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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연습 그린에 수건을' 위창수, 24년 베테랑 품격 보여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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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위창수 / 사진=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 대회조직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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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이정철 기자]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통산 5승을 따낸 백전노장 위창수(49)가 연습 그린 위에 깨끗한 수건을 깔고, 그 위에 올라서서 퍼트 연습을 했다.

연습라운드 때에는 운동화를 신은 채 연습 그린을 누비고 어프로치 훈련 후 퍼터 키퍼로 볼 마크 자국을 지우는 후배들에게 귀감이 됐다.

21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장(파71, 7208야드)에서 막을 올린 코리안투어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 대회에서 1년 4개월 만에 국내 팬들에게 모습을 드러낸 위창수는 "자기 집을 깨끗이 청소하며 사는 것과 같은 이치"라며 이같은 행동에 대해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이어 "연습 그린은 혼자 쓰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프로 선수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베어즈베스트 청라GC 연습 그린을 지켜보게 되면 그린을 보수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위창수는 "연습 그린은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같이 사용하는 공간이다. 한 명이 볼 3개로 어프로치 연습을 한다고 가정하면, 약 300개의 볼 자국과 스파이크 자국이 그린에 남는 셈이 된다. 잔디는 살아있는 생물이기 때문에 과도한 스트레스를 주면 훼손될 수밖에 없다"면서 "프로의 매너라고 해야 할까. 함께 쓰는 공간이고, 선수 입장에서는 직장으로 봐야하기 때문에 정갈함을 유지하는 건 기본"이라고 전했다.

2019년 이 대회에 출전한 뒤 1년 4개월 여 만에 고국 나들이를 한 위창수는 "그래도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이 열리고 있는 베어즈베스트 청라GC는 PGA투어 대회장과 견줘도 손색없는 연습 환경을 갖고 있다"면서 "드라이빙 레인지도 잔디 타석으로 돼 있고, 선수들이 대회 전에 충분히 몸을 풀 수 있도록 연습공도 무제한으로 제공을 해준다. 연습그린도 제대로 된 어프로치 샷 연습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크다. 국내에서 이런 환경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소중한 공간인만큼 선수 스스로 연습 공간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조금씩만 노력하자는 것이 '선배' 위창수의 생각이다.

애티켓과 매너에 대한 대화를 나누던 중 의외의 '팁'을 하나 얘기했다. 위창수는 "페어웨이 잔디는 한번 뽑히면 다시 자라지 않는다"고 밝혔다. 국내 아마추어 골퍼는 디봇 자국이 생기면, 날아간 잔디를 집어와 패인 곳에 내려놓고 발로 꾹꾹 밟으면 잔디를 살릴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위창수는 "플레이어가 디봇 자국 위에 잔디를 올려놓고 밟아 둔 것을 키퍼들이 야간에 다시 걷어 낸다"면서 "카트에 실려 있는 디봇 믹스를 뿌리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고 전했다.

디봇 믹스는 패인 잔디를 메우기 위해 모래와 흙, 잔디씨 등을 모아 만든 혼합물로, 꽃삽 등으로 퍼서 디봇 자국에 뿌린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위창수가 생각하는 '프로의 매너'는 배려와 동의어인 셈이다.

2022년부터 PGA 시니어투어 입성을 위해 Q스쿨을 준비하고 있는 위창수는 "지난 여름부터 PGA투어와 콘페리투어,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 등 여러 대회에 출전해 감각을 찾고 있다"면서 "최경주 선배와 PGA 시니어 투어에서 경쟁하려면 자신감을 찾아야 내 플레이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위창수는 끝으로 PGA투어 진출을 목표로 삼고 있는 후배들에게 "기량은 충분하다. 다만 어떤 상황에서든 마인드 컨트롤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만 큰 무대에서 긴장하지 않고 플레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코리안투어에는 재능이 풍부한 선수들이 많은데, 프로 선수들이 비경기인과 똑같은 그린피를 내고 코스 훈련을 해야 하는 건 개선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면서 "제네시스 포인트 상위 60위가 됐든, 기준을 만들어서 선수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기량을 끌어올릴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국내 골프장과 관계자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포츠투데이 이정철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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