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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사실은] 윤석열과 홍준표의 데이터, 팩트체크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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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선 경선 토론이 한창입니다. 지난 11일 광주·전북·전남 합동 토론을 시작으로, 오는 30일까지 진행됩니다. 다음 달 1일부터 이틀 간 모바일 투표, 3일부터 이틀 간 ARS 투표 및 국민 여론조사를 한 뒤, 5일 전당대회에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최종 결정됩니다.

SBS 사실은팀은 민주당 대권주자 토론회 당시 나온 말들을 팩트체크 한 적 있습니다. 당연히 국민의힘 후보들도 해야겠죠. 말꼬리 잡는 식의 팩트체크보다는, 검증을 통해 맥락을 짚을 수 있는 것들을 고민했습니다. 오늘의 검증 대상은 홍준표, 윤석열 후보 발언 중 녹아 있는 두 개의 데이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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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의 '징병제 국가' 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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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지난 15일, 국민의힘 홍준표 대선 경선 후보가 일대일 맞수토론에서 한 발언입니다. 홍 후보가 모병제를 공약하며, 그 근거로 외국 사례를 들었습니다.
"타이완까지도 모병제로 갔습니다. (타이완은) 중국하고 아주 긴박한 관계에 있습니다. 모병제가 세계적 대세입니다. 지금 징병제 채택하는 나라가 31개 국가이고 나머지는 전부 모병제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대만의 예를 따라서 모병제를 실시할 때가 됐다는 뜻입니다."
-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일대일 맞수토론>, 지난 10월 15일


홍 후보가 말한 대로 징병제를 시행하고 있다는 31개국이 어디인지 알아봤습니다. 먼저,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서 '징병제 31개국', '징병제 국가 현황' 등을 쳐봤습니다. 하지만, 징병제 국가가 31개국이라는 통계는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대신 2000년 이후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로 전환한 국가가 31개국이라는 언론 보도가 있었습니다.

2000년 이후 징병제 폐지 31개 국가는 홍 후보의 발언과 어느 정도 관련성이 있어서 자료 출처를 찾아봤는데, 역시 관련 연구 결과는 찾기 어려웠습니다. 다만, 기사의 사례들이 온라인 백과사전인 '나무위키'에서 제시한 31개국 사례들과 거의 일치하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001년 프랑스와 스페인에서 2020년 몰도바까지 표로 정리돼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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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나무위키

SBS 사실은팀은 누구나 편집 가능한 온라인 백과사전 자료를 팩트의 근거로 삼지 않고 있습니다. 정확한 근거가 필요합니다.

국내 자료 가운데에는 더불어민주당의 싱크탱크 민주연구원이 2019년 발표한 <분단상황 속 정예강군 실현 위해 단계적 모병제 전환 필요>가 자주 인용되고 있었습니다. 155개국 중 모병제 국가는 89개국, 징병제 국가는 66개국으로 써있습니다. 해외 사례도 찾아봤습니다. 영국의 국방외교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2018년 <밀리터리 밸런스> 보고서에서, 상비군이 있는 164개국 가운데 모병제 국가는 93개, 징병제 국가는 71개로 분석했습니다.

이것 말고도 사실은팀이 여러 자료를 찾아봤는데 수치가 다 달랐습니다. 국방부에 정확한 데이터가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국가별 징집 형태를 따로 정리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사실 저희도 찾아봤는데 정확한 건 없었고요, 연구하시는 분들도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저희는 CIA에서 운영하는 웹사이트(CIA 팩트북)에 군사 관련 내용이 있는데, 그걸 참고하고 있습니다. 의원실에서도 종종 국가별 징집 형태와 관련해 자료 요청을 하는데, 저희도 딱 정해진 건 없다고 말씀드리고 있고요."
- 국방부 관계자


모병제와 징병제를 명확히 구분 짓기 어렵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국방부에서 말한 대로 CIA팩트북(https://www.cia.gov/the-world-factbook)을 찾아봤습니다.

사실은팀은 팩트북 내용을 바탕으로 징병제 국가와 모병제 국가를 분류하는 작업도 해봤습니다. '강제적인'(compulsory), '의무적인'(obligational), '징병의'(conscriptional)라는 표현이 있으면 징병제로, '자발적인'(voluntary), '징병제가 아닌'(no conscription)과 같은 표현이 있으면 모병제로 분류했습니다. 각 국가 별 징병 형태를 일일이 알아보며 전수 조사한 게 아니라 한계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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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A팩트북의 설명 대로라면, 징병제 66개국, 모병제 121개국이었습니다. 징병제 66개 국가 가운데 14개국은 모병제적인 요소도 섞여 있다고 팩트북은 표현합니다.

