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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서울 아파트 거래량 지난해 절반 수준…"양도세 무서워서 못 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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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9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 총 3만7355건…지난해 같은 기간 6만2900건

"양도세 중과 전 매물 내놓을 것" 정부 예상과 달리 시장 '증여' 선택

"다주택자 매물 출하 유도할 양도세 개편 필요"

아주경제

남산서울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21.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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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회에 집을 팔려다가도 양도세 얘기 듣고 매도를 포기하는 집주인들이 대다수예요. 억 소리 나는 세금을 내고 나면 갈아타기도 어려우니 버티고 보는 거죠." (용산구 H중개업소 대표)

이번 정부 들어 주택시장의 거래절벽이 심화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양도세 무서워서 주택을 못 파는 집주인들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집을 팔아도 세금을 내고 나면 남는 게 없으니 굳이 팔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파느니 물려주자는 증여가 다주택자들 사이에서 트렌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거래절벽 속 증여는 호황

2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총 3만735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거래량인 총 6만2900건의 절반 수준이다. 지난 한 해 서울 아파트 총거래량은 8만1186건에 달했는데, 지난해 수준의 거래량을 기록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올해 1월 5797건, 2월 3874건, 3월 3789건, 4월 3669건, 5월 4898건, 6월 3945건, 7월 4701건, 8월 4184건, 9월 2498건, 10월 496건으로 거래량이 줄어드는 추세다. 특히 10월 거래량은 전달의 5분의1 수준인 496건으로 주택거래신고일은 계약 후 30일 이내여서 신고 기간이 아직 남아 있지만,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거래절벽의 가장 큰 이유는 양도소득세 부담에 따른 매물 잠김 현상 때문이라는 게 현장의 반응이다. 지난 6월부터 다주택자와 단기 거래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최고세율이 75%로 인상됐다. 여기에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의 경우 이전보다 10%포인트(p) 더 무거운 양도세를 내야 하고, 보유 기간이 2년 미만인 주택을 매매할 때는 차익의 60~7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마포구 중개업소 대표는 “양도세가 워낙 복잡하니 집을 팔면 세금폭탄을 맞는 것 아니냐는 공포가 상당하다”며 “더구나 정부 정책이 이랬다 저랬다 바뀌고 내년에 대선도 열리니 상황을 지켜보자는 집주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정부는 양도세를 강화하기에 앞서 양도세 중과를 유예하면 다주택자 다수가 매물을 시장에 던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시장은 정부 예상과는 다르게 흘렀다. 지난해 7·10대책을 통해 양도세를 강화하면서 올해 6월까지 양도세 중과를 유예해 1년여의 시간을 줬지만 다주택자들은 매물을 내놓기는커녕 부의 대물림인 증여를 택했다.

실제 정부가 양도세를 중과하는 내용의 7·10대책을 발표한 이후 '매물잠김' 현상이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다주택자 매도량'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다주택자 전체 주택 매도량은 7·10대책 발표 이전인 지난해 6월 7886건이었으나 발표 이후인 7월 7140건으로 줄었고 8월에는 3342건으로 급감했다.

대책 발표 이전인 2019년 7월부터 2020년 5월까지의 서울 다주택자 월평균 주택 매도량은 4564건이었는데 대책 발표 이후부터 적용 이전인 2020년 7월부터 2021년 5월까지의 매도량은 4331건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집값 상승 기대감과 양도보다 낮은 세율로 인해 증여는 늘었다. 7·10대책 전후의 서울 월평균 주택 증여량은 1963건에서 3151건으로 늘었다.

다주택자들 사이에서 증여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세대생략 증여 등 증여의 형태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조부모가 자녀를 건너뛰고 손주에게 바로 재산을 증여하는 ‘세대생략 증여’ 건수는 2016년에 6230건을 기록한 이후 2017년 8388건, 2018년 9227건, 2019년 1만434건 등 매년 가파르게 늘었다. 4년 새 증가율이 80%에 달한다.
양도세 완화 카드 나올까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완화하는 안은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민주당은 지난 8월 1가구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비과세 기준선을 현행 시가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리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법안은 여전히 상임위에 머물러 있다. 현재는 1가구1주택의 경우, 2년 이상 소유·거주했더라도 9억원 이하 아파트여야 양도세를 내지 않지만, 이를 12억원으로 올리면 해당 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들은 양도세 비과세를 받게 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일영 의원(더불어민주당 소속)이 연내 양도세 개편에 대한 견해를 묻자 "부동산 양도소득세에 대한 기준을 조정할 필요성도 일견 있다고 보여진다"면서도 "부동산 시장과 관련해 양도세 변동이 잘못된 시그널로 갈까 봐, 부동산 시장 안정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까 봐 걱정도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도세는 (관련 법안이) 이미 국회에 계류돼 있어 11월 조세소위원회에서 논의될 것"이라며 "소위에서 의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두 가지 요인을 상의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양도세 개편안이 실제 적용되더라도 다주택자들의 매물 출하를 유도하는 데는 큰 효과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지금처럼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비과세의 기준을 높인다고 해서 매물이 많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현재 1주택자만 혜택을 보는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다주택자로까지 확대할 것인지 여부에 따라서 다주택자 매물 출하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윤주혜 기자 jujusun@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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