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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플라스틱, 10년 안에 석탄보다 온실가스 더 뿜는다…기후위기 해소 노력에 찬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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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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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플라스틱 통(왼쪽)과 다회용 텀블러. 게티이미지


플라스틱에서 나오는 온실가스가 10년 안에 석탄화력 발전소 배출량을 능가해 기후변화 대응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현재 미국 플라스틱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연간 최소 2억3200만t으로, 이는 500MW(메가와트) 규모의 석탄화력 발전소 116곳에서 뿜어내는 평균 배출량과 맞먹는다.

미국 환경단체 ‘비욘드 플라스틱’은 21일(현지시간) ‘기후변화를 주도하는 데 석탄을 제친 플라스틱’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2030년까지 플라스틱이 석탄화력 발전소보다 기후변화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10년 동안 플라스틱에서 나오는 온실가스가 석탄화력 발전소보다 많다는 것이다. 이는 기후 변화의 속도를 늦추려는 각국의 대응을 무력화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플라스틱이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주목받는 것은 이윤 하락을 만회하기 위해 플라스틱 생산을 늘리고 있는 미국 화석연료 기업들의 행보와 관련 있다. 지난해 미국 플라스틱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9년보다 1000만t 증가한 1억1400만t으로 보고됐다. 이는 미국 석탄화력 발전소의 65%가 문을 닫은 데서 얻은 온실가스 감소분을 상쇄한다.

보고서는 석유나 천연가스의 시추부터 제조시설에 대한 공급, 폐기물 소각까지 플라스틱이 온실가스를 뿜어내는 10개 단계를 분석해 배출량을 추산했다. 플라스틱 공급원료의 수압파쇄는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오염물질인 메탄을 2025년까지 매년 4500만t 방출한다. 이는 지난해 석탄화력 발전소 22개의 평균 배출량보다 많다.

가스 분해시설인 에탄크래커는 매년 최소 7000만t의 온실가스를 방출한다. 현재 가동되고 있는 크래커시설 35개는 석탄화력 발전소 35개와 같은 양의 온실가스를 뿜는다. 기타 플라스틱 원료를 제조하는 데에 매년 온실가스 2800만t이 배출되며, 이는 석탄화력 발전소 14곳에서 나오는 양이다. 플라스틱 원료 및 제품의 수·출입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매년 최소 5100만t으로, 25개 이상의 석탄화력 발전소에서 매년 나오는 양과 같다. 도시의 플라스틱 폐기물 소각으로 매년 최소 1500만t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며, 이는 적어도 7개의 석탄화력 발전소와 맞먹는다.

실제로 플라스틱 업계에서 나오는 오염물질 양은 더 많을 것으로 보고서는 예측했다. 재료학회장이자 보고서 집필자인 짐 발레트는 “연방기관은 현재 규정에 따라 업계에 보고를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배출량이 집계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물 속의 플라스틱과 같이 온실가스로 분해되지만 이에 대한 분석이 진전되지 않아 추적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플라스틱 생산 인프라가 취약계층 지역에 몰려있어 피해가 편중돼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 중 온실가스·독성 화학물질 등 플라스틱 산업에서 비롯된 오염의 90%는 18개 지역사회에서 발생하는데, 이 지역 주민들은 미국 평균 가정보다 수입이 28% 적으며 소수민족 지역사회일 가능성이 67% 더 높았다.

플라스틱으로 인한 배출량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미국에서는 2019년 이후로 최소 42곳의 플라스틱 공장이 문을 열었거나 건설·허가 단계에 있다. 시설이 완전 가동되면 2025년까지 추가로 5500만t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것으로 보인다. 에탄크래커 시설도 추가로 짓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은 2050년까지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이 3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플라스틱의 재활용 가능성이 거론돼 왔지만, 실제 재활용률은 낮으며 현재까지 제안된 재활용 방식도 온실가스 등을 배출하는 소각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진단됐다.

비욘드 플라스틱 대표이자 전 지역 환경보호국장인 주디스 엥크는 “플라스틱은 새로운 석탄이며, ‘환경정의’의 주요 관심사”라고 짚었다. 그는 플라스틱 업계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추세대로 늘면 석탄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퇴출하고 신재생 에너지로 전환하면서 얻는 편익이 훼손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엥크 대표는 “배출량 규모가 어마어마하지만, 정부나 업계에서 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점도 크게 우려된다”며 “에너지 전환에 돈을 덜 쓰는 기업들은 플라스틱을 플랜B로 본다. 하지만 우리는 기후위기에 처해 있다. 우리를 위한 플랜B는 없다”고 말했다.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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