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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분양가상한제 예외 분양 매출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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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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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지구 아파트, 도시형 생활주택 등 주거 상품을 분양받은 이들도 원주민 못지않게 답답한 것은 마찬가지다. 성남시 주도 공공 개발임에도 민간 회사인 화천대유가 시행을 맡은 탓에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아 분양가가 치솟았기 때문이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지난 10월 7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화천대유가 아파트 용지로 매입한 대장동에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됐다면 화천대유 분양 매출은 기존 1조3890억원에서 1조1191억원으로 2699억원 줄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이렇다.

화천대유는 2015년 대장동 개발 사업 시행사 성남의뜰이 매각한 아파트 용지 4개와 연립주택 용지 1개를 매입했다. 참여연대와 민변은 화천대유가 매입한 아파트 용지 분양 가격을 택지비와 건축비를 더한 값으로 추산했다. 택지비는 화천대유가 15만㎡ 규모의 5개 구역(아파트 용지 4개, 연립주택 용지 1개)을 수의계약으로 5700억원에 매입한 것을 토대로 추산했다. 건축비는 화천대유가 2018년 12월 아파트 입주자 모집 공고를 할 당시 국토교통부가 고시한 기본형 건축비를 적용했다.

이를 토대로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해 추산한 분양 매출이 1조1191억원에 달한 만큼 화천대유가 2699억원 이익을 더 챙겼다는 것이 참여연대와 민변의 설명이다. 이들은 “애초 계획대로 한국토지주택공사가 공공택지로 개발했거나 문재인정부가 분양가상한제를 조금 더 빨리, 전면적으로 시행했다면 개발 이익 일부는 무주택 서민, 중산층에게 돌아가 화천대유에 막대한 개발 이익으로 귀속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화천대유는 우선 공급받은 택지에서 직접 주택 사업을 했다. 화천대유가 시행해 지난 5월 입주한 아파트는 판교퍼스트힐푸르지오(974가구), 판교더샵포레스트(990가구)다. 두 단지는 2018년 말 분양했는데 3.3㎡당 평균 분양가는 판교퍼스트힐푸르지오가 2030만원, 판교더샵포레스트가 2080만원이었다. 앞서 2014년 대장동 공영 개발 구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은 “3.3㎡당 1100만원대로 분양가를 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분양가는 이보다 2배가량 높아진 셈이다. 비슷한 시기 분양한 위례신도시 위례포레자이 평균 분양가인 1820만원보다 높아 고분양가 논란이 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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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 판교 대장지구 곳곳에는 개발 의혹 관련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최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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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대장지구는 공공택지라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만 시행사인 화천대유가 민간 회사라는 이유로 민간택지 사업으로 바뀌면서 2018년 말 분양 당시 분양가상한제를 피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민간택지에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했지만 이전에는 공공택지만 분양가상한제 대상이었다. 이 때문에 대장지구 분양가가 3.3㎡당 평균 2000만원 이상으로 치솟아 화천대유 등 디벨로퍼 분양 수익이 급증했다.

이뿐 아니다. 화천대유가 최근 분양한 도시형 생활주택 ‘판교SK뷰테라스(292가구)’의 3.3㎡당 분양가는 무려 3613만원에 이른다. 지하 1층~지상 4층 16개동으로 구성된 이 단지는 전용 74~84㎡ 분양가가 10억3610만~13억3170만원에 달했다. 그동안 대장동에서 공급한 단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최근 청약 시장 열기가 워낙 뜨겁다 보니 판교SK뷰테라스 청약 경쟁률은 무려 316.8 대 1에 달했다.

하지만 막상 계약률은 높지 않았다. 전체 물량 중 40%인 117가구가 미계약되면서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모든 가구 분양가가 9억원을 넘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었던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당초 화천대유 측에서 중도금 대출 방안을 찾을 계획이었지만 대장동 의혹이 터지면서 금융사들이 중도금 대출을 꺼리자 수분양자 입장에서는 자금 마련이 쉽지 않게 됐다”고 귀띔했다.

