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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눈 뜨고 코 베인 대장동 원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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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0월 5일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녹취록에서 원주민 A씨는 “당시 우리는 민간 개발하려고 땅 계약까지 다 했다. (그래서 공영 개발에 반대하는) 성남시 집회를 시작했다. 그때 이재명 시장 후보 측이 ‘대장동이 제2의 고향’이라며 와서는 ‘시장이 되면 일사천리로 사업 시행이 되도록 도와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당선이 되고 나서 대장동에 찾아와 ‘이건 민간 개발 안 된다. 분당 성남의 마지막 남은 땅인데 원주민에게는 절대 피해가 가지 않게 해줄 테니 협조해달라’고 해 그 자리에서 난리가 났었다”고 했다.

다른 원주민 B씨는 “면담을 신청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유동규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에게 가라고 해서 갔더니 ‘절대 피해가 가지 않게 하겠다’고 하더라”라며 “결국 우리가 (3.3㎡당) 500만~600만원에 계약한 것을 화천대유, 성남의뜰이 계약을 하면서 반값에 후려쳐서 자기들끼리 나눠 먹은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계속되는 보상 논란에 화천대유 측은 “반값 보상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감정평가 절차를 거쳐 적정 수준으로 보상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화천대유 측 주장이 무색하게 ‘강제’로 헐값에 토지를 수용했다는 정황 증거가 속속 나타나는 중이다. 2015년 2월 4일 성남시의회에서 열린 209회 도시건설위원회 회의록에는 유독 대장동 일대만 ‘헐값’에 매입했다는 발언이 여럿 등장한다. 유한기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은 보상가 기준을 묻는 성남시 시의원 질의에 “공시지가의 1.5배”라고 답했다. 이어 판교신도시의 보상 기준은 1.8배라고 덧붙이며 판교신도시보다 보상 리스크가 적다고 강조했다. 공시지가의 2.1배 보상을 받은 성남 신흥동과 비교하며 보상 수준이 낮은 게 알려지면 주민 불만이 많지 않겠냐는 다른 시의원의 지적에는 “이미 민원인 대표들과 협의를 마쳤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실제 원주민에게 지급한 보상 비용이 입찰 당시 제시했던 가격보다 30~4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남 판교 대장 도시개발 사업 개발 계획변경(안)에 따르면 ‘성남 대장동·제1공단 결합도시개발 사업’에서 보상비는 총 6184억6200만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화천대유 측이 입찰할 때 제시한 1조141억원보다 3957억원 적은 금액이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토지 보상 계약서의 3.3㎡당 수용 단가는 521만원이었다. 그러나 실제 성남시청에서 만난 원주민들은 3.3㎡당 250만원에 강제 수용당했다며 분노를 토했고, 다른 주민도 3.3㎡당 300만원 이하였다고 입을 모았다. 상당히 많은 원주민들이 헐값에 땅을 강제 수용당했다고 증언한다”고 지적했다.

대장지구 개발 이후에도 원주민에게는 ‘고난의 행군’이 이어졌다. 개발 당시 시행사 성남의뜰은 원주민에게 이주자택지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국민권익위원회 권고를 무시하고 폭리를 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택지지구를 개발할 때는 토지 보상비와 별도로 기존에 거주하는 원주민이 이주할 수 있는 택지인 이주자택지 우선권을 준다. 이주자 택지는 주로 단독주택이나 점포를 지을 수 있는 점포 겸용 택지인데 이주자 택지를 포기하면 이주 정착금을 더 받을 수 있다. 보통은 이주 정착금을 더 받는 대신 이주자 택지를 주로 선택한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2018년 12월 당시 권익위는 전국 시·도와 도시개발공사에 ‘이주자 택지 공급 가격을 택지조성원가로 통일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성남의뜰은 이를 무시하고 이듬해인 2019년 7월 훨씬 고가인 ‘감정 가격’으로 택지를 공급했다.

당시 토지를 분양받은 원주민 C씨는 “2018년 10월과 2019년 3월 두 번에 걸쳐 감정 가격으로 이주자 택지를 공급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했고, 분양 가격과 관련해 성남시에 항의를 하던 가운데 갑자기 이주자 택지 공고가 떠서 당혹스러웠다”고 설명했다. 결국 원주민들은 아무것도 지어지지 않은 이주자 택지를 3.3㎡당 약 1300만~1700만원에 계약해야 했다. 인근 성남 고등지구(3.3㎡당 약 700만~800만원)의 두 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김경민·반진욱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0호 (2021.10.20~2021.10.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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