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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더 큰 변화 올것" 佛 '뤼팽' 프로듀서가 본 '오징어 게임' 그 이후[인터뷰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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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오징어 게임'의 글로벌 신드롬, 그리고 그 이후는?

넷플릭스를 뒤집어놓은 한국 콘텐츠 '오징어 게임'이 어딜 가나 화제다. 거액의 빚을 지고 현실을 등진 사람들이 456억원의 상금을 걸고 목숨을 건 게임에 나서는, 현실적이고도 무시무시한 판타지는 전세계를 사로잡았다. 90여 개국에서 넷플릭스 1위 콘텐츠에 올랐고, 공개 17일 만에 1억1100만 가구의 시청자를 만난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의 역대 최고 인기 프로그램에 등극했다. 넷플릭스 주가까지 역대 최고로 끌어올린 '오징어 게임'의 글로벌 흥행 이후 한국이 또 다른 콘텐츠 제작기지로 주목받을 것이란 관측이 떠오르는 한편, '대박'의 주역인 한국 제작사는 정작 추가수익이 전혀 없다는 뉴스도 덩달아 주목받는다.

21일 시상식과 함께 막을 내린 '서울드라마어워즈 2021' 본편 심사위원으로서 처음 한국을 찾은 프랑스 프로듀서 이자벨 데조르주(Isabelle Degeorges) 또한 넷플릭스가 바꿔놓은 콘텐츠 세상과 비(非)영어 콘텐츠 제작 환경을 주목하고 있다. 프랑스 고몽 TV 소속인 그는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에서 대히트한 프랑스 범죄 드라마 '뤼팽'의 프로듀서다. 프랑스 작가 모리스 르블랑의 유명 추리소설 '아르센 뤼팽'을 모티브로 한 '뤼팽' 시즌1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로 만들어졌고, 올해 1월 공개 후 4주 만에 전세계에서 7600만 유료 가구가 시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오징어 게임' 전까지 비 영어 콘텐츠가 기록한 최고 기록이었다.

이자벨 데조르주 프로듀서는 '오징어 게임'에 대해 "브라보"라고 찬사를 보냈다. 그는 "'오징어 게임' 이후 많은 것이 바뀔 것이다. 전세계에서 한국 드라마 시장을 주목할 것"이라고 말했다. '뤼팽'의 히트와 함께 경험한 것들을 들려줬다.

-'서울드라마어워즈 2021' 본편 심사위원으로 한국을 찾았다. 각국 드라마를 심사한 소감이 궁금하다.

"한국이 처음이다. 많은 걸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완벽한 방문이라 할 수 있겠다. 초대해 주셔서 감사드린다. 각국의 작품을 보며 기쁘게 심사했다. 한국은 물론 터키 중국 등 나라마다 다른, 굉장한 다양성이 존재한다는 점을 느꼈고, 그 퀄리티 또한 높다고 느꼈다. 한국 드라마의 경우 인간성에 중점을 두거나 개성 강한 인물이 나온다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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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서 크게 히트한 '뤼팽'의 프로듀서다. 연출, 제작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점이 있다면.


"일단 좋은 이야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알고 싶어지는, 좋은 인물의 이야기가 필요하다. 이것만으로 충분하지는 않지만.

'뤼팽'의 경우 프랑스 드라마로는 예산이 많았기에 생각했던 것들을 구현할 수 있었다. 또 넷플릭스 덕에 전세계에 동시다발적으로 방송되면서 세계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감상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하자면, 대중에게 감며을 주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발견하고 싶고 느끼고 싶은 좋은 이야기다. 그 이후엔 좋은 감독, 충분한 예산이 역시 필요하겠지만."

-최근 화제인 '오징어 게임'을 봤는지. 감상과 평이 궁금하다.

"정말 '브라보'다. 물론 '오징어 게임'을 봤다. '뤼팽'과의 공통점이 느껴졌는데, '뤼팽'은 프랑스의 사회, '오징어 게임'은 한국 사회를 이야기한다. 한국 스타일이 가미된 드라마라고 느꼈다. 예산이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충분한 예산을 갖고 훌륭한 연출, 프로덕션을 해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덕분에 세계적 인기를 끌기도 했고. 사실 많은 한국 작품을 접하지는 못했다.

'오징어 게임' 이후 많은 것이 바뀔 것 같다. 전세계가 한국 드라마 시장, 노하우, 고품질의 제작 능력에 점점 주목할 것이라고 본다. '뤼팡' 이후 프랑스 드라마 제작에 관심이 쏠렸던 것처럼 '오징어 게임'도 마찬가지일 것이고, '뤼팡'보다 더 강력한 효과가 발생하리라고 생각한다. 앞서 '기생충'을 재미있게 봤는데, '기생충' 이후 한국영화가 재조명된 것처럼 '오징어 게임' 또한 그럴 것이라고 본다."

-'뤼팽' 이후 프랑스 드라마가 주목받으며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일단 저는 프랑스 드라마를 점점 보게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는 점을 가장 크게 느꼈다. 프랑스 경우 넷플릭스 같은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미드나 외국 드라마를 많이 접했다. '뤼팽' 이후에는 국내 드라마에 관심이 쏠린다는 게 느껴졌다. '뤼팽'도 '오징어 게임'도 세계가 걱정하는 바를 그린다. '뤼팽'은 아버지를 잃은 남자의 복수를 그리지만, 동시에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다. '오징어 게임' 또한 큰 빚을 지고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이 목숨을 건 게임에 나서는 이야기다. 우리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캐릭터들인 셈이다. 브라질, 러시아, 호주… 국적을 가리지 않고 이 이야기를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다. 동시에 자본주의의 폭력성을 꼬집기도 한다. 공감을 유발하는 캐릭터들이 점점 더 대중을 끌어당기는 힘을 얻는 것 같다.

