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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분쟁지역] 예멘 내전 속 ‘제3 전선’… 남부 분리주의 vs 이슬람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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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9월 29일 예멘 수도 사나에 있는 공동 묘지에서 한 후티 반군 지지자가 최근 정부군과의 교전 중 사망한 그의 친척 무덤 앞에서 기도하고 있다. 사나=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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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시아파 후티 반군 대변인인 야히아 사리 준장은 이달 17일 “아랍연맹이 지원하는 예멘 정부군(수니파)과의 전투를 통해 중북부 마리브주(州)와 중남부 샤브와주를 점령했다”고 발표했다. 두 지역의 넓이만 무려 3,200㎢에 달한다. 이른바 ‘승리의 봄’ 작전 성공이었다.

마리브는 북부에 근거지를 둔 후티군이 북부에서 유일하게 장악하지 못했던 곳이다. 바꿔 말하면 예멘 북부에 한정할 때,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대통령이 통치권을 행사해 왔던 단 하나의 지역이었다는 얘기다. 후티군은 마리브를 차지하기 위해 올해 2월부터 대대적 공격에 나섰다. 분쟁 및 테러 관련 자료를 분석하는 비정부 조직 ‘무장 분쟁 위치 추적·사건 기록 프로젝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예멘에서 내전으로 숨진 1만 명 가운데 44%가 마리브에서 목숨을 잃었다. 이곳은 현재 예멘 내전의 최대 격전지다. 인접한 샤브와도 후티군의 거센 공세가 이어졌던 곳이다.

마리브와 샤브와는 예멘의 경제적 생명줄인 원유와 천연가스가 생산되는 핵심 지역이다. 지리적으로도 남부 세력과 북부 세력 사이에 위치한 전략적 요충지다. 국제분쟁 연구기관인 국제위기그룹(ICG)은 14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후티군의 마리브 점령이 임박했다며 “하디 정부는 치명타를 입게 되고, 유엔의 중재 노력도 큰 혼돈에 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ICG는 또 “마리브 함락으로 예멘 내전은 종식이 아닌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으며, 잠재적으로는 더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는 단계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상황에서 예멘 남부 분리주의 정치조직 ‘남부과도위원회(STC)’가 또 다른 이해 당사자로 떠오르고 있다. 알려진 대로 STC와 하디 정부는 서로에게 동지이자 적인, 중층적 관계를 맺고 있다. ‘반(反)후티 전선’에서는 한배를 타고 있지만, ‘(남부 지역 내부의) 남-남 내전’에서는 정치·군사적으로 크게 충돌하고 있는 사이다.

양측 간 갈등은 2017년 4월 하디 대통령이 당시 남부 아덴주 주지사였던 아이다루스 알 주바이디 현 STC 수장을 해임하면서 촉발됐다. 그러나 애초 두 진영은 정치적 이념과 목표가 완전히 다르다. 하디 정부는 통일된 예멘을 추구한다. STC는 정반대다. 1990년 남북 예멘이 통일되기 전까지 28년간 독립국가였고 아랍 세계 최초 마르크시스트 정부였던 남예멘(예멘인민공화국)의 부활을 꿈꾼다.

하지만 전쟁이 장기화하고 주변국들이 개입하면서 정세가 복잡해졌다. STC도 ‘남예멘 독립’이라는 순수한 신념만으로 움직이는 건 아닐 것이다. 이들에게는 아랍에미리트(UAE)라는 든든한 뒷배도 있다. STC는 자신들의 지렛대적 입지를 활용, 전쟁 국면에서 협상력을 발휘해 세력 확장을 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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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7일 예멘 수도 사나 시내에서 자동 소총으로 무장한 후티 반군들이 차량에 매달린 채 이동하고 있다. 사나=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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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티 대 반후티’ 전선이 예멘 전쟁의 제1 전선이라면, ‘남-남’ 내전 양상을 보이는 STC와 하디 정부 간 갈등은 제2 전선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제2 전선 내에서 제3 전선이 새로 생겨나고 있다. 바로 후티군과 하디 정부군이 맞붙는 마리브와 샤브와에서 하디 정부군 주축 세력인 이슬람주의 정당 ‘알이슬라(예멘개혁연합)’와 STC 진영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알이슬라는 이슬람 근본주의 조직인 무슬림 형제단의 ‘예멘 버전’으로 통하는 이슬람주의 정당이다. 그러나 중동 지역 다른 이슬람주의 정당들과는 달리, 예멘 부족 문화의 강한 영향을 받고 있다. 세력을 규합하거나 적과 대결하는 상황에서는 ‘부족주의’가 작동한다. 2014년 9월 후티군이 ‘아랍의 봄’으로 쫓겨난 알리 압둘라 살레 전 대통령과 손잡고 내전을 일으킨 이래로, 알이슬라는 줄곧 하디 정부 진영에 가담해 왔다. 실제로 STC와 충돌했던 하디 정부군은 알이슬라 소속 대원인 경우가 많았다. 테러리즘과 국제안보 문제를 다루는 미국 싱크탱크 ‘제임스타운 파운데이션’은 지난해 6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2019년 4월 STC의 예멘 남부 점령 이후로 STC와 충돌한 하디 정부군은 알이슬라 연계 세력이었다”고 지적했다.

