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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후 독재자’ 루카셴코, 이번엔 환경단체 강제 청산해 국제적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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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루스 최대 환경단체 문 닫게 한 루카셴코
유엔 환경 협약국들, 벨라루스 강력 제재 나서
탄압 속 259개 벨라루스 시민단체 청산 위기
한국일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헌법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민스크=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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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이번엔 환경단체를 강제 청산해 국내외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유엔에서는 환경 민주주의 국제협약인 '오르후스 협약'을 어겼다는 이유로 벨라루스에 대한 제재까지 결정했다. 국제적 압박에도 불구하고 내년으로 예정된 독재 연장을 위한 개헌 국민투표를 앞두고 루카셴코의 시민단체 탄압은 계속될 전망이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유럽 등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오르후스 협약국들은 투표를 통해 벨라루스의 협약국으로서 권리와 특권을 정지시키는 가장 강력한 제재를 결정했다. 벨라루스 정부가 자국 환경단체 에코홈 강제 청산 결정을 오는 12월 1일까지 취소하지 않으면 내년 2월부터 제재를 적용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는 2001년 협약이 발효된 이후 사상 처음 시행된 제재다. 이날 협약국 47개 중 벨라루스를 포함한 단 4개국만 반대표를 던졌고 기권 1개국(몰도바)을 제외한 나머지는 찬성했다.

오르후스 협약은 환경 분야에서 시민들의 정보 접근권, 행정절차(의사결정) 참여권, 사법접근권을 보장하는 일종의 환경 민주주의를 위한 국제적 약속이다.

문제는 환경단체 에코홈이 지난 8월 강제로 문을 닫게 되면서 시작됐다. 1996년 설립된 에코홈은 벨라루스에서 가장 오래된 환경단체 중 하나로 상징적 의미가 크다. 벨라루스 정부는 에코홈이 합법적으로 등록되지 않은 주소에서 운영되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전체 회원 정보까지 요구했으나 거절당하자 지도부 자택을 수색하는 등 압박에 나섰고 결국 강제 청산을 결정했다. 에코홈은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부당한 청산 절차에 항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갈등은 결국 오르후스 협약 회의로까지 번지게 됐다.

에코홈 소속인 제레미 와츠는 "벨라루스에서 협약에 따른 법치주의와 인권, 민주주의가 침해되는 일은 더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다"며 "다른 많은 국내 환경 단체들은 억압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벨라루스 법시민단체 '로트렌드'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현재 벨라루스에서는 259개 시민사회단체가 강제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 오르후스 협약 준수위원회는 "벨라루스에서 사람들이 환경권을 행사하는 상황이 급격하게 악화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27년째 철권 통치를 이어 온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해 6선에 성공한 후 전보다 더 야당 세력을 탄압하고 있다. 내년에는 권력 영속화를 위한 개헌도 준비 중이다.

벨라루스 정부는 제재에 강력히 반발했다. 안드레이 후딕 벨라루스 환경장관은 이날 회의 결정에 대해 "근거는 없고 정치적 동기만 있다"고 비난했다. 유리 암브라제비치 유엔 주재 벨라루스 대사도 "이번 결정은 법적 절차가 아니라 권고에 불과하다"면서 "이번 결정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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