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8 (목)

100㎞ 떨어진 적군 초토화할 국산 ‘괴물 자주포’ 등장한다 [박수찬의 軍]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세계일보

육군 K-9 자주포가 포탄을 발사 후 진지변환 훈련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궤도 차량에 야포를 얹은 자주포는 기계화부대에 의한 ‘충격과 돌파’ 전술이 발전한 현대전에서 핵심 전력으로 여겨져왔다.

한국군도 마찬가지였다. 1980년대 미국산 K-55 자주포를 사용했던 한국군은 1998년 K-9 자주포를 국내 개발해 북한과의 포격전에 맞설 채비를 갖췄다.

현재 1000여문이 일선에서 활동중인 K-9은 이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단순한 포병 무기가 아닌, 멀리 떨어진 적군을 정확히 타격하는 전략무기로 거듭나는 것이다.

세계일보

한화디펜스가 제작한 K-9A1 자주포.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0여년 후엔 100㎞ 너머 적군도 타격

K-9 자주포 제작사인 한화디펜스는 19일 개막한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서 K-9 성능개량을 포함한 미래 자주포 개발계획을 공개했다.

한화디펜스 측의 설명에 따르면, K-9을 개량해 2018년부터 쓰이고 있는 K-9A1은 분당 6발의 포탄을 최대 40㎞까지 쏠 수 있다. 다만 포탄 장전 방식이 반자동으로 이뤄지는 등 기술적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도 존재한다.

이에 따라 한화디펜스는 K-9 2차 성능개량을 거쳐 2020년대 K-9A2를 선보일 계획이다.

K-9A2는 최대발사속도가 분당 6발에서 더 높아진다. 완전 자동 방식의 포탄장전체계를 갖춰 운용인원은 기존보다 줄어든다.

2030년대에는 K-9 계열의 마지막 형태가 될 K-9A3가 등장할 예정이다. 기존보다 긴 58구경장 주포를 지닌 K-9A3은 사거리가 70~100㎞에 달한다. 분당 10발의 포탄을 발사하며, 궤도는 고무로 바뀐다.

세계일보

육군 K-9 자주포들이 가상 표적을 향해 포탄을 발사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K-9A3의 가장 큰 특징은 유·무인 복합체계다. K-9A3 3대로 1개 포대를 구성할 때, 1대는 2명으로 운용하고 나머지 2대는 원격조정으로 기동과 사격을 한다. 운영인원이 대폭 감소해 병력 소요 부담이 적으며, 적 포격으로 사상자가 대거 발생할 위험도 낮출 수 있다.

한화디펜스 관계자는 “기존 포탄을 개량하면 사거리가 80㎞까지는 가능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사거리 100㎞를 달성하려면 활공탄이나 램제트탄 개발이 필요하다”며 “사거리가 길어지면 바람 등 기상 영향으로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어 포탄 앞에 유도신관을 장착해 정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K-9A3 이후에 등장할 미래 자주포는 구체적인 모습이 공개되지 않았으나, 완전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K-9 2차 성능개량은 이르면 2023년 체계개발에 착수, 2027년 전력화가 가능할 전망이다.

3차 성능개량은 사거리 100㎞ 달성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는 작업이 내년부터 이뤄질 예정이다. 연구개발 기간은 8년 안팎으로 예정되어 있으며, 핵심 기술을 사전에 확보해 2030년대 초반 3차 성능개량 사업을 본격화할 토대를 갖추게 된다.

◆수출과 미래 먹거리 개척 나선 국내 기업들

서울 ADEX에서는 수출과 4차 산업혁명 기술 등 미래 산업 시장을 개척하려는 국내 방위산업체들의 활동이 주목을 받았다.

세계일보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리는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 마련된 현대로템 전시관 전경. 현대로템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현대로템은 노르웨이 수출용으로 개조한 K-2 전차를 선보였다. 노르웨이는 노후한 독일산 레오파르트2A4를 대체하고자 2조원을 들여 신형 전차 70여 대를 도입하는 사업을 추진중이다.

