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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다리에서 뛰어내린다는 음주운전자, 허리띠 붙잡고 버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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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류원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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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오후 7시쯤 경북 구미대교를 지나던 중 음주운전 차량에 치인 A씨가 경찰에 신고하자, 상대 운전자가 다리 난간에서 뛰어내리겠다고 소동을 벌였다./사진=유튜브 채널 '한문철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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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사고를 낸 자신을 경찰에 신고했다는 이유로 다리 난간에서 뛰어내리겠다며 소동을 부린 남성의 모습이 공개됐다. 사고를 당한 운전자가 되려 이 남성을 필사적으로 붙잡으며 도움을 요청하는 상황도 고스란히 영상에 담겼다.

지난 20일 유튜브 채널 '한문철TV'에는 '다리에서 뛰어내려 죽겠다는 사람, 허리띠를 붙잡고 경찰이 올 때까지 버텼습니다'란 제목의 차량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됐다.

이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후 7시쯤 퇴근길에 오른 운전자 A씨는 경북 구미대교를 지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 오던 차량이 A씨의 차량을 들이받았다. 알고보니 뒤차 운전자 B씨는 술을 마신 상태였고, A씨는 그 자리에서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자 B씨는 A씨가 자신을 음주운전으로 신고했다는 이유로 돌연 다리 난간으로 향한 뒤 한쪽 다리를 걸친 채 뛰어내리려고 시도했다. 이를 본 A씨는 필사적으로 B씨를 붙잡으며 지나가는 차량에게 손을 흔들고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멈춰서는 차량은 없었다. A씨는 B씨의 허리띠를 쥐어잡고 주저앉는 등 아찔한 상황을 막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두 사람의 실랑이는 10분 가까이 이어졌고, A씨는 계속해서 "도와주세요"라고 외쳤다.

마침내 이 상황을 목격한 한 여성 운전자가 정차한 뒤 다가와 이들을 가로막고 경찰에 재차 신고했다. 이 여성은 경찰이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옆에서 자리를 지켰다.

당시 상황에 대해 A씨는 "B씨는 경찰에 신고했다는 이유로 차를 버리고 다리에서 뛰어 내리려고 했다. 저는 아픈 것도 잊은 채 살려야겠다는 생각만 들어서 달려들었다"며 "다리 높이는 10m 정도인 것 같다. 제가 힘이 빠져 B씨를 놓쳤거나, 같이 떨어질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가 오고 위험한 상황이었음에도 여성분이 와서 다시 신고해주고 B씨를 설득해주셨다. 다른 렉카 기사 두 분도 도와주셨다"며 "그제서야 B씨는 돌발 행동을 하지 않았다. 도와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마음을 전했다.

A씨는 현재 상태에 대해 "사고 때문에 왼손 엄지손가락 통증으로 반깁스를 하고, 오른쪽 손목도 아프다"며 "B씨는 400만원에 합의하자고 한다. 제 차 수리비는 250만~300만원 정도 나올 것 같다고 하더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합의 의사가 없다고 하니까 B씨는 '그냥 실형 몇 개월 살면 되지'라고 한 뒤 연락이 없다"며 "B씨가 잘못하셨지만 큰일을 당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A씨가 생명의 은인인데도 감사하다는 말도 안 하나", "저는 지나갔을 텐데 본인 사고도 아니면서 도와준 여성분도 대단하다", "자칫하다 같이 떨어졌으면 어쩔뻔했냐", "여러분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한문철 변호사는 "B씨가 난간을 넘었다면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졌거나 지나가는 차에 치였을 것"이라며 "만약 떨어져 사망했다면 A씨는 평생 트라우마로 남을 뻔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B씨를 붙잡은 A씨와 그 상황에서 도와주신 여성분이 한 행동은 쉽지 않은 것"이라며 "그 용기가 고맙다. 여성분은 두 명의 생명을 구한 거다. 따뜻하고 살만한 세상"이라고 말했다.

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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