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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마스크 벗은 영국, 신규 확진자 5만명… 유럽 곳곳 재봉쇄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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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존슨 英 총리 “높은 수준이지만 예상 범위 안”

규제 강화보다 ‘부스터샷’ 강조… 마스크 착용 자율 방침

세계일보

런던=A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마스크를 벗은 유럽 국가에서 신규 확진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방역 규제 강도를 높이는 방안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일부 유럽 국가는 다시 봉쇄조치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유럽에서 가장 먼저 ‘위드 코로나’를 선언한 영국에서는 지난 21일(현지시간) 하루 신규 확진자가 5만2009명 나왔다. 최근 8일 연속으로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4만명을 넘더니 3달여 만에 5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유럽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 규모이고 전 세계에서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에 해당하는 수치다. 다만 영국의 코로나19 사망자는 전날(179명)보다 줄은 115명을 기록했다.

영국은 지난 7월19일 ‘자유의 날’을 선언하고 마스크 착용과 모임 인원 제한,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규제를 모두 없앴다. 이후 신규 확진자 수는 하루 2만∼3만명대를 유지하다가 날씨가 추워지는 가을로 접어들자 증가세가 커졌다. 사망자 수는 연초 강력한 봉쇄 정책과 백신 접종 효과로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지만 봉쇄를 전면 해제한 이후부터 서서히 늘어나 8월을 전후로 다시 100명대에 들어섰다.

영국의 이런 신규 확진자 규모는 다른 주요 유럽 국가들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수준이다. 독일과 벨기에, 프랑스, 이탈리아 등 주요 유럽 국가들은 신규 확진자가 모두 수천명대에 머물고 있다.

이는 영국의 전면적인 방역 규제 완화 정책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등에서는 엄격한 백신 패스 제도와 실내 마스크 착용 등을 유지하면서 규제를 완화하는 단계적인 위드 코로나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실내 마스크 착용과 더불어 전국 모든 공공·민간 근로 사업장에서 ‘그린 패스’(백신 패스·면역증명서) 제도를 시행한다. 노동자는 출근 시 그린 패스를 제시해야 하며 이를 소지하지 않으면 무단결근 처리된다. 프랑스도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하려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했거나,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음성이라는 보건 증명서를 제시해야 한다. 실내 마스크 착용은 주최 측 자율에 맡기지만 의무화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영국의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자 의료계에서는 ‘플랜B’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영국 정부는 가을과 겨울 코로나19 사태가 나빠질 경우에 대비해 마스크 착용 의무화와 재택근무 재권고 등의 플랜B를 마련해 놨다.

세계일보

영국 코로나 검사센터. EPA연합뉴스


하지만 영국 정부는 확진자 추이를 주시하면서도 방역 규제를 다시 강화하는 것에는 선을 긋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숫자를 매일 매우 주의 깊게 보고 있다”면서도 “높은 수준이지만 예상 범위 안”이라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규제 강화 대신 50세 이상 등을 대상으로 한 ‘부스터샷’(추가접종)과 12∼15세 백신 접종을 강조하고 있다. 마스크 착용은 여전히 자율에 맡긴다는 방침이다.

영국과는 달리 코로나19 확산세에 방역 규제를 강화하는 유럽 국가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지난 20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모든 노동자에게 오는 30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휴무령을 내렸다. 이날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3만4073명으로 역대 최다 수준만큼 불어나자 강력한 조처를 한 것이다.

라트비아는 필수 상점을 제외한 영화관과 미용실 등의 문을 닫는 봉쇄조치를 재도입했다. 다음 달 15일까지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통행금지가 이뤄지며, 레스토랑에서도 테이크아웃만 가능하다. 외신들은 최근 라트비아의 인구 대비 신규 확진자 수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체코도 다음 달 3일까지 이동제한 등 재봉쇄 조치에 돌입했고, 하루 신규 확진자가 1만명을 넘어선 폴란드도 봉쇄 강화 조치를 준비 중이다.

이정한 기자 h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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