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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닮은 사람’ 고현정·‘홈타운’ 유재명의 악몽..‘과거 속에 도사린 자신’ [김재동의 나무와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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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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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재동 객원기자] 잊었던 과거가 쫓아왔다.

그 과거를 다시 마주하니 한때 아름다웠던 언약은 신물나는 야합이었고 거창했던 대의는 비밀스런 작당이었다. 그 과거의 야합과 작당은 친친한 올가미가 되어 용의주도하게 절망속으로 끌고 들어간다.

같은 시간대 방영되는 JTBC 수목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과 tvN 수목드라마 ‘홈타운’이 다같이 과거에 발목 잡힌 채 버둥대는 인간군상들을 그려내고 있다.

‘너를 닮은 사람’속 정희주(고현정 분)는 시궁창같은 현실에서 자신을 건져준 남편 안현성(최원영 분)을 두고 서우재(김재영 분)와 불륜을 저질렀다. 그 서우재는 시댁에서 ‘노는 애’ 취급당하며 시들어가던 희주에게 미술을 가르쳐주며 삶의 생기를 북돋워 주었던 동생 구혜원(신현빈 분)의 연인이었다. 안현성을 그토록 따르는 그녀의 둘째 호수는 서우재의 아들인 모양이다.

능력있는 화가, 다정한 주부에 이제는 ‘노는 애’가 아니라서 시어머니 박영선(김보연 분)에게 따박따박 말대꾸도 하는 며느리로 행복하게 살던 희주 앞에 혜원이 나타났다. 어딘가가 망가진 채로.

예전 혜원은 인간의 선함을 믿고 사랑을 믿고 스스로를 믿었던 햇살같은 청춘이었다. 다시 나타난 혜원은 조울과 냉소와 비아냥으로 무장한, 비틀리고 말라붙은 아웃사이더였다.

혜원의 뒤를 이어 그도 나타났다. 코마상태로 아일랜드 병원에 누워있으려니 했던 서우재. 그가 신진 조각가의 타이틀을 걸고 전시회를 개최했다.

한편 ‘홈타운’에선 영진교의 꺼풀을 쓴 한가족 복지원의 망령이 많은 이들을 거쳐 최형인(유재명 분)에게까지 이르렀다. 교통사고로 삭제됐던 기억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 기억 속 자신은 고문 경찰이었다. 한가족 복지원 사건을 축소조작하는데 가담했던 고문 경찰. 아직 밝혀지진 않았지만 당시 사건은 고문을 통해 조경호(엄태구의 父)의 단독범행쯤으로 마무리됐던 모양이다.

자신과 동생 정현(한예리 분)을 한가족복지원에 팔아 넘긴 아버지의 이름으로 개명한 조경호(엄태구 분)는 진작부터 최형인을 주목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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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인으로서는 처음 보는 조경호는 최형인의 죽은 아내 임세윤(김새벽 분)이 자신의 딸 조재영(이레)를 낳았으며 자신과 마지막을 같이 했다고 주장했다.

최형인의 기억에 아내 세윤은 어느 날 복지원에서 알고 지내던 남매가 있는데 그중 오빠 쪽이 찾아왔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형인에게 교통사고로 그 이전 기억을 정말 잊었는지를 물었었다.

아마도 세윤은 조경호로부터 남편 형인이 자신이 그토록 끔찍해했던 복지원 사건을 왜곡 축소하는데 앞장섰다는 얘기를 들었을 것이고 그 후로 세뇌된 듯 하다.

최형인은 떠오르는 기억과 함께 과거의 추악한 자신의 민낯을 마주하며 지옥속을 헤매게 될 모양이다.

이제는 가해자로 나타난 과거의 피해자 구혜원과 조경호에겐 공통점이 있다. 온전한 인간으로 보기엔 망가져 버렸다는 사실. 혜원은 예전 자신의 미덕을 팽개쳤다. 적어도 정희주를 상대로는 복수에 집착하며 배려없이 냉소하고 차갑게 증오한다. 조경호는 인간성 자체를 거세해 스스로를 초월적 존재로 인지한다. 다시 찾은 자신의 아버지 조경호를 향해 “팔긴 왜팔아. 위험하게. 목졸라 죽여 파묻었어야지. 그 한심한 판단 덕에 당신은 이제 마음대로 죽을 수도 없어”라고 무덤덤하게 선고한다.

누군가의 인생을 망가뜨렸다면 자신의 인생도 망가질 각오를 함이 마땅하다. 하지만 정희주도 최형인도 저항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신의 인생이 망가지면, 아니 망가지기 위해선 주변 자신이 사랑하는 이들의 인생조차 망가질 수밖에 없으므로. 과거 자신이 자신의 피해자 뿐 아니라 그 주변인들의 인생을 망쳤음은 망각한 채로.

그들이 저항하건 말건 그들의 지옥은 어쩔 수가 없다. 손대거나 고칠 수 없는 과거라는 시간 속에 한결 젊은 자신의 얼굴로 도사리고 있을 테니.

한때 아름다웠던 불륜, 한때 찝찝했던 정의의 음울한 메아리가 ‘너를 닮은 사람’과 ‘홈타운’에 울리고 있다.

/zait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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