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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신고후 전담 구급대 기다렸다…이송중 숨진 재택치료 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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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접종, 일주일 전 호흡곤란 있었는데도 환자 의사 따라 재택치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재택치료 중이던 60세 환자가 확진 이튿날 상태가 악화해 병원으로 옮기려던 중 심정지가 왔고 이송 직후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소방당국에선 119 신고 당시 해당 환자가 재택치료자가 아닌, 자가격리자로 알고 있었고 이 때문에 병상 배정에 시간이 걸리면서 대응이 더 늦어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서울 서대문구청에 따르면 지난 20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서대문구에서 재택치료 중이던 A씨(68)가 하루 뒤인 21일 오전 기력이 저하되는 등 상태가 악화해 병원으로 이송하려던 중 심정지가 발생해 사망했다.

중대본은 “사망 전일(20일) 코로나 확진 결과에 따라 1차 보건소 역학조사와 2차 서울시 병상배정반의 의료진 문진 시 무증상, 기저질환 등 입원 요인이 없었다”며 “다만 고령임을 고려해 의료진이 생활치료센터 입소를 권유했으나 본인이 재택치료를 원했다”고 밝혔다. 중대본에 따르면 A씨는 백신 미접종자로, 검사 7일 전 호흡곤란 등 증상 발현이 있었으나 역학조사 당시인 20일에는 무증상이었다고 한다.

사망 당일인 21일 오전 A씨가 기력이 떨어지자 보호자인 부인은 119로 오전 6시 51분 신고했다. 위급상황이다 보니, 지자체 보건소에서 안내받은 협력병원이 아닌 119로 먼저 연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중대본은 설명했다. 신고 14분 뒤인 오전 7시 5분 일반 구급대가 도착했지만, 이 구급대는 신고 접수 당시 A씨가 재택치료자가 아닌, 자가격리자로 알고 있었고 환자 예후를 관찰하며 병상 배정을 기다렸다. 25분 뒤인 오전 7시 30분에는 음압형 이송장비 등을 갖춘 코로나19 전담 구급대가 도착해 환자를 이송하려 했지만 A씨에게 심정지가 발생해 구급대원이 20분간 심폐소생술을 한 뒤 병원으로 출발했다. 오전 8시 5분 병원에 도착했지만 환자는 오전 8시 30분 끝내 사망했다는 게 중대본 설명이다. 이기일 중대본 제1통제관(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22일 브리핑에서 “현재 3000명 정도가 재택치료 중에 있다”며 “1만3000명 정도가 누적 숫자로 (재택치료 중 사망한) 첫 사례”라고 말했다.

전담 구급대가 바로 출동하지 못했다는 지적과 관련, 서순탁 서울소방재난본부 재난대응과장은 “전담 구급대는 20대로 운영하고 있고 일반 구급대와 전담 구급대가 동시에 출동했다”며 “전화 통화로 확인하니 환자가 이상없이 통화가 가능했고 일반 구급대가 먼저 도착해 예후 징후를 확인하고 지켜보는 과정에서 심정지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25분이 지체됐는데 병원 선정 부분에서 조금 지체됐다”며 “재택치료자라는 정보를 몰랐고 자가격리자라 하니까 중수본(중앙사고수습본부)에서 병원 선정하는 것을 최대한 빨리 해줘야 하는데 연락이 안 와서 기다리다 심정지가 발생했다”고 부연했다.

재택치료하게 되면 지자체가 지정한 협력병원이 오전, 오후 하루 두 차례 대상자 상태를 비대면으로 모니터링하게 돼 있다. 그런데 A씨는 20일 오후 확진된 뒤 21일 이른 오전 사망해 모니터링이 이뤄질 새가 없었다. 서대문구 협력병원 관계자는 “확진 당일 보건소에서 문진했기 때문에 그날은 모니터링 대상이 아니었다”며 “다음날 모니터링하려던 시점에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역학조사 상 A씨는 확진 수일 전부터 호흡곤란이 있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이 관계자는 “환자가 보건소 문진 당시 '가끔 숨이 차는데 못 먹어서 그런 것 같다'고 가볍게 말씀했다”며 “임상적으로 크게 의미 있다고 보지 않았다. 이외 오한이 약간 있다고 했지만 누구나 흔하게 있을 수 있으니 무증상에 가까웠다고 봐야 한다. 보호자도 재택을 강하게 권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119구급대가 확진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는 관계없음.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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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그러나 “68세면 그 자체가 면역 저하 상태이기 때문에 본인이 원한다고 해도 이전의 호흡곤란 증상 등을 고려해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최대한 이송했어야 한다”며 “호흡곤란이 있었다면 바이러스가 며칠 전부터 증식했고 폐 염증을 과도하게 일으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는 겉으로 멀쩡해 보여도 CT 찍어보면 폐 손상이 확인되는 등 임상 경과가 갈지(之) 자를 보이기 때문에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이어 “외국의 경우 50세 이하 백신 접종자에 국한해 재택치료한다. 50세 이하는 상대적으로 건강하고, 접종하면 돌파 감염되더라도 사망 위험이 떨어진다”며 “우리는 대상을 널널하게 해놨고 재택치료가 불가한 입원 요인에 호흡곤란, 의식장애 등을 넣어 사망 위험이 매우 커야만 입원하는 사항이다.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기일 실장은 현재 70세 미만으로 정한 재택치료 연령대 관련, “70세가 된다 하더라도 100% 재택 되는 것이 아니다”며 “기저질환이 없는 것인지 의학적 판단을 의료진이 하게 돼있기 때문에 현 체계는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70세 미만으로 되어 있는데 종합적으로 검토를 해보겠다”고도 말해 연령 조정 가능성도 열어놨다.

이기일 실장은 “사망 사고를 계기로 재택치료에 대해 더 챙겨보겠다”며 “대상자 분류는 정확하게 되어 있는 것인지, 또 모니터링은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인지, 격리자라든지 이탈은 문제가 없는 것인지 챙겨보도록 하겠다”며 “소방청, 중앙방역대책본부, 17개 시도하고 이번 사례를 기회로 해서 다시 한번 이송체계를 점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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