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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라임 사태' 책임은 어디에?…이종필-우리은행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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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은 지난달 14일 우리은행 전현직 임직원 8명을 특경법 위반(사기) 등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고발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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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이모작 요구 정황" vs "상품은 판매사가 만들어"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라임자산운용(라임) 펀드 사기 혐의로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이 검찰에 우리은행 고위 관계자들을 고소하면서 수사 방향에 관심이 집중된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전 부사장은 지난달 14일 우리은행 전현직 임직원 8명을 특경법 위반(사기) 등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고발했다.

이 전 부사장이 작성한 고소·고발장에는 "피고소인들은 2019년 2월경부터 선취 판매 보수를 여러 번 받기 위해 짧은 만기 펀드를 기획하고, 라임에 무리하게 출시를 요청했다"며 "고소인(이 전 부사장)의 판매 중단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고 롤오버(만기 시 재판매)를 약속하고 지속적으로 판매를 계속했다"고 적혀있다.

고소·고발장에 따르면 이 전 부사장은 자금 유동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여러 차례 난색을 표했으나 우리은행 측은 걱정하지 말라며 판매를 계속했다고 한다. 이 전 부사장은 "손 전 행장 등 임직원들이 이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면밀한 수사를 요구했다.

이 전 부사장 측이 <더팩트>에 공개한 자료를 살펴보면 펀드 판매사인 우리은행이 먼저 라임 측에 펀드 '이모작'을 요구했던 정황이 나온다. 통상 펀드 만기 기간은 1년 단위. 만기를 6개월로 설정하면 판매사는 1년에 두 차례 펀드를 판매할 수 있어 두 번의 수수료를 얻을 수 있다. 이같은 '6개월짜리 펀드'는 흔히 '이모작 펀드'라고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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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부사장이 작성한 고소·고발장에는 "피고소인들은 2019년 2월경부터 선취 판매 보수를 여러 번 받기 위해 짧은 만기 펀드를 기획하고, 라임에 무리하게 출시를 요청했다"고 적혀있다. /이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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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에 따르면 2019년 10월 열린 우리은행 내부 공청회에서 라임 펀드 판매를 담당했던 한 참석자는 우리은행 임직원이 '이모작'을 언급했다며 문제 제기를 했다.

"아까 전에 판매회사 우리은행이 주문을 안 했다고 했는데, 저희 본부에 A 부행장, B 부장님이 오셔서 엄청 자랑하셨어요. 뭐라고 자랑했냐 하면 '원래는 1년짜리 펀드인데, 6개월 펀드로 이모작 하기 위해서 했다'고 엄청나게 자랑을 하셨어요. 이거 OEM 펀드, 주문 제작 펀드니깐 상품 출시부터 분명히 잘못된 거 맞죠? 엄청나게 자랑을 하셨거든요. 1년짜리인데 6개월로 나눠서 주문을 했대요. 출시부터 잘못된 펀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노조 관계자들이 해명을 요구하자 은행 측은 말을 아꼈다. 문제 된 펀드는 우리은행이 2019년 1월부터 판매한 '톱2밸런스' 펀드다. 라임의 '플루토 FI D-1호' 사모펀드 등에 재간접 투자하도록 설계됐다.

이같은 의혹은 우리은행 관계자와 라임 관계자 사이의 SNS 대화록을 보면 더욱 짙어진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라임 측에 "우리 내부적으로 6개월 결정. 아침에 대표님과 이종필 부사장께 다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이에 라임 관계자는 "네. 회사 분위기가 좀 부정적이어서요"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 전 부사장은 자필 편지에서 "우리은행은 2019년 4월10일 라임에 톱2밸런스 펀드 판매중단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판매중단은 문제가 없지만, 약속과 달리 2019년 7월12일 톱2밸런스 '롤오버 불가'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며 "당시 고소인(이 전 부사장)과 라임 임직원들은 정확한 내막을 알지 못했으나 최근 KB증권 관련 사건에 기소돼 사건기록을 보고 사실관계를 파악했다"고 말했다.

KB증권은 라임 펀드 부실 정황을 사전에 알고도 투자자들에게 판매해 손실을 입힌 혐의로 지난 6월 기소된 바 있다. 이 전 부사장 측은 검찰이 이같은 증거들을 확보했을 것으로 보이는데도 우리은행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전 부사장은 "우리은행은 약속과 달리 재판매를 거부해 라임자산운용은 결국 환매중단 사태를 맞게 됐다"며 "(라임 펀드 판매가 위험할 수 있다는)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를 들었음에도 판매해 고객들을 기망하는 행위를 했다. 현재 KB증권이 같은 이유로 기소됐다. 우리은행도 똑같은 논리로 기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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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관계자는 "펀드 상품 자체는 운용사에서 만든다. 판매사 입장에서는 운용사가 만든 상품을 임의로 할 수가 없다"며 이 전 부사장 주장을 반박했다. /더팩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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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측은 이 전 부사장 측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정면 반박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펀드 상품 자체는 운용사에서 만든다. 판매사 입장에서는 운용사가 만든 상품을 임의로 할 수가 없다"며 "판매사는 말 그대로 상품 중 판매할만한 상품을 마케터와 협의해서 판매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에 따르면 당시 라임 측 마케팅 담당 상무는 우리은행 직원들에게 펀드 관련 동영상 교육을 하기도 했다.

수수료를 더 받기 위해 6개월 만기 펀드를 만들었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만기를) 6개월로 한다고 해서 고객들이 6개월 뒤에 다시 가입한다는 보장도 없고, 수수료 자체도 절반 수준이다. 수수료 수익을 늘리기 위해 6개월짜리 펀드를 판매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상품을 6개월짜리로 만들거나 1년짜리로 만드는데 은행이 관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공청회에 참석한 이종필 전 부사장은 '6개월 짜리는 요청 받은게 아니라 라임이 자체적으로 출시한 것'이라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의 핵심인물로 지목된 이 전 부사장은 지난 8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0년에 벌금 3억원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지난 1월에는 특경법상 수재 및 사기와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 15년에 벌금 40억원을 선고받고 항소심을 치르고 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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