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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필동정담] 넷플릭스의 숨바꼭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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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매년 급증하는 데이터 사용량을 따라가는 데 투입되는 비용이 막대하다."

비단 한국뿐만이 아니다. 최근 '오징어 게임' 흥행으로 데이터 트래픽 폭증을 유발한 넷플릭스를 상대로 영국 통신사 브리티시텔레콤은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영국의 초고속인터넷 가입망에서 넷플릭스를 필두로 유튜브, 페이스북, 블리자드 등 소수 4개 업체가 잡아먹는 트래픽이 80%에 이른다. 현재 한국의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를 상대로 벌이고 있는 송사가 영국에서도 불거질 조짐이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해부터 트래픽 유발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넷플릭스를 상대로 추가적인 망 전송료 지불을 요구해왔다. 트래픽 관리를 위한 망 증설과 관리·유지비 증가에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라는 것. 반면 넷플릭스는 "전송료 지급을 강제하는 것은 '망 중립성' 원칙 위반"이라는 논리로 버티고 있다. 망 중립성은 데이터 트래픽의 종류에 관계없이 통신망 사업자가 동등하게 데이터를 제공하도록 하는 국제 규범이다. 막대한 데이터 트래픽을 유발한다고 차별적인 전송료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게 넷플릭스의 주장이다.

공교롭게도 넷플릭스가 방패로 삼은 망 중립성 원칙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의 태동으로 변곡점에 섰다. 미국은 이미 2017년 이 원칙을 용도폐기했다. 영국 방송통신 규제기관인 오프콤은 지난 8월부터 망 중립성 재검토를 위한 의견청취를 시작했다. 클라우드·증강현실·사물인터넷 등 신기술 부문과 함께 넷플릭스 같은 업체가 출현해 폭발적 데이터 트래픽을 유발하는 만큼 망 중립성 원칙의 유효성을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한국의 국회와 규제당국도 최근 '공정계약'의 잣대로 넷플릭스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넷플릭스가 망 중립성 원칙이 강하게 작동하는 국가들에서 의도적이고 차별적으로 망 사용료 지급을 거부하고 있는 건 아닌지 정부와 국회는 엄중히 따져야 할 것이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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