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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남욱 "커피 사겠다" 농담, 김만배 침묵...대장동 4인방 각자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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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남욱 변호사가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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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나중에 커피 한 잔이라도 사드릴게요.”

지난 21일 밤 대질조사를 끝내고 서울중앙지검을 나서던 남욱 변호사가 취재진에게 건넨 말이다. 남 변호사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구속 수감 중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천화동인 5호 실소유주 정영학 회계사와 함께 이른바 ‘대장동 4인방’으로 불린다.

이날 기자들과 농담을 주고받은 남 변호사의 여유로운 모습은 굳은 표정으로 먼저 청사를 빠져나왔던 김만배씨와 대조적이었다. 한때 동업 관계였던 대장동 핵심 인물들의 ‘각자도생’은 현장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부실 수사 논란 속 ‘대장동 4인방’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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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마친 뒤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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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이 수사에 착수한 지 23일 만에 유동규 전 본부장을 구속 기소하면서 공범들의 ‘운명’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을 비롯해 남 변호사와 김씨, 정영학 회계사는 지난 21일 검찰에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대질 조사가 끝나고 이날 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을 구속기소했으나 배임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대장동 의혹 초기부터 핵심 인물로 지목된 4인방은 진술이 엇갈리면서 서서히 편이 갈라지는 형국이 됐다. 대장동 개발사업으로 김씨와 남 변호사, 정 회계사는 거액의 배당금과 분양수익을 챙겼고, 유 전 본부장 또한 사업 편의를 봐준 대가로 뇌물을 받았다. 이렇게 ‘한 배’를 탔던 이들이지만 정 회계사와 남 변호사는 검찰에 녹취록과 녹음 파일을 제공하며 수사에 적극 협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증거를 앞세운 두 사람의 공세에 유 전 본부장과 김씨가 반박하는 구도가 만들어진 셈이다.



남욱 여유롭게 농담, 정영학은 참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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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 사업 핵심 인물 관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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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화동인 4호의 실소유주인 남 변호사의 태도는 극적인 변화를 보이기도 했다. 미국에 체류하다가 지난 15일 귀국해 공항에서 체포된 그는 석방 후 첫 조사를 받을 때까지만 해도 굳은 표정으로 취재진의 답변을 피했다.

그러나 대질 조사가 끝난 21일에는 기자들 앞에서 “한마디 했다가 검사님한테 엄청 혼났다. 농담이다” “나중에 커피 한 잔 사드리겠다”며 여유를 보였다. 질문이 이어지자 “집에 갈 때까지 같이 가시죠. 강남역으로 가니까”라며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다.

로비 정황이 담긴 ‘정영학 녹취록’을 검찰에 제공하면서 대장동 수사의 실마리를 제공했던 정 회계사는 검찰에 가장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대질 조사에서 김씨 등을 마치 수사관처럼 몰아붙였다고 전해진다. 정 회계사는 지난 2009년 대장동 민영개발이 추진될 당시에도 남 변호사와 함께 동업했던 ‘대장동 원년 멤버’다. 그는 대장동 4인방 중 유일하게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 신분으로 비공개 소환조사를 받고 있다. 일각에선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가 수사에 협조하는 대신 처벌 수위를 조절하는 일종의 ‘딜’을 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김만배는 묵묵부답, 유동규 ‘억울’ 호소



김씨와 유 전 본부장 측의 분위기는 사뭇 다른 상황이다. 김씨는 남 변호사와는 정반대의 태도 변화를 보였다. 그동안 처음 검찰 출석 때 포토라인에 서서 적극적으로 입장을 밝혔지만 법원에서 한 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부터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거나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어서다. 대질 조사가 끝난 21일에도 쏟아지는 기자들에 질문에 “제가 나중에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거라고 본다”며 즉답을 피했다.

앞서 김씨는 ‘정영학 녹취록’에 대해 “녹취하는 것을 알고 일부러 거짓 이야기를 했다” “한 번도 사실대로 정영학씨와 진실된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대질 조사 때 녹취록 일부를 들려주며 당사자들의 진술을 종합했고, 이를 바탕으로 유 전 본부장을 기소했다. 녹취록의 증거능력 자체를 부인하려던 김씨 입장에선 수세에 몰리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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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JTBC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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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의혹 사건에서 유일하게 구속돼 재판까지 넘겨진 유 전 본부장은 “이번 사건의 주범으로 잘못 몰렸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유 전 본부장의 변호인은 기소 다음 날인 22일 오전 취재진에 입장문을 보내 “유씨가 심약한 성격이라 공직자로 채용된 이후 뇌물에 대한 경계심과 두려움이 남달랐다”며 “위례 사업, 대장동 사업에서 거액의 뇌물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씨가 자기에게 수백억원을 줄 것처럼 이야기하자 맞장구치며 따라다니면 얼마라도 챙길 수 있겠다는 생각에, 녹음 당하는 줄도 모르고 이야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22일 서울중앙지법은 유 전 본부장을 부패 사건을 전담하는 형사합의22부(재판장 양철한)에 배당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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