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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정치, 그날엔…] 문재인·이재명 '마포 건배' 다음날 안철수의 '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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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월8일 민주당 대선경선후보들 '하나의 팀' 기원 화합주

4월9일 KBS·연합뉴스 여론조사, 안철수 36.8% 문재인 32.7%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편집자주‘정치, 그날엔…’은 주목해야 할 장면이나 사건, 인물과 관련한 ‘기억의 재소환’을 통해 한국 정치를 되돌아보는 연재 기획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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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안희정(왼쪽부터) 충남지사, 문재인 전 대표, 이재명 성남시장, 최성 고양시장.사진=연합뉴스


대선을 앞두고 당내 경선이 끝나면 ‘또 하나의 승부’가 시작된다. 원팀을 기대하는 승자 쪽과 앙금이 남아 있는 패자 쪽의 치열한 정치 수읽기다. 경선 승리를 꿈꾸다 패배를 당한 후보는 마음의 상처와 충격을 회복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승리한 쪽은 하루라도 빨리 중앙당 선거대책위원회를 꾸려야 한다는 점에서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다. 패자의 정치적 몸값이 최고조로 오르는 때는 바로 이 시기다. 승자는 경선에서 패배한 후보는 물론이고 그를 따랐던 정치인들과 지지자들의 마음을 얻어야 본선 승리를 바라볼 수 있다.

경선의 앙금을 해소하지 않을 경우 본선 레이스는 가시밭길이다. 패자는 승자의 이러한 마음을 모를 리 없다. 그렇다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승자의 손을 들어주는 것은 정치가 아니다. 자신을 지지했던 국회의원들이나 지지자들에게 퇴로의 명분을 제공해야 한다.

문제는 시일이 지날수록 ‘패자의 시간’은 양날의 검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이다. 승자의 손을 들어주는 시간이 너무 늦어질 경우 경선 불복 이미지가 더해질 수 있다. 패자 역시 행동에 나설 적절한 타이밍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얘기다.

당내 경선 승자와 패자의 물밑 정치 수싸움은 여야 정당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이다. 민주당의 경우 2002년, 2007년, 2012년 대선에 이르기까지 순탄하게 경선이 마무리된 적이 없다. 그나마 2017년 경선이 당내 갈등이 덜했던 경선이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문재인 후보는 경쟁자였던 다른 후보들과 이른바 ‘하나의 팀’을 천명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2017년 4월8일 서울 마포의 한 호프집에서 경선에 참여했던 4명의 후보가 모여 화합주를 마셨다.

경선 승자인 문재인 대선 후보와 패자인 당시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최성 고양시장 등 4명이다. 경선 승자와 패자의 건배 장면은 정치적 각인 효과와 맞물려 있다. 경선 과정에서 남아 있던 앙금을 털어버리고 본선 승리를 위해 힘을 모았다는 이미지를 전하는 게 목적이다.

실제로 마포 호프집에서 4명이 술잔을 나누는 모습은 주요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문재인 후보는 마포 화합주를 토대로 정치적 동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당시 선거 판세이다. 민주당 4명의 대선 경쟁자들이 화합주를 마실 무렵은 대선을 불과 한 달 남겨둔 시점이다.

민주당 입장에서 당시 판세는 살얼음판이었다. 문재인 후보도 당선을 자신하기 어려웠던 상황이다.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은 4월8일 마포 화합주 정치 이벤트를 토대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데 성공했지만 다음 날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는 충격이었다.

건배는 문재인 이재명 안희정 최성 등 4명의 민주당 경선 후보들이 나눴는데 ‘정치적 축배’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들었다.

KBS는 연합뉴스와 합동으로 조사한 대선 여론조사 결과를 2017년 4월9일 공개했다.

대선이 5자 구도로 치러지는 것을 가정할 때 지지율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36.8%,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32.7%,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6.5%,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2.8%,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1.5%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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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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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 양자 구도로 치러질 경우에는 안철수 후보 49.4%, 문재인 후보 36.2%로 오차범위를 넘어서는 격차로 안철수 후보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여론조사는 KBS와 연합뉴스가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2011명을 대상으로 2017년 4월 8~9일, 유무선 RDD 방식을 이용한 전화면접조사로 진행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문재인 후보가 대선에서 패배할 수도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는 민주당에 민감하게 다가왔다. 그렇다면 문재인 후보의 정치 화합주가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것일까. 정치적인 사건이나 이벤트는 며칠 후 여론조사에 반영되는 게 일반적이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2017년 대선에서 민주당은 원팀에 가까운 중앙당 대선 캠프를 꾸렸음에도 판세는 만만치 않았다. 만약 마포에서 술잔을 나누는 정치적 퍼포먼스를 성사시키지 못했다면, 경선 패자와 그 지지자들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정치적으로 훨씬 더 어려운 상황에서 본선을 치르지 않았을까.

‘하나의 팀’을 드러내는 대선 후보의 화합주는 정치적 쇼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지만 그러한 정치적 쇼라도 성사시켜야 하는 게 당내 경선 승자의 숙명이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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