그런데, 팩트북 분석 역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가령, 노르웨이는 여자도 군대 가는 강한 징병제 국가로 알려졌습니다. 여성 군 입대 논란이 일면, 늘 이스라엘 사례와 함께 자주 거론되고 있는 국가입니다. 팩트북은 노르웨이 징집 제도에 다음과 같이 적었습니다.
19-36세 남성, 여성 대상 선택적 징병제; 남성 지원자의 경우 17세 (전시 상황엔 16세); 여성 지원자의 경우 18세; 의무 복무 기간 19개월; 징병자는 19-28세에 12개월 복무 후 계급과 보직에 따라 34, 44, 55, 60세까지 최대 4-5번의 재교육 기간을 거침.
19-35 years of age for male and female selective compulsory military service; 17 years of age for male volunteers (16 in wartime); 18 years of age for women; 19-month service obligation; conscripts first serve 12 months from 19-28, and then up to 4-5 refresher training periods until age 35, 44, 55, or 60 depending on rank and function
- CIA 팩트북, military-service-age-and-obligation의 Norway


하지만, 노르웨이를 징병제 국가로 볼 수 있는지는 논란이 있습니다. 미국 군사전문매체 디펜스원은 지난 3월 다음과 같이 보도했습니다.
"노르웨이에서 '징병됐다'는 말의 의미는 현실적으로 군 입대 경쟁을 통과했다는 의미이다. 만 19세 노르웨이 국민 가운데 15%만이 입대하고 있다."
And in Norway, "conscripted" means "having successfully passed the highly competitive selection for national service." Only about 15 percent of Norwegian 19-year-olds are accepted.
- 미국 군사전문매체 디펜스원<How Norway Is Folding Civilians into National Defense>, 지난 3월12일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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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출신 아이돌 가수 닉쿤의 입대 추첨 장면. 지난 2015년 4월 7일 SBS8뉴스 방영분.

태국은 만18세 이상 남성 가운데 신체검사를 통과한 남성에 한해 추첨으로 입대 여부를 결정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태국 출신의 아이돌 가수 닉쿤이 입대 추첨을 한 장면이 보도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태국은 본인 의사에 반해 군대에 가는 사람이 있으니 사실상 징병제일 수도 있고, 의무적으로 다 가지는 않기 때문에 모병제적 특성도 약간은 갖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CIA 팩트북은 태국을 '징병제 국가'로 분류했습니다.

국방부는 "징병제 국가로 분류되더라도, 징병을 거부하면 가지 않는 국가도 있다. 같은 나라라도 어떤 학자는 모병제 국가, 또 어떤 학자는 징병제 국가라고 얘기하기도 한다"고 했습니다.

심지어 대표적인 모병제 국가로 알려진 미국 역시, 전체 인구를 병력으로 보고 관리하기 때문에 명목상 징병제 국가로 분류해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고 합니다. 학계에서는 모병제와 징병제 외에 선택적 징병제, 추첨식 징병제, 징병·모병 혼합제, 완전한 징병제, 대체복무형태의 징병제 등으로 세분화하기도 하지만 이 역시 하나의 기준으로 묶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다만, 상당수 국내외 자료가 징병제 국가 규모를 60개 이상으로 보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저희 사실은팀의 분석도 마찬가집니다. 결국, "징병제 채택하는 나라가 31개 국가"라는 홍준표 후보의 데이터는 사실로 보기 어렵습니다.

앞으로도 모병제 논란은 자주 오르내릴 수밖에 없을 텐데, 명확한 개념 정리가 필요해 보입니다.

윤석열의 '관광산업 기여율' 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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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후보가 지난 13일 합동 토론회에서 했던 발언입니다. 제주도에서 열린 토론회였는데, 관광 산업을 발전시키겠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전 세계 평균 관광산업의 GDP 기여율이 한 10% 정도 되는데, 우리나라는 2.8%에 불과합니다."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합동토론회>, 지난 10월 13일


정치인들은 언론 기사를 인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관련 기사를 검색해 봤더니,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세계여행관광협회(WTTC) 자료를 인용, 분석한 내용이었습니다. 지난해 10월 기사였습니다. 2019년 기준, 200여개 국가의 관광산업 GDP 기여도 전체 평균은 10.4%였는데, 한국은 2.8%라고 보도된 건 사실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이 내용을 인용한 걸로 보입니다.

