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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계약 날짜 늦춰 60만원 아꼈네요"…반값 복비 시행에 반색, "법적 대응" 경고 날린 중개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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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서울 광진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중개수수료 인하 정책에 반대하는 휴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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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반값복비'로 불리는 부동산 중개수수료의 요율인하가 지난 19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잘됐다"는 소비자들의 반응이 많지만, "여전히 비싸다"는 의견도 함께 나온다. 수수료를 안 내거나 적게 내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거래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개정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6억원 이상 매매와 3억원 이상 임대차 계약에서 중개수수료 부담을 완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매매계약의 경우 중개보수 요율이 6억~9억원 미만은 현행 최대 0.5%에서 0.4% 이내로, 9억~12억원 미만은 0.9%에서 0.5%로, 12억~15억원 미만은 0.9%에서 0.6%로, 15억원 이상은 0.9%에서 0.7%이내의 요율이 적용된다.

9억원 주택을 매매하는 경우 중개수수료 상한은 기존 810만원에서 450만원으로 내려간다. 같은 금액 임대차의 경우 상한은 720만원에서 360만원이 된다. 10억원의 임대차 거래는 수수료 상한이 8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내려간다

개정 요율이 적용되는 계약일 시점은 이달 19일로, 잔금이 남았더라도 이날 이전에 계약을 체결한 경우 적용되지 않는 게 원칙이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는 중개보수 인하안 시행을 전후로 개정된 요율을 놓고 계약 당사자 및 공인중개사들이 눈치싸움을 하는 모습이 종종 목격된다.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지난 13일 "중개보수 인하를 19일부터 한다는 정보를 접했다"면서 "이 보다 앞선 15일에 본계약 체결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계약날짜를 변경할 수 있느냐"는 게시글을 올라왔다. 작성인은 "15일 계약하면 복비가 240만원(0.4%)이고 19일에 하면 180만원(0.3%)인데 중개보수 인하 사실을 모르면 몰랐지 알고 난 뒤 60만원이 너무 아깝다"고 덧붙였다.

공인중개사들이 활동하는 온라인카페에는 지난달부터 "수수료 때문에 계약일을 10월로 하자는 계약자들이 있다"며 고민을 토로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중구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한다는 A씨는 "인하 전에 계약서를 쓰더라도 잔금 치르기 전에 인하가 결정되면 인하된 기준을 적용해주신다고 답변을 듣고 10월에 계약을 진행했다"고 적었다.

일반인들 중에는 이번 중개보수 인하에도 여전히 비싸다는 의견도 많다. '반값 복비 전쟁'에 불을 당긴 온라인 중개플랫폼 쪽에서는 추가적인 중개보수 인하에 나섰기 때문이다

'매도자 중개보수 0원, 매수자 중개보수 반값'을 내걸고 있는 한 업체는 공교롭게 중수수료 인하 첫 날 매매 15억원 이상의 중개수수료율을 0.35%로 낮췄다. 법정 요율 0.7%의 절반이다. 억원 이상~9억원 미만은 0.3%(법정 0.4%), 9억원 이상~12억원 미만 0.35%(법정 0.5%), 12억원 이상~15억원 미만 0.35%(법정 0.6%) 등으로 인하된 상한요율보다 0.1%포인트~0.25%포인트 낮다. 9억원 아파트를 매수할 경우 중개보수가 315만원으로 법정 요율을 적용한 450만원보다 100만원 이상 싸다.

이번에 인하된 요율은 상한으로, 요율 내에서 계약자가 적극적으로 협상하면 추가로 인하할 수 있다. 다만, 정부가 '중개보수 요율을 협상할 수 있다'는 내용을 중개사가 의뢰인에게 의무적으로 고지하도록 하는 방안은 이번 개정에서 유보했다.


중개협회 "법적 대응할 것"


'복비'의 부담을 덜은 소비자들은 환영하는 반면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바뀐 중개보수 상한요율 이내에서 '협의'가 아닌 '고정'을 원하는 모습이다.

중개사들은 가장 큰 걱정은 줄어드는 수수료 수입이다. 노원구의 R공인중개사는 "최근 거래절벽이 이어지면서 개정 규칙 영향이 크게 와닿지는 않는 상황인데 수료까지 낮아지니 업계 분위기는 좋지 않다"고 말했다. 개포동의 H 공인중개사는 "이미 9억원 이상 매매거래에선 상한요율 0.9%가 아니라 0.5~0.7% 수준으로 협의해 받아온 만큼 체감하는 수수료율 변화는 크지 않다. 하지만, 최근 매매거래가 거의 없는 사실상 휴업 상황인데 중저가 거래가 주로 이뤄지는 지역의 중개사들은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를 보면, 지난 19일 기준 신고된 서울아파트 거래건수는 419건으로 전월(2403건)보다 무려 82.5% 급감했다. 부동산 매매거래 신고 기한이 계약 체결일 이후 30일이라는 점에서 거래건수가 다소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도 지난달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감소세다. 올들어 서울아파트 거래건수는 평균 4000건대를 기록했으나 지난달에는 절반수준으로 줄었다.

다만, 고가 아파트 거래 비율이 높은 일부 수도권과 광역시의 경우 중개 보수 인하 혜택이 보다 와닿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들어 9억원을 초과하는 서울 아파트 매매 계약 비율은 43.3%에 이른다.

공인중개사들은 종전까지 9억원 초과 아파트의 경우 중개수수료 상한은 0.9%였지만, 실제로는 0.5% 안팎으로 인하해 수수료를 낮춰 받은 곳이 대부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상한요율이 0.9%에서 0.7%로 떨어짐에 따라 합의요율을 그만큼 낮춰달라는 요구가 많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이로 인해 중개수수료를 종전 금액만큼 받으려는 중개인과 개정된 법에 따라 수수료를 낮추려는 매수·매도인 간의 분쟁도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전 체계에서도 고가 주택일수록 최고 요율을 적용하지 않는 사례가 많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중개사가 개정된 요율을 상한으로 적용한다면 실질적인 중개수수료 인하 효과는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여의도 국회와 세종시 국토부 청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등 중개보수 인하안에 강하게 반발해온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과 헌법소원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입법예고 기간에 협회 입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유감스럽지만 일단은 현장에서 고객들에게 안내를 충실히 하는 쪽으로 수긍하는 분위기"라며 "협회 차원에서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헌법소원에 대한 법리 검토에 착수한 상태"라고 말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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