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SF영화 속 치킨 먹방… 고소한 맛에 ‘It's yummy’ [김셰프의 씨네퀴진]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제5원소 치킨

2259년 뉴욕 배경의 영화 ‘제5원소’

전자레인지에 작은 캡슐 넣고 돌리면

거대한 치킨으로 변하는 장면 신선

미래에는 닭의 종자도 개량

양질의 단백질 얻을수 있는

상상 초월하는 크기 우량종 나올수도

땅, 불, 바람, 물, 마음. 이 다섯 가지를 통틀어 제5원소라고 했다. 어릴 적 이 5원소를 주제로 한 만화도 있었다.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주제가를 부르며 반지를 휘두르던 꼬꼬마 시절이 떠오른다. 5원소를 이야기하자면 막 어른이 되어가는 시기에 나온 파격적인 SF 영화 ‘제5원소’를 빼놓을 수 없다. 시대를 상당히 많이 앞서간 영화였다. 캐릭터들의 개성 있는 연기와 매 장면마다 감독의 세계관을 느낄 수 있는 멋진 배경들은 무한한 상상력을 품게 만든다.

세계일보

#제5원소

뤽 베송 감독의 제5원소는 개봉 당시 그 시대에서 쉽게 경험하기 힘든 미래에 대한 판타지적인 욕구와 상상력을 최대한 살린 파격적인 영화였다. 할리우드 액션영화의 대표 배우인 브루스 윌리스와 강인한 여전사의 상징인 밀라 요보비치가 주연을 맡았다. 멀고도 먼 미래 2259년의 뉴욕이 배경이다.

누가 봐도 할리우드 영화스럽지만 제5원소는 프랑스 영화로 분류된다. 스모그가 짙게 깔린 지상을 피해 사람들은 높은 고층에서 살고 있다. 강도의 아침인사로 하루를 시작할 정도로 세상은 팍팍하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 정도는 영화의 기본 배경. 브루스 윌리스가 맡은 주인공 코벤은 하늘을 나는 택시를 운전한다. 은퇴한 전직 특수부대원 출신이지만 브루스 윌리스 특유의 거만한 듯한 연기에 흠뻑 젖어 있는 캐릭터인지라 매력이 철철 넘친다.

영화는 1914년 이집트에 한 고고학자가 다섯개의 원소, 즉 5원소의 비밀에 대해 알게 되면서 시작한다. 다소 굼떠 보이는 외계인, 몬도샤인이 구원자로 나오는데 20년이 지난 지금 보아도 크게 유치하지 않을 정도로 디테일이 살아있다. 시간이 흘러 2259년 지구를 향해 거대한 절대악의 행성이 다가온다. 첨단 미사일로 응대해봐도 함대가 힘도 못 써보고 전멸할 정도로 대책이 서지 않는다. 때마침 지구를 구하기 위해 4개의 원소를 가지고 지구를 향해 오던 몬도샤인들도 절대악의 행성을 추앙하는 악당들에게 공격당해 죽게 된다. 역시 200년 후 미래답게 몬도샤인의 신체 일부를 재구성해 인간을 만드는 데 성공한다. 그 인간이 이 영화의 여주인공인 릴루다. 릴루는 새로운 환경에 놀라 당황해하지만 이내 이성을 되찾고 탈출한다. 테이프를 몸에 칭칭 감고 높은 건물 위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은 이 영화에서 손에 꼽히는 명장면이다. 뤽 베송 감독이 일본의 감각적인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에서 영감을 받아 연출한 대표적인 장면 중 하나다. 릴루는 운명적으로 코벤을 만난다. 코벤의 택시 천장을 뚫고 떨어져 함께 도망가는 사이가 된다. 코벤은 릴루에게 첫눈에 반한다. 천장을 뚫고 내려온 이국적인 여성, 말도 안 통하는 릴루에게 반하는 코벤의 케릭터도 SF의 주인공다운 설정으로 꽤 흥미진진하다.

