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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장애인, 지하철 시위로 “승강기 100% 설치 약속”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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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권 등 내년 예산 반영 서울시에 요구

장애인들 1시간20분 지하철 승·하차 시위


한겨레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22일 오후 서울시에 장애인 이동권 보장 등을 위해 예산 책정을 촉구하며 서울 지하철 4호선을 타고 혜화역에서 서울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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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단체가 내년도 서울시 예산안에 장애인 이동권 예산이 삭감된 것에 반발하며 22일 오후 서울 지하철 승강장에서 승·하차 시위를 벌였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이날 오후 2시께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휠체어를 타고 서울역까지 이동한 뒤, 전동휠체어를 탄 이들이 열차 출입문을 막는 등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서울시가 지난 2015년 발표한 ‘장애인 이동권 증진을 위한 서울시 선언’에 담긴 △2022년까지 서울 지하철 1역사 1동선 승강기 100% 설치 △2025년까지 시내 저상버스 100% 도입 등과 관련된 예산이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앞서 서울시가 2022년까지 100% 설치하겠다고 약속한 지하철 1역사 1동선(출구에서 승강장까지 최소 하나 이상의 연결된 경로) 승강기 예산이 설계비조차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박미주 활동가는 “지금 반영된 예산은 이동권을 보장하려는 의지를 찾아볼 수 없다”며 “286개 역사 가운데 아직도 22개 역사에 승강기가 설치가 안 돼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17년 승강기가 설치되지 않은 서울지하철 1·5호선 신길역에서 70대 장애인이 휠체어리프트를 조작하다 추락해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장애인 단체들은 그동안 서울 지하철 모든 역에 승강기를 설치하라고 꾸준히 요구해왔다. 신길역의 경우 2020년 2월에 승강기가 설치됐다.

한겨레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지하철 혜화역 승강장에서 열린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서울시 장애인이동권 예산 쟁취 지하철·버스 타기 직접행동’ 참여자가 지하철을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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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저상버스 도입률을 높이는 것도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제3차 서울시교통약자이동편의 증진계획’을 보면, 저상버스 도입률은 올해 75%(5345대)가 돼야 하지만 현재 저상버스 도입률은 65.6%(4307대)에 불과하다. 또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서울시 장애인콜택시 이용자 수는 3만7151명인데 620대만 운행하고 있어 이용 시에 긴 대기시간을 감내해야만 한다. 2022년 장애인콜택시 증차예산은 120대로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고 밝혔다.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 30여명과 활동가들은 “예산 없이 권리 없다. 장애인 권리를 보장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오후 2시16분께부터 혜화역에서 지하철에 탑승했다. 이들은 “늦어지게 돼서 죄송하다. 그런데 누군가는 이 지하철에 엘리베이터를 하나 만들려고 죽었다”, “저희를 욕해도 좋다. 서울시에 제발 민원 좀 넣어서 엘리베이터가 설치됐으면 정말 좋겠다”고 호소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열차 출입문이나 벽 곳곳에 “오세훈 서울시장님!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24시간 보장해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를 붙였다.

오후 2시42분께 서울역에 도착한 이들은 전동휠체어를 열차 출입문과 승강장 사이에 두고 열차 운행을 지연시켰다. 출발이 늦어지자 일부 시민들은 휠체어를 바깥쪽으로 밀어내거나 “빨리 출발시키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신아무개(37)씨는 “집이 안산이고 아기를 데리러 가야 하는데 4호선밖에 집에 갈 방법이 없다. 이분들 마음은 알겠지만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동대문역에서 열차를 탄 안아무개(37)씨는 “미리 알았으면 피하기라도 했을 것”이라면서도 “(집회)하는 것 자체는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하철은 경찰이 출입문에 서 있던 전동휠체어 탑승자를 강제로 끌어내려 3시23분께부터 운행이 재개됐다. 이후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서울 중구 서울시청 정문 앞에서 ‘2022년 서울시 장애인권리예산 쟁취 투쟁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서혜미 박지영 기자 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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