분양가가 치솟다 보니 대장지구 아파트를 분양받은 이들은 거액의 대출까지 받았다.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장지구 입주민(예정자 포함) 3833가구가 낸 분양대금은 약 3조1000억원 수준이다. 입주민들은 이 중 40%가 넘는 1조2700억원가량을 금융기관 등에서 대출받을 계획이다. 가구당 약 8억810만원의 분양대금 마련을 위해 3억3153만원가량 대출을 받은 셈이다. 결국 대장지구 개발 사업은 화천대유 등 디벨로퍼의 개발 이익을 입주민 빚으로 떠받치는 구조로 전락했다는 의미다. 박성민 의원은 “화천대유 등이 고분양가로 폭리를 취하는 바람에 입주민들은 가구당 수억원에 달하는 빚을 더 지게 된 셈”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한편에서는 부동산 시장 호황으로 대장지구 주요 단지 매매가가 치솟은 만큼 별문제 될 것이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5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판교퍼스트힐푸르지오2단지의 경우 전용 84㎡ 매매 호가가 17억원 수준으로 뛰었다. 비록 매매가가 오르기는 했지만 대장지구뿐 아니라 수도권 전역 집값이 뛴 데다, 공공 개발이 아닌 민관공동 개발 형식으로 사업 구조를 강행해 분양가가 치솟은 것 자체가 근본적인 문제라는 지적이 쏟아진다. 부동산 개발업계 관계자는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대장지구 개발 사업 구조를 잘못 짜는 바람에 원주민이나 입주자가 아닌 디벨로퍼들이 초과 개발 이익을 독식하는 구조로 전락했다. 이 때문에 원주민, 수분양자들이 피해를 입게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결국 대장지구를 개발할 때 민관합동 개발이 아닌 전면 공공 개발 방식을 택하거나 임대주택 비중을 더 늘려 공공성을 높였어야 한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는다. 대장지구 개발 사업은 임대주택용지 면적 비율이 15%에 불과하다. 원래 도시개발법상 임대주택용지 면적 비율은 공동주택용지의 25% 이상으로 정해야 한다. 단 지정권자(성남시)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 10%포인트 내에서 조정할 수 있는데 성남시는 재량권을 활용해 최저 수준인 15%까지 맞춰줬다.

심지어 성남시는 용적률까지 높여줬다. 당초 대장지구 공모 지침서에는 아파트 단지 용적률을 모두 180%로 명시했고, 전체 가구 수는 5106가구였다. 하지만 이후 성남시가 용적률을 185~195%로 높였고 전체 가구 수도 5268가구로 늘었다. 화천대유 같은 민간 디벨로퍼에 ‘꽃길’을 깔아줬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한편에서는 ‘제2의 대장동 사태’를 막기 위해 토지임대부주택이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현실성은 높지 않다는 우려다. 토지임대부주택은 토지는 국가나 공공이 소유하고 아파트만 분양해 저렴한 가격에 주택을 공급하는 개념이다. 택지 매각 자체를 제한하면 개발업자 특혜를 막을 수 있다는 취지지만 토지가 아닌 건물 소유권만 가지는 구조라 실수요자가 외면할 우려가 크다. 자칫 토지, 건물 소유권을 보유한 기존 주택 가격 상승만 부추길 수 있다. 건설사 등 개발 사업자 입장에서도 사업성이 떨어져 굳이 토지임대부주택 사업에 뛰어들 유인이 없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대장동 사태는 공공이 민간업체에 특혜를 준 것이 핵심이다. 토지임대부주택 같은 비현실적인 제도를 도입할 것이 아니라 민간업체 수의계약이 아닌 경쟁 입찰 방식 도입과 함께 초과이익환수장치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장지구 개발이 잘못된 방향으로 간 것은 토지 수용, 인허가 등 공공 개발 장점은 모두 취하면서 정작 수익 창출은 민간 개발 원칙을 따랐기 때문이다. 앞으로 신규 택지지구를 개발할 때 분양가상한제, 초과이익환수 도입을 의무화해야 한다. 민관이 함께 참여해 사업 추진 과정, 결과를 검증할 전문위원회를 상시적으로 운영해야 대장지구 같은 특혜를 막을 수 있다.”

한태욱 동양미래대 경영학부 교수 의견이다.

[김경민·반진욱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0호 (2021.10.20~2021.10.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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