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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경제수장은 "집값 고점" 정부는 "내년 5.1% 상승" 국민 우롱하나 [핫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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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 = 박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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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수도권 집값 전망을 놓고 정부의 경제수장과 기획재정부 의견이 엇갈려 혼선을 키우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그동안 적극적으로 '집값 고점론'을 설파하며 집값하락을 경고해왔다.

반면 기회재정부는 내년 수도권 집값이 올해보다 5%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전제로 내년도 세입예산을 편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정부의 이율배반적 행태로 국민들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홍 부총리는 지난 6월 부동산시장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서울 아파트 실질 가격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조정을 받기 이전 수준의 과거 고점에 근접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7월에는 대국민담화문을 통해 "아파트 실질가격, 소득대비 주택가격 비율 등 지표들이 최고수준에 근접했거나 넘어서고 있다"며 "가격 조정이 이뤄진다면 시장예측보다 좀 더 큰 폭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올 하반기부터 아파트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섣불리 추격 매수를 하지 말라는 얘기였다.

홍 부총리는 이달 5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재부 국정감사에서도 "최근 집값의 가파른 오름세가 일단은 주춤하면서 꺾였다고 판단한다"며 '집값 고점론'을 고수했다.

반면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1일 기획재정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8월 내년 국세수입 예산안을 편성할 당시 주택가격이 수도권은 5.1%, 지방은 3.5% 상승할 것으로 본 국토연구원 전망자료를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재부는 이 자료를 바탕으로 공시가격 상승률까지 감안해 내년 종합부동산세가 올해보다 29.6% 증가한 6조6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했다.

정부가 겉으로는 집값이 고점이라고 외치면서 내부적으로는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보고 세수 계산을 한 것이다.

국민을 우롱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러니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정부는 집권 직후인 2017년8월부터 "집을 파시라"며 국민에게 주택 매도를 권유했다.

정부의 '집값 하락론'에 덜컥 자신의 집을 팔고 무주택자가 된 실수요자들은 이후 천정부지로 치솟는 수도권 집값을 바라보며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다.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말만 철썩같이 믿고 5년내 집을 사지 않고 버텼다가 '벼락거지'나 '전월세 난민'으로 내몰린 무주택자들 또한 절망과 허탈감 속에서 망연자실해하고 있다.

정부는 부동산정책 실패와 거짓 약속으로 막대한 피해를 본 국민들에게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이제라도 답해야 한다.

집값은 오를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다.

부동산 시장은 '신의 영역'으로 불릴 정도로 전망하기 어렵다.

따라서 정부가 '집값 안정'에 자신이 없었다면 애시당초 부동산시장을 건들지 말았어야 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근거없는 자신감을 앞세워 세금폭탄과 규제일변도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주택시장을 왜곡시키고 실수요자들의 피해만 키웠다.

최근 서울 집값은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와 장기간 폭등에 따른 피로감 탓에 상승세가 다소 '주춤'하는 모양새이긴 하다.

하지만 강남권과 소형 아파트값은 상대적으로 강세가 계속되고 있어 섣불리 '대세변화' 를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주택시장 상승세가 조만간 꺾여 안정세가 이뤄질 것이라고 속단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부동산시장의 향배를 좌우할 변수는 무엇보다 신속하고 충분한 공급물량 여부다.

집값이 하락하려면 공급량이 늘어나야 하는데 현재로선 분양-입주물량 모두 턱없이 부족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아파트 입주 물량은 3만1200가구로 정부 예측치 4만2000가구를 크게 밑돌았다.

내년 서울 아파트 공급 물량 전망치도 지난해 5만가구에서 최근 3만6000가구로 줄어든 상태다.

여기에다 분양가상한제와 고분양가심사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 거미줄처럼 얽힌 규제로 분양을 중단한 재건축단지들이 늘면서 입주 물량은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이달말 분양가상한제 개선안을 발표한다고 하지만 변죽만 울리는 시늉에 그칠 것이라는 게 건설업계 전망이다.

집값 안정을 위해선 이제라도 세금폭탄과 규제일변도 정책기조에서 탈피해 파격적인 규제완화 같은 친시장 정책을 과감히 펼쳐야 한다.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여태껏 보지 못했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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