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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아' 없어야 산다?‥아프리카 코끼리의 슬픈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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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잠비크 고롱고사 국립공원에 있는 상아 없는 코끼리 [사진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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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서 밀렵이 성행하자 상아 없이 태어나는 코끼리가 늘어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미국 프린스턴대의 로버트 프링글 교수 등은 현지시간 21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지난 1977년부터 1992년까지 모잠비크 내전 중 상아 밀렵이 성행하면서 암컷 아프리카 사바나 코끼리의 진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무장군은 무기 구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코끼리를 잡은 뒤 상아를 팔았는데, 모잠비크 내전 기간 아프리카 코끼리의 약 90%가 무장군에 학살당했습니다.

연구진은 모잠비크 고롱고사 국립공원에 서식하는 아프리카 사바나 코끼리 중 유독 암컷이 상아없이 태어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착안해 유전적 요인이나 성별과 관련된 것인지를 확인하고자 했습니다.

암컷 코끼리 중 상아가 있는 7마리, 상아가 없는 11마리의 혈액을 채취해 DNA를 분석한 결과, 포유류의 치아 발달에 기여하는 유전자를 포함해 X 성염색체 한쪽에 돌연변이가 생겨 상아가 사라진 것으로 연구진은 분석했습니다.

암컷은 XX, 수컷은 XY의 성염색체를 갖는데 X 성염색체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암컷은 상아를 잃고 수컷은 아예 어미 배 속에서 유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연구진은 또 이런 변화가 코끼리뿐만 아니라 전체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습니다.

상아는 코끼리가 땅속의 먹을 것을 파내고 나무껍질을 벗기는 등 다목적 도구로 쓰이는데 상아가 없는 코끼리의 증가는 식물 종 구성 등 다른 생태계 속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미국의 생물학자 새뮤얼 와서는 "자연 선택에 대해 생각할 때 우리는 수백, 수천년에 걸쳐 일어나는 일을 생각한다"며 "이 극적인 상아 도태가 15년 만에 일어났다는 점은 가장 놀라운 발견 중 하나" 라고 말했습니다.

연구를 이끈 프링글 교수는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자연에서 인간 개입의 영향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인간이 말 그대로 동물의 해부 구조를 바꾸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그는 "코끼리가 멸종 위기가 처했던 1990년대 이후 코끼리 개체 수는 3배 이상 늘었다"며 "지금과 같은 보존이 유지된다면 상아가 없는 특성은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신정연 기자(hotpen@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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