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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전 알파고에 충격, AI 독학…문과 출신이지만 특허도 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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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송재민 엠로 사장이 농수산물 수요예측을 위한 알고리즘 연결지도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뒤쪽 화면에 보이는 복잡한 선들이 각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이 서로 어떻게 연관돼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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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인공지능(AI) 시대다. 5년 전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겼을 때만 해도 충격이었는데 어느덧 AI가 일상인 사회로 바뀌고 있다. 그런데 AI는 기본적으로 컴퓨터공학 영역이다 보니 일반 사람이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그저 특정 전문가의 영역이라고만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문과 출신의 한 코스닥기업 사장이 최근 직원들과 함께 새로운 AI 알고리즘으로 4건의 특허를 등록하고 발명가 대열에 합류해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독학으로 AI를 익히다가 부족함을 깨닫고 사내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직원들과 함께 자체적으로 학습하며 AI를 깨우쳤다. 덕분에 웹 기반 구매 솔루션 회사가 요즘은 AI 기반 디지털 혁신 솔루션 제공업체로 변신하고 있다. 주인공은 송재민 (주)엠로 사장(54)이다.

송 사장은 스스로 AI를 익힌 경험이 너무 소중하다고 생각해 직원들을 상대로 AI 강사로도 활약하고 있다. 그가 가르친 직원 중에는 관리직과 영업직뿐만 아니라 연구개발직도 있다. 엔지니어 기반의 연구원도 송 사장에게 AI를 배우고 있는 것이다. 송 사장은 "새로운 상황이 발생하면 사람이 경험을 바탕으로 추론을 하듯이 AI는 경험이 아닌 데이터에 기반해 추론하는 것"이라며 "기본원리를 잘 알면 누구라도 AI 알고리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경험한 AI의 세계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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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직접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한 배경은.

▷어려서부터 바둑을 많이 좋아했다. 아마 5단 정도 실력이 된다. 2016년 3월 알파고와 이세돌 간 대국이 있었을 때 나는 이세돌이 완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몇몇 모임에서 승패를 걸고 내기를 했는데, 나는 이세돌이 5승 무패로 이기는 쪽에 다 걸었다. 그런데 이세돌이 첫판부터 지면서 내 판돈은 대국 첫날 다 날아갔다.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기업용 구매 솔루션 회사를 창업한 지 11년이 지난 때였으니 AI 동향에 대해 전혀 몰랐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런데 알파고를 기점으로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AI가 세상에 등장한 것이었다. 이때부터 큰일 났다 싶어 AI에 대한 책을 보기 시작했다.

―AI를 책으로 공부해 보니 어땠나.

▷혼자 책을 읽는 것으로는 한계가 컸다. AI 전문가를 찾아 직접 묻고 싶은 것이 많았다. 그런데 주변에서 그런 사람을 찾기가 어려웠다. 그렇다고 작은 회사에 그런 전문가가 올 리도 없었다. 해외에서 AI 인재를 영입할 형편도 아니었다. 이것저것 탐색하다가 2017년 여름 회사 직원들끼리 공부하는 스터디를 구성했다. 나는 영업부서 직원들과 함께 스터디를 했다. 책만 본 것은 아니고 AI에 관한 유튜브 동영상도 많이 참고했다. 6개월 정도 스터디를 하니까 AI가 어떤 것인지 조금씩 알 것 같았다.

―자체 스터디만 해서는 AI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AI에 한발 다가갈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다. 스터디를 한창 진행하던 때였는데, 한 지인이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 AI 전문가를 소개해줬다. 기대를 갖고 만났는데, 내 실력으로는 대화를 계속 이어가기 어려울 정도로 수준 차이가 컸다. 몇 달이 지난 뒤 그 전문가를 다시 만났더니 그때는 어느 정도 AI를 주제로 대화를 나눌 정도로 이해도가 높아졌다. 그때 회사 업무를 소개해 주면서 기존 비즈니스에 AI를 접목했으면 하는 바람을 피력했더니 그 전문가가 나중에 AI 비즈니스 아이디어 여러 개를 보내왔다. 그중에서 몇 개를 골라 AI 알고리즘을 공동 개발하는 계약을 맺었다.