흥미롭게도 하디 정부의 든든한 지원군이자 지금까지도 망명한 하디 대통령을 보호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는 무슬림 형제단을 ‘테러리스트 조직’으로 규정하고 있다. 알이슬라도 2014년 3월까지 사우디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었다. 하지만 2015년 사우디와 UAE 등 아랍연맹과 서방 강대국들, 그리고 이란까지 예멘 내전에 가담하면서 국제전 양상으로 치닫자, 사우디는 그동안 배척해 왔던 알이슬라를 반후티 전선에서 힘을 합칠 동맹으로 기꺼이 받아들였다. 예멘 내전의 정치적 역동성이 빚어낸 아이러니다.

STC 진영은 “알이슬라와 연계된 정부군이 샤브와 영토를 후티군에게 넘겨주고 있다”며 격노하고 있다. STC 주장의 근거는 이렇다. 샤브와 지방 주지사 살레 빈 아디오가 알이슬라 출신이고, 샤브와에 배치됐던 하디 정부군이 후티군 공격 시작 이전 알이슬라 대원들로 재배치됐으며, 그 이후로 샤브와 영토가 후티 세력한테 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알이슬라는 예멘 전쟁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UAE를 ‘점령 세력’으로 본다. 따라서 UAE 지원을 받는 STC와 STC 군사조직 ‘시큐리티 벨트’도 ‘용병’으로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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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5일 예멘 중북부 마리브주 수웨이다 난민 캠프에 거주하는 여성과 어린이들이 텐트 앞에 모여 있다. 마리브=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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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이슬라와 STC 간 갈등에는 극단주의 무장단체 ‘알카에다’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STC 수장 알 주바이디는 3월 15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무슬림 형제단이 극단주의자들을 지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쉽게 풀어 말하자면 ‘알이슬라가 알카에다와 손잡고 STC를 공격한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UAE 유력 언론 ‘더내셔널’은 4월 10일 샤브와 주도인 아타크 주민의 말을 인용해 “2019년 무슬림 형제단이 샤브와주에 배치된 후 (UAE 지원을 받는) STC 엘리트 부대 소속 군인 6명이 알카에다에 의해 암살당했다”고 보도했다.

후티군 또한 마리브와 샤브와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면서 이 지역에 주둔해 있는 알카에다를 소탕하겠다는 명분을 내걸었다. 앞서 예멘에 본부를 두고 있던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 잔여 세력과 살라피스트(이슬람 원리주의자) 부족 민병대, 친(親)정부군까지 모두 축출했다는 보도가 이어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오늘날 AQAP가 예멘 전쟁 그룹 중 가장 취약한 조직으로 전락했다고 분석한다. 예멘 및 AQAP 문제 전문가인 영국 옥스퍼드대 펨브로크칼리지 아랍·이슬람 연구소의 엘리자베스 켄달 연구원은 중동 이슈 전문 팟캐스트에서 “2016년 4월 UAE가 과거 AQAP가 장악했던 예멘 남동부 해안도시 무칼라를 탈환한 이래로 AQAP는 별다른 영토 확장력을 갖고 있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오늘날 예멘에서 ‘알카에다’라는 말은 반드시 이념적·종교적 극단주의 세력으로서의 알카에다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여러 조직이 그 이름을 차용하고 있으며, 다양한 군사 그룹이 공유하는 명칭으로 (예멘) 전쟁 구도에서 도구화된 측면이 있다“는 뜻이다.

마리브와 샤브와 지방에서 반후티 동맹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알이슬라는 이제 후티군은 물론, 반후티 동맹 내부의 도전에도 직면해 있다. 반후티 진영이 분파주의로 지리멸렬하는 사이, 후티군은 거침없는 진격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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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경 국제분쟁전문 저널리스트


이유경 국제분쟁전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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