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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유동규, 남욱에 "대장동 민관합동 개발권 줄게…맘대로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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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52·구속)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2012년 남욱(48) 변호사에게 “공사 설립을 도와주면 대장동 민·관합동 개발의 사업권을 주겠다”고 제안한 뒤 뒷돈을 요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 설립 이후에는 “니네 마음대로 다 하라”고 한 뒤 금품을 요구해 수회에 걸쳐 3억5200만원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내용은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 전담 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이 지난 21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부정처사후수뢰 혐의로 구속기소한 유 전 본부장의 공소장에 담겼다.

유 전 본부장이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화천대유자산관리 측에 특혜를 제공한 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56)씨로부터 700억원 지급을 약속받고 실제 세금 등을 공제한 428억원을 건네받기로 합의한 사실도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중앙일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 3일 구속영장실질심사 후 호송차를 타고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그는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 사건 핵심 인물로, 지난 21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과 부정처사후수뢰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우상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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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 공소장…2012년 남욱에 “공사 설립 도와주면 민간사업자 선정”



23일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A4 8장 분량의 공소장에는 유 전 본부장이 성남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 시절부터 대장동 개발 사업권을 남 변호사 등에 제안한 사실이 기재됐다. 남 변호사는 2009년부터 정영학(53) 회계사, 부동산업자 정재창(52)씨 등과 함께 대장동 민간 개발 사업에 관여했다. 하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성남시장에 당선된 2010년 이후 성남시는 공영개발 방식으로 방향을 틀었다.

공소장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은 성남시가 민·관 합동개발 방식을 본격 추진하기 전인 2012년 최윤길 당시 성남시의회 의장으로부터 남 변호사를 소개받았다. 그는 남 변호사에게 “공사 설립을 도와주면 민간사업자로 선정해 민·관 합동 사업을 원활히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제안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조례안은 최 의장의 주도로 2013년 2월 성남시의회를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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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남욱 변호사가 지난 22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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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전 본부장은 같은 해 3월 남 변호사에 “대장동 개발 사업 구획계획도 니네 마음대로 그리고 다 해라, 원하는대로. 땅 못 사는 게 있으면 나한테 던져라. 내가 해결해 줄 테니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같은 내용은 남 변호사가 최근 검찰에 제출한 당시 녹취 파일에 담겼다고 한다. 유 전 본부장은 그러면서 “2주 안에 3억원만 해 달라”고 뒷돈을 요구했다. 이에 남 변호사는 정 회계사, 정씨와 갹출로 현금 3억5200만원을 모아 2013년 4~8월 수회에 걸쳐 식당·술집 등에서 유 전 본부장에게 건넸다.

유 전 본부장이 2014년 말과 2015년 2월 사이 김만배씨와 남 변호사 등에게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해 “민간사업자 선정 등 각종 편의를 봐주겠다”고 약속한 사실도 공소장에 적시됐다. 유 전 본부장은 정 회계사와 남 변호사가 각각 추천한 김민걸 회계사와 정민용 변호사를 전략사업팀장, 투자사업파트장으로 채용했다. 이후 그들을 통한 편파 심사로 화천대유가 참여한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도록 하고, 2015년 6월엔 화천대유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사업협약·주주협약이 체결되도록 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대장동 개발 이익을 1822억원만 귀속되도록 하면 화천대유 측이 나머지 배당금 4040억원과 5개 블록의 분양수익 3000억원 등 수천억원대의 개발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사정을 알고 있었다고 봤다. 당시 민간의 초과이익을 환수해야 한다는 공사 내부 의견은 묵살됐다. 이는 유 전 본부장의 구속영장에 적시됐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와도 연결되지만, 검찰은 이번 공소장엔 이 혐의를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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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가 지난 2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마친 뒤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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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배·유동규 “몫 700억 중 세금·공통비 떼고 428억 주기로 합의”



공소장에는 유 전 본부장이 화천대유 측이 막대한 개발이익을 거둔 지난해 10월 성남시 분당구의 한 노래방에서 김만배씨를 만나 “그동안 도와준 대가를 지급하라”고 요구했고, 김씨로부터 “기여를 감안해 700억원 정도를 지급하겠다”는 답을 얻어낸 내용도 포함됐다. 이 같은 취지의 내용은 정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에 담겨 있다고 한다.

실제 김씨는 당시 ▶유 전 본부장의 별명 ‘유원’을 따 설립한 비상장회사 유원홀딩스 주식 고가 매수 ▶천화동인 1호 배당금 약 1208억원 중 700억원 직접 지급 ▶천화동인 1호 배당금을 김씨가 수령해 증여 ▶유 전 본부장은 나서지 않고 천화동인 4호(배당금 약 1007억) 소유주 남 변호사가 천화동인 1호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며 화천대유에 명의신탁 소송을 낸 뒤 재판 결과에 따라 남 변호사를 거쳐 전달하는 방법 등을 제시했다. 이후 유 전 본부장은 지난 2~4월 김씨를 여러 차례 만나 700억원 중 세금과 공통비용을 뺀 428억원을 받기로 합의했다.

이에 대해 유 전 본부장의 변호인은 전날 “유 전 본부장은 심약한 성격이라 공직자로 채용된 이후 뇌물에 대한 경계심과 두려움이 남달라 위례 사업이나 대장동 사업에서 거액의 뇌물을 받은 적이 없다”며 “대장동 사업으로 큰돈을 벌었다는 김만배씨가 자기에게 수백억을 줄 것처럼 얘기하자 맞장구치며 따라다니면 얼마라도 챙길 수 있겠다는 생각에 김씨의 동업자들 사이에 끼여 녹음 당하는 줄도 모르고 얘기하다가 이번 사건의 주범 혹은 키맨으로 잘못 몰린 사건”이라고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하준호·이영근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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