의 23.7%에 달하는 규모다. 중국은 이미 감기·위장병 등 기본적인 질환, 만성병 환자가 원격 진료를 통해 기본적인 진료를 받을 수 있으며 진료비에 의료보험이 적용되는 등 초기 도입단계를 넘어섰다. 온라인으로 처방전을 받고 약을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춰졌다.


중국 정부의 원격 의료 육성 정책

중국 원격 의료 시장의 성장에는 중국 각 지역정부의 지원정책이 큰 영향을 미쳤다. 중국 의료 체계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의료 자원의 불균형적인 분포다. 경제가 발달한 동남연해 지역에 우수한 의료 자원이 집중되어 있고 농촌지역은 변변한 의사를 찾기가 어려워 "진료받기도 어려웠고 진료비도 비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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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9년 한국의 국민 1인당 외래진료 횟수는 연간 17.2회로 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했으며 일본이 12.5회로 2위를 기록했다. 반면 중국은 외래진료 횟수가 6.2회로 다소 낮은 편에 속한다. 또한 지역간 편차가 심해서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는 선진국 수준에 근접한 의료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반면, 내륙·농촌 지역은 의료 서비스 접근성이 훨씬 떨어진다.

이 같은 당면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1년 7월까지 중국 지방정부는 150개가 넘는 인터넷병원 관련 정책을 발표했다. 지난 6월 중국 국무원이 발표한 '공립의원 고질량 발전 추진에 관한 의견'에서는 원격 의료와 인터넷 진료를 활성화시킬 것이며 '인터넷+헬스케어' 전략을 심도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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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중국 인터넷병원은 1600개로 늘었다. 올해 들어 반년 만에 500여개 증가한 수치다. 특히 중국은 유럽과 유사한 공공의료 시스템이기 때문에 공립병원의 영향력이 큰데, 중국 정부가 공립의원의 인터넷병원 설립을 재촉한 점이 인터넷 병원 증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

중국 인터넷 병원은 공립병원 등 병원 주도형 인터넷 병원과 징동건강, 아리건강 등 온라인 헬스케어 플랫폼 주도형 인터넷 병원으로 구분된다. 약 7대3의 비율로 공립병원의 비중이 크다.


온라인 헬스케어 플랫폼의 급성장…높은 약품 판매 의존도가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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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 화면/사진=이루 앱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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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터넷기업도 원격 의료 투자를 늘리고 있다. 특히 아리건강(阿里健康), 징동건강(京東健康) 등 중국 전자상거래 선두업체인 알리바바와 징동닷컴이 자회사를 통해 원격의료 산업에 진입하면서 온라인 헬스케어 플랫폼이 급성장했다.

지난해 아리건강이 출시한 애플리케이션 '이루'(醫鹿)에서는 온라인 진료, 진료 예약, 온라인 처방전 발급 및 약품 구매까지 가능하다. 지난 3월말 기준, '이루'를 통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사, 약사 및 영양사는 약 6만명, 일일 온라인 진료 횟수는 약 18만회에 달했다.

재진이나 감기·위장병 등 기본질환은 초진도 온라인 진료를 통해 처방전을 받고 약까지 구매하는 원스탑서비스가 활성화된 것이다.

징동건강은 지난 6월말기준, 연간 활성사용자수가 1억900만명에 달하는 등 지난해말 대비 사용자 수가 1880만명 증가했다. 징동건강은 모회사의 징동닷컴의 물류 시스템을 이용한 약품 배송 서비스가 장점인데, 취급 의약품 수가 4000만개에 달하며 중국 전역에 17개 의약품 물류센터를 갖췄다.

매출액도 증가했는데, 의약품 판매 비중이 크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55.4% 증가한 136억4000만 위안(약 2조4550억원)을 기록했으며 당기순손실 규모는 4억5000만 위안(약 81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분의 1 이하로 줄었다. 매출액은 증가했지만, 온라인 의료서비스에서 창출된 매출액보다 의약품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이 대부분인 점이 징동건강의 고민이다.

올해 상반기 의약품과 건강보조제품 매출액은 전년 대비 52.9% 늘어난 118억 위안(약 2조1240억원)을 기록했으며 전체 매출액의 86.8%를 차지했다.

중국 원격 의료는 중국의 낙후된 의료 서비스 수준을 제고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빠른 성장이 예상된다. 또한 중국 온라인 헬스케어 플랫폼 업체의 과제는 어떻게 약품 판매 의존도를 낮추고 온라인 의료 서비스 매출을 늘릴 것인지가 될 것이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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