글로벌한 협업, 제작 기회 또한 늘어났다. 스트리밍 플랫폼이 대중화되면서 프로듀서로서 새로운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드라마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이 점점 더 많아지는데, 넷플릭스를 비롯해 아마존, 디즈니+ 등 스트리밍 플랫폼의 경우 자금이 잘 조달돼 큰 프로젝트에도 걱정없이 뛰어들 수 있게 됐다. 프랑스에 상륙한 지 6년이 된 넷플릭스의 경우는 제작자로서 일하는 방식까지 크게 바꿔놨다. '뤼팡' 또한 넷플릭스 덕에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프랑스에는 이들 외에도 5개의 공영방송 채널이 존재하는데, 이들 또한 OTT와 경쟁하며 대중을 사로잡을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겠다는 도전의식을 갖게 됐다. 과거의 프로듀서가 '장인'에 가까웠다면, 이제는 스트리밍 플랫폼과 함께하면서 대중의 기대에 부응하며 산업화되어간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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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의 총 제작비는 달러로 약 2000만 달러 정도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회당 240만 달러(약 28억 원), 총 2140만 달러(약 257억 원)). 한국 드라마로서는 높은 수준의 제작비다.

"'뤼팽'의 제작비도 높았다. 에피소드마다 약 200만 유로(약 27억 원)가 투입됐다. 드라마 제작비는 점점 오르고 있다. 아마존과 함께하는 다른 드라마 제작비는 회당 300만 유로(약 41억 원)에 이른다."

-넷플릭스가 독점하는 저작권 이슈에 대한 관심도 늘어났다. '오징어 게임' 히트 이후에 한국에서도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더 높아졌다.

"프랑스의 경우 전통적으로 프로듀서에게 저작권이 있었다. 방송사에 3년간 방영권을 판매하고 나서 이후에는 프로듀서가 해외와 계약하게 된다. '뤼팽' 경우 프로듀서에 아무 권리가 없고, 다음 시즌에 참여할지 말지를 계약하는 형태다. '뤼팽'이 넷플릭스에서 큰 인기를 거둬도 프로듀서로서 수익이 늘어난다든지 하는 것은 없었다. 때문에 법적 조치를 통해 이를 해소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7월경 스트리밍 플랫폼에게 프로듀서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새로 법을 제정했다. 프랑스에 들어온 외국 스트리밍 플랫폼의 경우 매출액의 20% 이상을 프랑스 드라마 제작에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프랑스에서 제일 처음 진행해 현재까지는 잘 시행되고 있다. 이웃나라 독일의 경우 프랑스와 달리 저작권이 프로듀서가 아닌 방송사에 귀속되는 형태라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것으로 안다. 나라마다 달라 스페인, 아일랜드 등에선 스트리밍 플랫폼이 매출액 일부를 자국 콘텐츠 제작 지원에 쓰도록 하는 법안을 마련 중이다. 유렵은 변화 중이다.

이 문제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유럽연합을 비롯해 정부가 아무 조처에도 나서지 않는다면 유럽의 아이디어들이 미국으로 다 넘어갈 위험이 있다. 프랑스는 때문에 관련 법을 제정하는 등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해 노력 중이다.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그렇지 않는다면 모든 것이 미국으로 넘어가고, 미국화 되고 다양성이 줄어들 수 있다."

-넷플릭스와 협업이 늘어나며 관심도 문제의식도 늘어나는 것 같다.

"맞다. 저 넷플릭스 좋아한다. 없었다면 '뤼팽'이나 '오징어 게임'을 볼 수 있겠나. 함께 일해야겠지만 문제점이 있으니 노력해 나가야 된다는 이야기다. 당연히 유럽 사람들도 한국 드라마를 통해 한국을 알아가는 기회를 얻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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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팽'은 물론이고 '오징어 게임'까지 비 영어권 드라마가 약진하고 있다.

"비 영어권 드라마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리는 것은 각국이 지닌 특성, 다양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미드만 보지 않아도 되고 한국 드라마를 보게 될 기회가 생기는 셈이다. 시청자들이 점점 성숙해지면 원어로 된 드라마를 보고 싶어하는 이들도 늘어난다. 리메이크가 된 드라마를 보는 게 아니라 다양한 나라의 문화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계속 성공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그 자체의 정체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몽 사(社) 경우 LA, 영국 등지에 지사를 두고 각국 대중을 사로잡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기도 한다."

-한국 드라마는 어떤가.

"프로듀서로서 저는 한국 드라마에 대해 알고 그 강점에 대해서도 인지하고 있었지만 유럽에서는 크게 인기를 끌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한국 드라마는 콘셉트가 확실하다. '오징어 게임'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 드라마는 강점인 강력한 콘셉트를 유지하면서 정쳬성을 이어간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혹시 리메이크 하고 싶은 한국 드라마가 있다면?

"하나 있다. '시그널'이다. 무전기를 통해 서로 다른 두 시대가 소통하는 드라마를 리메이크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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