내년 말 최종 승자가 가려질 노르웨이 전차 사업에는 K-2와 독일의 레오파르트2A7이 후보에 올라 있다.

노르웨이 수출용 K-2는 대전차미사일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이스라엘 라파엘의 능동방호체계를 탑재한다. 침엽수가 많고 기온이 영하 54도에 달하는 현지 기후를 고려, 난방장치와 예열 시스템을 설치하고 침엽수 형태의 위장무늬를 그려넣었다.

현지 군용장비 탑재를 원하는 노르웨이 정부 정책을 반영, 현지 방산업체 콩스버그가 만든 원격사격통제체계(RCWS)를 장착한다.

현대로템은 K-9 자주포의 우수성을 확인한 노르웨이에서 K-2 전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최근에는 노르웨이 측 실사단이 방한해 K-2 공장 등을 방문하고 운용부대에서 실사격을 참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로템은 내년 2월부터 현지 시험에 들어갈 예정이다.

국내의 대표적 총기 제작업체인 SNT 모티브는 미국이 6.8㎜ 소총탄을 사용할 움직임과 관련, 6.8㎜탄을 사용하는 STR-24 소총을 선보였다. 6.8㎜ 소총은 M4 등 5.56㎜소총보다 위력과 사거리가 우수하고 7.62㎜소총에 비해 가벼운 차세대 소총으로 주목받고 있다.

K-14 저격소총을 반자동으로 개조한 STSR-23 저격총과 STSR-20 12.7㎜ 대물 저격소총은 국내외에서 소요가 꾸준한 제품이다.

특히 이번 ADEX에서 주목받은 대물 저격소총은 2~3개국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어 국내 조달보다 수출이 먼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SNT 모티브 관계자는 “현재 시험사격을 완료했으며, 내구성 및 안정성 시험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는 드론 방호 소형레이저 무기를 소개했다. 국책 연구로 2023년까지 레이저대공무기 블록1(고정형)을 개발하고, 2024년부터 블록2(이동형) 개발에 들어가는 것과 별도로 군사시설과 원전, 공항 방호를 위한 소형 레이저무기를 만든 셈이다. 사거리는 1㎞지만 필요 시 연장도 가능하다.

세계일보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리는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 마련된 LIG넥스원 전시관에서 외국 군 관계자들이 장사정포 요격체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LIG 넥스원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LIG 넥스원은 장사정포 요격체계와 초소형 위성 등을 선보였다. 장사정포 요격체계는 천궁, 대포병레이더 등을 개발한 경험을 토대로 한다. 차량에 16연장 발사대 2기가 탑재되고, 동시추적기능도 추가될 예정이다. 요격미사일은 해궁을 활용한 형태지만, 군의 요구에 따라 바뀔 가능성도 있다.

구름 등에 관계없이 정찰이 가능한 합성개구레이더(SAR)를 갖춘 초소형위성은 1m급 해상도를 갖춘 초소형위성 40개를 500㎞ 상공에 띄워 30분 간격으로 북한을 감시할 수 있다.

세계일보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리는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 마련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전시관에서 관람객이 관계자 설명을 들으며 마린온 무장형 헬기를 살펴보고 있다. 성남=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상륙공격헬기와 차기 기본훈련기를 소개했다. 마린온 헬기를 플랫폼으로 하는 상륙공격헬기는 좌우 양측 무장장착대에 공대공미사일 4발, 천검 공대지미사일 8발, 로켓 38발을 탑재한다.

상륙공격헬기는 유·무인 복합체계(MUM-T)를 탑재한다. 공대지미사일을 장착하는 공간에 드론을 탑재하고, 중앙동체에 무인기 조작사를 태우게 된다. 조종사가 헬기를 조종하면서 무인기 조작을 하려면 부담이 매우 높기 때문에 무인기 통제를 전담하는 인원을 따로 두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게 KAI측의 설명이다.