데이터의 원문인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들어갔더니 관련 자료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관광지식정보시스템도 WTTC이 자료를 분석한 것이니 WTTC에서 관련 자료를 직접 찾았습니다. 2021년 6월, WTTC가 발행한 <여행&관광 경제적 효과 2021(TRAVEL & TOURISM ECONOMIC IMPACT 2021)> 보고서를 참고했습니다.

확인 결과, 한국의 관광산업 GDP 기여율은 2019년 4.4%에서 2020년에는 2.4%로 급감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코로나 여파였습니다. 세계 평균은 2019년 10.4%에서 2020년 5.5%로 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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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TC 보고서를 기준으로 하면, "관광산업의 GDP 기여율이 세계 평균이 10%, 우리나라는 2.8%에 불과하다"는 발언은, 전세계 평균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 기준으로, 한국은 '코로나 이후'인 2020년 기준으로 한 수치와 거의 같습니다.

한국의 관광산업 GDP 기여도가 낮은 수준인 건 맞습니다. WTTC는 GDP 규모가 큰 20개 나라를 별도 집계하고 있는데, 2019년과 2020년 모두 꼴찌였습니다. 다만, 감소율은 8위로 상대적으로 작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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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팀은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GDP 기여도가 낮다"는 윤석열 후보의 말은 사실로 볼 수 있지만, 그 근거로 든 "세계 평균 10%와 우리나라 2.8%"라는 수치는 통계 왜곡이 있다고 판단합니다. 코로나 이전과 이후, 관광 산업의 극적인 위축 상황을 반영하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데이터가 정치를 만났을 때



아무래도 모병제 부분이 쓸 말이 많다 보니 길어졌습니다. 조사할 게 많아서 그렇다는 점 양해 부탁 드립니다.

다만, 이번 검증이 후보들의 말 꼬리는 잡는 식의 팩트체크로 읽히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사실은팀이 두 후보가 말한 징병제와 관광산업 데이터를 면밀히 들여다 본 이유는, 당장 지금의 검증보다는 앞으로의 우려 때문입니다.

지금은 당 후보들 간의 경쟁이라 덜 하지만 다음 달이면 여야 후보 간 치열한 싸움이 시작될 겁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수치와 통계들, 데이터가 인용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은팀은 2017년 이후 대선과 지방선거, 총선 등을 거치며 정치적 이해에 따라 데이터가 왜곡돼 활용되는 경우를 자주 목격했습니다. 주장의 선명성을 위해 통계의 일정 부분 만을 발췌하거나, 지금 데이터가 있는데도 굳이 옛날 데이터를 소환해 논리를 만드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데이터의 원래 취지를 벗어나 정치에 의해 끼워 맞춰지는 경우입니다. 늘 팩트의 근거가 되는 데이터와 수치, 통계가 '정치의 시간'을 지나면 충분히 변형될 수 있다는 점, 염두에 둬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부분을 시청자 분들과 함께 고민하고 싶어서 팩트체크 했습니다. 사실은팀은 후보들의 발언과 그 근거 데이터를 늘 예의 주시하려고 합니다. 시청자 분들도 함께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넷에서 SBS 사실은 치시면 팩트체크 검증 의뢰 하실 수 있습니다. 요청해주시면 힘 닿는 데까지 팩트체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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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 권민선, 송해연)
<주요 참고 자료>
국제전략문제연구소(ISIS), <밀리터리 밸런스> 2018년 보고서, (https://www.iiss.org/publications/the-military-balance/the-military-balance-2018)
민주연구원, <분단상황 속 '정예강군' 실현 위해, 단계적 모병제 전환 필요>, 정책브리핑 2019-05호, 2019년 7월
CIA팩트북 (https://www.cia.gov/the-world-factbook)
디펜스원, "How Norway Is Folding Civilians into National Defense", 2021년 3월 12일자.
세계여행관광협회(WTTC), <TRAVEL & TOURISM ECONOMIC IMPACT 2021>,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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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원 기자(leekw@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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