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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저홀릭] 오징어게임 뺨치는 '라징어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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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는 게 재미가 없다는 거야. 뭘하면 좀 재미가 있을까. 다시 느끼고 싶었어. 관중석에 앉아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그 기분을.'

세계를 홀린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오일남 할아버지가 병실에 누운 채 던진 말이다.

드라마만으로는 충족할 수 없었던 그 '기분'을 느끼게 하고 싶어서일까. '오징어 게임'이 뜨면서 패러디·짝퉁팔이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물론 발 빠른 마케팅에 딴지를 걸 생각은 없다. 문제는 정도다. 꼭 선을 넘는다. 넘치니,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이다.

그나마 선을 지킨 '어그로 마케팅'을 보자. 대표주자가 휘닉스 평창이다. 자사 포레스트 캠핑 패키지를 홍보하면서 별다른 연관성은 없는데 홍보 문구에 '오징어 게임 감성을 느끼세요'라는 타이틀을 걸고 슬며시 묻어간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상금 456억원이 걸린 의문의 게임에 참가한 456명의 서바이벌 게임'을 다룬다. 게임 형식에 달고나 뽑기 등 추억의 놀이가 등장하는데, 여기에 나온 추억을 차용해 옛날 도시락에 '오징어 감성'을 끌어다놓은 것. 애교스러운 정도다.

영화 속 게임 참가용 명함에 등장하는 '자음 끌어 쓰기'도 선을 넘지는 않는다. 예약 플랫폼 호텔스닷컴 등 일부 발 빠른 플랫폼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마케팅을 펼치면서 영화 속 명함에 등장했던 자음을 활용해 자사 문구에 삽입하는 방식이다. 직접적인 끌어 쓰기는 아니지만 연상법을 활용해 간접적으로 '오징어 게임'을 떠올리게 만드는 꼼수인 셈이다.

게임 방식을 차용하기도 한다. 여수 호텔 라테라스리조트가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펼친 이벤트 방식이다. 이름하여 '라징어 게임'. 총 4라운드까지 진행됐다. 1라운드 참여 방법은 어릴 적 친구들과 했던 추억의 놀이를 댓글로 남기는 것. 라징어 게임 참가자들은 땅따먹기, 비석치기, 오발뛰기, 공기놀이 등 각자 추억이 담긴 게임들을 댓글로 남겼다.

2라운드 게임은 패자부활전 형식으로 이어졌다. 3라운드와 4라운드는 미공개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슬슬 선을 넘는 마케팅이 하나둘 보인다.

대표적인 게 논란이 된 '현실판 오징어 게임'이다. 간 큰 이벤트를 벌인 곳은 강릉 세인트존스호텔. 아예 상금 500만원을 내걸어 버린 거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는 총 6가지 게임이 등장하는데 '세인트 게임'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줄다리기' '달고나 뽑기' '딱지치기' 등 4가지 게임만 차용해 이벤트로 활용했다.

결국 탈이 난다. 강릉시가 오는 24일 계획했던 '세인트 게임'에 대해 행사 주최 금지 행정명령을 내린 것이다. 강릉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적용되고 있다. 숙박시설 주최 행사는 금지다.

마케팅이란 게 그렇다. 적당하면 먹힌다. 반대로 정도가 강해지면, 문제가 된다. 반감을 자극해서다. 심리학에선 '인지 밀림현상'이라고 부른다.

"아직도, 사람을 믿나?" 드라마 속 일남이 게임 중간 성기훈(이정재)에게 해준 말이다. '사람' 자리에 마케팅을 넣으면 이렇게 된다. 아직도, 마케팅을 믿는가.

[신익수 여행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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