KAI는 공군의 KT-1 훈련기가 2038년 퇴역하는 것에 대비, 차기 훈련기 개발도 제안하고 있다. 소요제기에서 양산 1호기 출고 시점까지 17년이 걸리므로, 지금부터 준비해야 KT-1 노후화에 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KT-1의 출력을 1600마력으로 높이고, 여압시스템을 추가한다. 조종석은 KF-21과 유사하게 구성해 훈련 효과를 높인다. 향후 배터리 기술이 발달하면 전기추진방식의 훈련기 개발도 구상중이다.

◆“한국 시장을 잡아라” 해외 업체 수주전도 치열

한국군의 무기도입 사업을 노린 해외 업체의 수주전도 활발했다.

미 보잉은 한국 공군이 운용중인 E-737 공중조기경보통제기 소개에 주력했다.

군 당국은 현재 공중조기경보통제기 2대 추가 도입 사업을 추진중이나, 최근 도입 규모를 4대로 늘리는 방안이 유력시되고 있다. 실제로 소요조정이 이뤄지면 사업 일정은 1년 정도 지연될 전망이다.

보잉의 팀 플로드 기동 및 감시 사업부문 이사는 “E-737은 보잉 737모델을 활용해 운영유지면에서 타 기종보다 큰 혜택이 있다”며 “같은 조건 아래 도입 규모를 4대로 늘리면 규모의 경제로 가격경쟁력이 더 생길 것이다. E-737은 타국서 운용중이고 영국과 미국 등에서 신규 소요도 꾸준하다”고 강조했다.

세계일보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리는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서 공군 E-737 공중조기경보통제기가 축하비행을 하고 있다. 성남=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는 영국이 E-737을 최근 도입한 것과 관련, “E-737의 탑재 레이더는 360도 감시가 가능하다. 영국 모델은 미국과의 상호운용성이 높고, 한국 사양과 매우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한국 공군에 타우러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판매한 독일 타우러스시스템스는 KF-21과 FA-50에 타우러스 350K-2를 탑재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드레브스타드 한국지사장은 “기술적으로 KF-21과 FA-50에 타우러스 350K-2 탑재가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존 타우러스 미사일을 소형화하는 것은 새로운 제안이 아니다. 1990년대 말 스웨덴 그리펜 전투기 탑재를 위해 소형화 연구를 했다. 현재는 국내 방산업계와 공동개발을 논의할 수 있는 단계”라고 덧붙였다.

세계일보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리는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 마련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전시관에 한국형전투기(KF-21)와 타우러스 350K-2 공대지미사일 모형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성남=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유럽 항공무장업체 MBDA는 KF-21에 장착되는 미티어 중거리 공대공미사일을 제작하고 있다. MBDA 수출 담당인 레오 알파노는 “미티어는 마지막 단계서 가속하는 성능이 뛰어나며, 미사일과 조종사가 끊임없이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개발한 FA-50과 KF-21의 무장 강화에 대해서는 “KF-21 블록2에 아스람을 탑재하는 것을 KAI와 논의중”이라며 “수출을 위해서라도 FA-50에 사거리가 상대적으로 긴 아스람을 쓰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한국 해군이 경항공모함을 건조하면 도입될 F-35B 수직이착륙 스텔스기의 무장에 대해서는 “영국 해군은 F-35B에 아스람과 미티어 공대공미사일, 스피어 공대함미사일을 탑재한다. 한국측에서 연락은 없었지만 (경항모에 탑재할 F-35B엔) 아스람과 미티어, 스피어를 패키지로 쓰는 것이 좋다고 본다”며 “영국과 이탈리아가 체계통합비용을 부담해 한국은 비용 부담이 없고 전력화 시기도 앞당길 수 있을 것”이고 말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