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이슈 세계 속의 북한

유엔 북한 인권보고관 "코로나 상황서 대북제재 완화 검토해야"(종합)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굶주림과 코로나19 사이에서 양자택일하게 해선 안 돼"

미국 "유엔 제재는 회원국 의무"…제재 완화에 선 그으며 인도지원 강조

(뉴욕·워싱턴=연합뉴스) 강건택 백나리 특파원 =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22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이유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완화를 촉구했다.

킨타나 보고관은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코로나19 대유행의 상황에서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제재 체제를 재평가해야 한다"며 "필요하면 이러한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유엔 총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서도 인도주의적 위험에 처한 북한 주민들을 위한 안보리 제재 완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북한 당국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경을 폐쇄하고 국내 여행을 제한하는 등 엄격한 방역 조처를 하면서 중국과의 국경 지대에서 상업 활동에 의존하던 많은 주민이 소득원을 잃었다는 점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킨타나 보고관은 보고서에서 "북한은 국경을 넘나드는 주민에 대한 총살 지령을 포함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너무나 가혹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이동의 자유 제한과 북·중 국경 폐쇄로 인해 주민들이 식량 등 생필품에 접근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또 코로나19 대유행 시작 전부터도 북한 주민 40% 이상이 식량 부족을 겪고 있었다면서 "국가 차원의 인프라 투자가 미흡해 필수적인 의료 공급과 적절히 훈련받은 전문 인력이 매우 부족하다"는 점도 우려했다.

이날 회견에서 그는 "국경이 계속 닫혀 있다면 일부 주민들이 기아의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며 "북한 주민들이 굶주림의 공포와 코로나19의 공포 사이에서 양자택일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보고서의 언급을 다시 거론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주민들은 생활고를 겪는 가운데 북한은 미사일 발사와 핵 개발을 계속하는 현 상황을 "제재의 역설"이라고 정의한 킨타나 보고관은 "모든 당사자들에게 오랜 한반도 분쟁의 평화적 해법을 찾기 위한 조치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에 따라 북한 당국에 인권 탄압의 책임을 추궁하면서도 인도적 지원과 외교를 동시에 펼치는 "투트랙 접근법을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회견에서 북한의 무기 개발과 인권 탄압에 대한 문제의식도 분명히 드러냈다.

킨타나 보고관은 "북한은 미사일 발사와 군비 경쟁을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한 뒤 "정치범 수용소도 계속 북한에 존재하고 있다. 이는 북한에서 가장 심각한 인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킨타나 보고관은 유엔 총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의 컨센서스(전원동의) 채택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2018년 3월 스위스 제네바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하지만 미국은 인도적 지원의 필요성은 수긍하면서도 제재 완화는 어렵다는 뜻을 내비쳤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킨타나 보고관의 주장에 대한 질문을 받자 "단순한 사실은 북한 정권이 그 나라의 인도적 상황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라며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는 여전히 시행 중이고 모든 유엔 회원국에는 (시행)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미국이 대북 인도지원을 위한 노력에 관여하고 있다면서 "북한 같은 정권이나 정부와 뜻이 같지 않더라도 우리는 주민의 고통 경감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는 또 "이는 우리가 북한에 중요한 인도지원 제공을 목표로 하는 국제적 노력을 계속 지지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프라이스 대변인의 발언은 대북 인도지원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인정하되 제재 완화에는 선을 긋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북한과 협상이 재개되면 제재 완화 등 모든 것을 논의할 수 있지만 이를 협상 유인책으로 제시할 수는 없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firstcircl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