―해당 계약은 잘 진행됐나.

▷전혀 아니다. 서로 소통하는 것부터가 문제였다. 문과 출신인 내가 수학이 강한 루마니아 출신으로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AI로 박사학위를 받은 전문가와 의견을 주고받는 것은 초등학생이 수학 박사와 대화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려웠다. 수백 통의 이메일이 왔다 갔다 하는 동안 수학을 잘 몰라 어려움이 컸다. AI 알고리즘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벡터와 행렬, 회귀분석 등 선형대수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다. 그래서 책과 유튜브를 통해 선형대수를 공부했다. 놀랍게도 어느 정도 공부해 보니 AI 알고리즘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선형대수는 문과 출신도 충분히 할 수 있었다.

―그 전문가와 처음으로 개발을 시도한 AI 알고리즘은 무엇이었나.

▷기업이 보유한 자재 데이터를 표준화하는 것이었다. 예컨대 어떤 제조업체에서 '고속절단기'라는 자재를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하자. 자재 목록에 정확하게 고속절단기라고 쓰여 있으면 문제가 없지만, 대개는 '고속 절단기'처럼 띄어쓰기가 다르거나 '고속절딴기' 혹은 '고속덜단기'처럼 잘못 쓰여 있기도 하다. 그러면 컴퓨터는 같은 자재임에도 서로 다른 자재로 인식하고, 결과적으로 자재 관리 비용이 치솟게 된다. 지금까지는 이런 잘못을 사람이 일일이 잡아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정확성도 떨어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잘못 표기된 자재 품목도 제대로 인식할 수 있는 AI를 개발하고자 했다.

―개발이 수월하게 진행됐나.

▷몇 달간 씨름하며 개발에 매달렸지만 그 전문가는 결국 개발을 포기해야 할 것 같다는 연락을 해왔다. 띄어쓰기 문제를 해결하는 게 너무 어렵다는 것이었다. 영어는 띄어 쓰면 서로 다른 단어지만, 한글은 같은 단어라도 띄어쓰기가 서로 다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고속절단기와 고속 절단기는 띄어쓰기가 다르지만 사실 같은 품목이다. 띄어쓰기를 감안해 알고리즘을 짜면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 개발이 어렵다는 게 그의 결론이었다. 그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던 어느 날 미국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가능할 것 같다는 연락이었다. 들어 보니 한글을 문자가 아닌 이미지로 인식하게 하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마치 사진을 학습시키듯이 한글을 학습시키는 방식이었다. 이후 자재 데이터 표준화를 위한 AI 알고리즘 개발에 속도가 붙었다. 처음엔 인식 정확도가 70%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직원들과 함께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95% 이상으로 높였다. 특허 등록도 마칠 수 있었다.

―직원들에게 교육을 직접 한 이유는.

▷책과 유튜브로 AI를 공부하다가 부족해서 스터디를 했고, 동시에 외국 전문가와 공동으로 AI 알고리즘을 개발하다가 부족함을 느껴 스스로 수학을 공부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생초보'가 어떻게 하면 좀 더 쉽고 빠르게 AI를 이해할 수 있을지를 누구보다 확실하게 터득했다. 특히 외국 전문가와 함께 AI 알고리즘을 개발하면서 주고받은 수백 통의 이메일 내용은 살아 있는 교육 자료였다. 직원들의 AI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 회사 업무도 훨씬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교육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나.

