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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학대 막으려 반복신고 강조했지만…경찰 잘못 만나면 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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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반복 신고 놓치지 않기 위한

‘3중 보고 체계’ 도입

시행 두달…경찰서마다 사건 처리 차이


한겨레

‘정인이 사건’ 피의자 입양모에 대한 1차 공판기일을 일주일 앞둔 지난 1월6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 시민들이 보낸 조화가 놓여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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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6일 경기 평택에서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받고 출동한 지구대 경찰관은 만 8살 아이 ㄱ군을 아버지에게 맡겨두고 사건을 현장종결했다. 전과가 있던 아버지를 담당하던 보호관찰소 직원이 ㄱ군과 이야기를 나누다 “엄마한테 엉덩이를 맞았다”는 말을 듣고 경찰에 신고한 사건이었다. 아이의 상처를 찾지 못하고, 부모와 떨어지기 싫다는 아이의 말에 따라 경찰은 별다른 조처 없이 아버지에게 ㄱ군을 맡기고 떠났다.

그러나 이튿날 사건을 보고받은 평택경찰서가 다른 서에 접수됐던 과거 이력을 파악했더니, 앞서 ㄱ군에 대한 다섯 차례나 학대 관련 신고 이력이 있었다. 신고자인 보호관찰소 직원을 통해서 ㄱ군 아버지가 아동학대로 보호관찰 처분을 받았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경찰은 즉시 아동보호전문기관 직원과 함께 다시 현장에 나가 ㄱ군과 면담한 뒤, 아이를 보호시설로 분리 조처했다. 경찰과 검찰은 수사를 통해 아동학대 정황을 확인하고 ㄱ군 어머니를 지난 17일 불구속 기소했다.

이 사건은 ‘정인이 사건’, ‘제주 중학생 살인사건’ 등 피해자가 숨지기 전 여러차례 신고를 접수하고도 현장 경찰관의 초동 대응 미숙으로 비극을 막지 못한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경찰이 도입한 ‘3중 보고체계’로 발굴한 사례다.

21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지난 12일 진교훈 차장 주재로 회의를 열어 사회적 약자 대상 반복신고 대응 체계 강화 방안 집행 현황을 점검했다. 경찰청은 지난 8월 여성·아동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 신고가 3차례 이상 접수되면, 가해자 범죄이력 등을 검토해 경찰서장에게 보고하고 시·도 경찰청 이를 점검하는 ‘3중 보고 체계’를 도입한 바 있다. 과거 사건에서 여러 차례 신고가 됐음에도 경찰관이 현장에서 범죄 정황을 찾을 수 없다는 이유로 종결하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다.

하지만 경찰청이 보고체계 강화 후 제도 운용 현황을 파악해보니, 여전히 현장 경찰관의 보고를 받는 담당 경찰서의 ‘민감도’와 ‘적극성’에 따라 반복신고된 사건 처리가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 서산에서는 지역 경찰이 아내를 때린 남편을 현행범으로 체포한 사건을 서산경찰서에 넘겼지만, 경찰서에선 가해자가 네차례 이르는 반복신고 이력에도 상습성이나 재범위험성 등에 대한 확인 없이 피의자를 석방했다. 서울 강남·수서경찰서도 지구대·파출소 경찰이 112 신고를 받고 나간 뒤 현장종결한 사건에 대해 신고 및 수사이력조차 확인하지 않았다. 3중 보고 체계 제도를 도입해도 경찰서에 따라 반복신고 피해자를 방치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아동학대, 스토킹 등 여성 대상 범죄가 나날이 늘고 있다 보니 일선 경찰서 형사·여성청소년과는 단순 신고도 범죄 이력 등을 파악해 별도의 양식으로 보고 하는 것에 업무 부담을 호소하는 분위기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서도 시행 초기라 현장에서도 관련 이력을 모두 확인해야 하는 부담은 있지만, 피해자 보호 누락을 방지할 수 있다는 취지와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제도가 현장에 잘 정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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