세계일보

#릴루와 치킨

새로 태어난 릴루는 코벤의 도움으로 어렵사리 몬도샤인을 추앙하는 신부들을 만난다. 릴루는 그동안 왕래하지 못한 인류의 역사를 공부한다. 마치 책장을 휘리릭 넘기는 듯한 속도로 세상만사를 깨우치는데 이건 공부가 아니라 컴퓨터에 파일을 복사하는 수준이다. 이소룡을 보며 쿵푸를 배우는 장면도 꽤 재미있다.

알파벳 순서대로 인류의 5000년 역사를 화면을 통해 공부하는 릴루는 ‘영화는 치킨과 함께’라는 절대 룰을 어찌 학습했는지 참 맛있게도 치킨 먹방을 찍는다. 작은 캡슐을 전자레인지 같은 데 넣고 돌리면 바로 거대한 치킨으로 변하는 장면은 요리사인 내겐 정말 잊히기 힘든 장면이다. 물론 200년 후엔 공기만 먹고 살 수 있는 기술이 생길 수도 있겠다. 하지만 냉동음식, 배달음식, 밀키트를 넘어서 마치 만화 드래곤볼의 던지면 펑 하고 터져 집이고 자동차고 나오는 캡슐이다. 만화가 아닌 영화에서 배우가 연출한 이 장면은 날아다니는 자동차나 우주선·외계인보다 더 신선했다.

세계일보

영화 ‘제5원소’ 포스터


#닭의 종류

영화 속 릴루가 먹은 치킨은 꽤 크기가 크다. 일반적으로 구할 수 있는 닭보다 오히려 칠면조에 가까울 것 같다. 물론 미래에는 닭의 종자도 개량되면서 양질의 단백질을 얻을 수 있는 품종이 생길 수 있겠지만 일반적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크기다.

한때 순살 치킨이 유행하며 브라질 닭이라는 거대한 닭의 사진이 돌아다녔다. 사실 그 닭은 ‘샤모’(Shamo)로 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투계다. 브라질에서 사육되는 닭은 우리와 비슷한 종류의 ‘코브 반트레스’이다. 통상 순살 닭이 브라질에서 수입되다보니 근거 없는 루머로 떠돌아다닌 것이다.

보통 먹을 수 있는 닭을 육계라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육되는 육계의 품종은 대부분 ‘코브 반트레스’, ‘아비아젠’, ‘하바드’ 품종으로 각 나라에 로열티를 지불하는 수입 종이다. 일제 시대를 겪으면서 한국의 토종 종자들이 사라지고 가난한 시기에 값싸고 구하기 쉬운 닭들을 수입하며 공급해 온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왔다. 요즘에는 우리 토종닭들에 대한 품종 개량과 양식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덜 자란 닭보다는 잘 자란 닭이 맛있고 육향도 진하다는 것을 소비자들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 등장한 거대한 치킨도 이런 개량을 거친 우량종 아니었을까. 릴루는 진실을 알고 있을까.

■ 팬프라이한 닭가슴살과 구운 버섯

<재료>

껍질 달린 닭가슴살 1개, 버터 2티스푼, 퓨어 올리브 오일 50㎖, 씨겨자 머스타드 1티스푼, 소금, 로즈마리 1줄기, 바질, 백만송이 버섯 50g, 후추, 화이트 와인 50㎖

<만들기>

① 닭고기는 껍질을 3분의 2 정도 벗겨 준 후 버터 1티스푼을 섞은 씨겨자 머스타드와 다진 바질을 버무려 준 후 다시 껍질을 덮어준다. 그리고 소금간을 한다.② 팬에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열이 올라오면 닭고기 껍질쪽을 먼저 약한 불에서 천천히 구워준다.③ 뒤집개로 살짝 눌러주며 껍질이 노릇하게 될 때까지 익혀준다. 껍질이 갈색이 되면 뒤집어 준 후 손질한 백만송이 버섯과 버터를 추가한다.④ 화이트 와인을 넣고 닭가슴살의 내부 온도가 60도가 넘으면 꺼낸다. 로즈마리와 후추를 뿌려 풍미를 더해준다.

오스테리아 주연 김동기 오너셰프 paychey@naver.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