▷처음엔 연구소 직원들에게 선형대수를 가르치는 것으로 시작했다. 영업직이나 영업기획직 등 일반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는 작년 상반기에 처음으로 시작했다. 주 1회 강의였고, 대략 8개월간 이어졌다. 처음에 수강한 직원들은 13명이었다. 첫 과정이 반응이 좋아서 올해 상반기엔 6개월짜리 과정 2개를 운영했다. 하나는 매주 목요일 아침 1시간30분짜리 강의였고, 다른 하나는 격주 금요일 저녁 3시간짜리 강의였다. 두 클래스에서 강의를 들은 직원 수가 60명이 넘는다. 지금도 녹화된 영상으로 강의를 지속하고 있다.

―회사 강의에서는 어떤 순서로 가르치나.

▷처음에는 머신러닝과 AI에 대한 개념을 설명한 뒤 파이선이라는 프로그래밍 언어에 대한 기초교육을 실시한다. 이어 다양한 AI 알고리즘을 이해할 수 있도록 넘파이(numpy)와 판다스(pandas), 텐서플로(tensorflow) 같은 라이브러리에 대한 선행학습을 한다. 중간중간 AI 알고리즘 이해에 필요한 선형대수에 대한 공부도 한다. 마지막 단계에서 딥러닝과 강화학습을 소개한다. 중도 포기하려는 직원들도 있었다. 그러나 AI를 공부해본 경험상 막연한 두려움을 없애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게 없다고 직원들에게 강조했다. AI라는 것도 결국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을 알고리즘이 대신하게 하는 것이다. 상황에 어떤 변화가 생겼을 때 내가 어떤 식으로 생각하고, 어떻게 추론해 대응하는지를 생각해보면 AI 알고리즘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업무로도 바쁠 텐데 강의를 병행하는 것이 힘들지 않았나.

▷사실 처음 강의를 시작했을 때는 4개월 정도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고 보니 어려운 내용이 많아 시간이 더 걸렸다. 육체적으로는 힘들기도 했지만 직원들이 조금씩 AI를 알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에 묘한 즐거움을 느꼈다. 덕분에 직원들의 AI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회사에 새로운 AI 비즈니스가 빠르게 추가되고 있다. 본인들이 자신의 업무에서 갖고 있는 전문성에 AI가 결합되면서 회사도 발전하고, 직원들 성취감도 커지고 있으니 보람이 크다.

―강의가 시작된 이후 새로 개발된 회사 AI 비즈니스에는 어떤 게 있나.

▷대표적으로 농수산물과 같은 상품에 대한 수요예측 시스템이 있다. 예컨대 식품이나 유통회사들은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농수산물 재고를 줄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전에는 담당 직원들이 전년 경험이나 자신의 감, 아니면 몇 년 치 판매 데이터로 평균을 낸 값에 의존해 판매 물량을 준비했다. 이제는 다양한 데이터에 기반한 AI 알고리즘으로 보다 정확하게 소비자의 구매 수요를 예측할 수 있다. 데이터에는 가격이나 이벤트, 계절, 요일, 시간대 등에 따른 판매 성과를 비롯한 다양한 내용이 포함된다. 예컨대 삼겹살 프로모션을 할 때 상추와 마늘, 고추가 얼마만큼 더 팔리는지에 대한 과거 데이터 등이 활용된다. AI를 통해 신선 농수산물 재고를 줄이고, 재고 부재로 인한 판매 기회 손실을 최소화하면 수익성의 직접적인 개선 효과가 뒤따르게 된다.

▶▶ 송재민 사장은…

1967년 인천에서 태어나 서울대 국제경제학과와 미국 일리노이대 MBA를 졸업한 뒤 딜로이트 뉴욕사무소에서 회계사로, 한국투자파트너스에서는 투자팀장으로 일했다. 이후 금융보안 전문업체인 이니텍으로 옮겨 재무·운영책임자(CFO·COO)를 지낸 뒤 2005년 엠로를 인수했다. 지난 8월 코스닥에 상장한 엠로는 기업들이 사용하는 구매 SCM(공급망관리) 솔루션 분야 국내 1위 업체로 작년 44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정혁훈 농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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